[취재N팩트] 학생 성희롱 여교수, 금품까지 요구해

[취재N팩트] 학생 성희롱 여교수, 금품까지 요구해

2019.12.13. 오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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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대학교, 교수가 운동장서 학생 얼차려
여학생에게 몸매·속옷 색깔 지적 등 성희롱 발언
징계 없이 스스로 물러나…외부 강사 자격 강의
학교 측, 진상조사위원회 꾸려 사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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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북 구미에 있는 한 대학 교수가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 얼차려를 주고,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습니다.

이 여성 교수는 학생에게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이윤재 기자!

이 교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많던데요.

먼저 운동장에서 얼차려를 줬다고요?

[기자]
지난 5월에 있었던 일인데요.

학생 70여 명에게 단체로 운동장을 뛰게 하고 줄이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시켰습니다.

복학생 3명에게는 조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하는 이른바 '원산폭격'까지 하게 했습니다.

교수는 학과 홍보 영상을 만들려고 한 일이라고 해명했는데요.

홍보 영상을 만드는데, 왜 원산폭격까지 필요했는지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수업 시간에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도 잦았다고요?

[기자]
문제의 교수는 여성입니다.

그런데 이 교수가 수업 시간에 여학생에게 스카프를 매준다면서 불러낸 뒤 다른 학생들 앞에서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말을 서슴지 않고 했습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건 학생들이 설문조사에서 적은 글인데요.

내용을 보면 교수가 몸을 만지면서 가슴이 작다고 말하거나 속옷 색깔을 지적하는 말을 했고,

또 덩치가 조금 큰 학생에게는 '코끼리', '돼지'라고 표현하면서 다이어트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교수의 답변은 조금 황당한 데요.

승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면접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엉뚱한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도 많이 했다고요?

[기자]
지역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가 포함된 '내 고장 사랑 축제' 행사에 사흘 동안 동원했는데 차비 한 푼 주지 않았습니다.

확인해보니 행사 주관사는 학생들의 인건비를 계산해 교수에게 전달했다고 하는데요.

학생들은 행사 뒤에 받은 거라곤 밥 한 끼 말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독도 플래시몹 행사에 동원하기도 하고,

리조트 청소하는 일에 현장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학생 12명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학생들에게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요?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리조트 실습을 다녀온 학생에게 그랬는데요.

실습도 하고 돈도 벌게 해줬으니 고마움을 느끼면 2만 원 상당의 생활용품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학생에게는 명품 화장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때는 한 사람에게 2만 원씩 걷어서 강의실에 음식을 푸짐하게 차리라고도 했는데,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일면서 취소했습니다.

이 교수, 나름 치밀했습니다.

이런 요구는 기록이 남는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하지 않고 전화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교수의 해명을 들어봤는데요.

평소에 학생들에게 수백만 원어치 밥을 사줬다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앵커]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학생들은 왜 이렇게 부당한 지시를 참았나요?

[기자]
네, 우선 교수와 학생이라는 관계에서 생기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취업 걱정이 컸습니다.

문제가 된 학과는 항공서비스학과입니다.

승무원이 되려는 학생이 많은데요.

국내 대형 항공사 출신인 이 교수는 자신에게 밉보이면 항공사 인맥을 이용해 취업을 어렵게 하겠다는 말을 심심찮게 했습니다.

이 학과 3학년 학생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3학년 : 수업마다 자기(교수)가 하는 말이 나한테 잘 보여야 너희가 승무원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솔직히 암묵적으로 어떻게 보면 복종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또 SNS 등에서 자신을 험담한 학생을 찾아낸 뒤 수업 시간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습니다.

각서를 쓰게 하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읽게 한 겁니다.

교수의 이런 말과 행동 때문에 학생들이 두려움을 느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참아왔습니다.

[앵커]
교수가 이런 행동을 하고,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그동안 학교는 뭘 했나요?

[기자]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습니다.

1학기 때부터 일이 벌어졌는데요.

문제가 된 교수에게 징계 같은 건 없었고, 이 교수는 1학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2학기에는 외부 강사 자격으로 학생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학과 홈페이지는 취재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지난 월요일까지도 해당 교수의 이름과 사진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YTN 취재가 시작된 이후 다른 학과 학과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생회 소속 간부의 개인 문제를 덮으려고 이 교수를 모함한 거라는 말을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이 학교, 지난 2016년에 교육부 프라임 사업에 항공 교육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돼 400억 원이 넘는 나랏돈을 지원받았는데요.

거액의 예산을 어떻게 썼길래 이런 일이 생기고, 또 몇 개월째 방치된 건지 궁금합니다.

교육 당국의 빠른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이윤재[lyj10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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