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가 간다] '의기 논개' 성지에 친일파 이름이 버젓이...

[Y가 간다] '의기 논개' 성지에 친일파 이름이 버젓이...

2019.08.15. 오전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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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일 잔재 청산'. 익숙한 말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역사 깊은 명소에 추하게 새겨진 친일파의 이름이 방치되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항일 성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친일파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오태인 기자입니다.

[기자]
임진왜란 때 논개가 왜장을 안고 몸을 던진 진주성 촉석루.

논개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의로운 바위'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의암 바위' 위쪽 절벽에 이름 하나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지용'.

바로 옆에는 바뀌기 전 이름인 '이은용'도 함께 보입니다.

구한말 경상남도 관찰사를 지냈고 을사늑약 체결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이경은 / 광주광역시 서구 :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나라를 위해 뛰어내린 자리에 '이지용'이라는 나쁜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 기분 나쁩니다.]

촉석루를 찾는 사람들이 볼 수밖에 없는 '추한 흔적'이지만 언제, 어떻게 새겨졌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추경화 / 향토 사학자 : 을사오적 이지용은 경남도 관찰사를 지냈고 1919년 이후 이지용을 추종하는 세력이 새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주 8경'으로 꼽히는 '뒤벼리'.

이곳 절벽에도 친일파 '이재각', '이재현'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재각은 일본강점기 때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지냈고 이재현은 의병 학살에 앞장섰던 인물입니다.

덩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20년 전만 해도 진주시민 누구나 볼 수 있었습니다.

[강호광 /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 : 20년 전쯤에 낙석 방지망이 설치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내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지난 1999년 이들의 친일 행적을 알리기 위해 안내판을 세웠지만,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친일 인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절벽 인근에는 친일 행적이 담긴 안내판이 붙어져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누군가에게 훼손됐지만 10개월 넘도록 방치됐습니다.

명소에 새겨진 이름이 친일파라는 사실이 알려진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의암 바위 부근에 새겨진 이름이 40명 여 명이나 되지만 누가 친일 인사인지조차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름이 새겨진 곳이 대부분 사적지인 탓에 안내판 하나도 세우기 쉽지 않습니다.

[박성진 / 진주성관리사업소장 : 사적지는 문화재청에 사전에 현상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현재 위치가 절벽이고 관람객들에게 위험한 부분이 있어서 설치할 장소를 찾기가….]

진주와 마찬가지로 전국에 많은 친일파 이름이 새겨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방학진 /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친일파를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세력이 오랫동안 대한민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최근, 친일 잔재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조사와 획기적인 청산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YTN 오태인[otaei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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