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 '망연자실'...대피소 생활 이틀째

집 떠나 '망연자실'...대피소 생활 이틀째

2019.04.06. 오전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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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성과 속초를 잿더미로 만든 불은 잦아들었지만, 화마가 남긴 상처는 여전합니다.

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당장 몸 누일 곳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대피소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부장원 기자!

해가 지면서 쌀쌀해졌을텐데, 대피소 여건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이곳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에는 이재민 137명이 머물고 있습니다.

산불이 난 그제 밤은 얇은 모포 한 장에 의지해 밤을 지새웠지만, 어제 보온용 천막 51개가 설치돼 그나마 따듯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음식과 생필품 등 구호 물품이 전국에서 도착하고 있습니다.

체육관 곳곳에 속옷 등 생필품이 들어있는 응급구호 세트와 비상식량 상자 수백 개가 쌓여있습니다.

응급의료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고, 휴대전화 충전 시설도 마련됐습니다.

여건은 나아졌지만,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는 마찬가집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그야말로 잿더미로 변한 지금, 주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이재민들의 한숨에 대피소의 분위기는 착잡하기만 합니다.

어제 낮, 집으로 돌아갔던 이재민들은 새까맣게 타버린 집을 확인하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논밭마저 불길에 휩싸이면서 주민 피해 규모는 정확한 집계가 이뤄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앵커]
고성과 속초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불길이 잦아들었는데, 전국적으로 이재민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정부가 집계한 산불 이재민은 모두 4천 명이 넘습니다.

최종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입니다.

이 가운데 3천7백여 명은 오늘 집으로 돌아가거나 친척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나머지 이재민 2백90여 명은 이곳을 비롯해 고성과 속초, 동해 등 임시대피소 6곳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특히 지금 제가 있는 고성군 토성면은 이번 재난 사태가 시작된 지점인 만큼 다른 어느 지역보다 피해가 큰 상황인데요.

이곳과 가까운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초등학교에도 이재민들로 가득 찼습니다.

삶의 터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북돋워 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대피소에 생필품을 제공하기 위해 재난 구호사업비 2억 5천만 원을 긴급 지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곳을 찾아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로했습니다.

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재난지역 지정 여부 검토를 서두르라고 지시했는데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응급 대책뿐 아니라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계안정을 위한 지원과 국세와 지방세 감면, 보험료와 통신 요금 경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이번 정부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모두 5번 있었습니다.

재작년 7월 집중호우로 피해를 당한 충북 청주·괴산과 충남 천안, 그리고 11월에 지진이 발생했던 포항이 지정됐고,

지난해에도 호우와 태풍 피해로 전남 보성, 전남 완도, 경북 영덕 등 지역에 세 차례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바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만난 이재민들은 정부가 빠르게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고성 천진초등학교 임시대피소에서 YTN 부장원[boojw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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