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동학 농민군 지도자, 125년 만에 안장

무명의 동학 농민군 지도자, 125년 만에 안장

2019.06.01. 오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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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통, 사람이 죽고 나면 장례식날 아침에 발인 절차를 진행하죠.

오늘 아침 전주에서는 사후 125년 만에 아주 특별한 장례식 발인 절차가 있었습니다.

무명의 동학 농민군 지도자의 넋을 달래기 위한 의식이었습니다.

오점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백년의 귀향' 발인식.

일본에 있던 유골이 백 년 만에 송환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장례와 발인으로 보면 사후 125년 만입니다.

[이윤영 / 동학혁명연구소 소장 : 동학 농민군 지도자님과 수십만의 희생된 동학 혁명군 선영님들께 고해바치나이다.]

이 유골함에는 이름 모를 동학 농민군 지도자의 머리뼈가 들어있습니다.

1906년 전남 진도에서 발견된 무명의 동학 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인데 일본인이 인류학을 연구한다며 일본으로 가져갔다가 지난 96년에야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이후 마땅히 유골을 안장할 장소가 없어 그동안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해 왔습니다.

발인 절차가 끝난 유골은 노제와 진혼식을 거쳐 영원히 안장될 동학혁명 추모기념관, 녹두관으로 향했습니다.

일반 장례처럼 영정이 맨 앞에 섰는데 전문가들이 머리뼈 유골을 분석해서 그려낸 상상 속 영정입니다.

딱 반나절, 125년 만의 장례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김승수 / 전주시장 : 벌써 100년이 넘게 영면하지 못했었는데 늦게나마 영면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지만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이어받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전주는 동학혁명 당시 농민군의 꿈과 좌절이 공존했던 곳인데 현재 이와 관련한 역사문화벨트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죠, 이후에 정부 주도로 첫 번째 기념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125년 만의 발인과 장례식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YTN 오점곤[ohjumg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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