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억울한 딸의 죽음...'준강제추행' 논란

29살 억울한 딸의 죽음...'준강제추행' 논란

2019.03.18. 오전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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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상사의 아파트에 간 뒤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한 20대 여성이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이미 1심 재판이 끝난 이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건 발생 당시부터 그동안의 재판 과정 취재한 지 환 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지 환 기자!

처음 사건 발생 때부터 지 기자가 취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1심 재판이 끝났는데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피해 여성 어머니가 쓴 글 때문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는데요.

대학원 한 학기를 남기고 강원도 춘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29살 딸, 강 모 씨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강 씨는 직장 상사 집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는데요.

강 씨 어머니는 내년에 딸이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가해자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1심 재판에서 가해자이자, 피고인이었던 40대 직장 상사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됐는데요.

어머니는 딸 목숨값이 고작 6년이라며,

경찰 수사와 검찰의 기소 내용이 달라 형이 가볍게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경찰 수사와 검찰의 기소 내용이 다르다.

일단 사건 내용을 다시 알아보죠.

당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기자]
사건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한 사단법인 직원들이 프로젝트 종료 기념으로 전체 회식을 했습니다.

자정 무렵 회식은 끝났는데요.

술자리가 끝난 뒤 법인 기획실장 41살 이 모 씨는 사무실 후배 강 씨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갔습니다.

직장상사 이 씨는 미혼이었는데요.

당시 아파트 외부 CCTV에는 두 사람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내부 CCTV에도 취한 강 씨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사건은 강 씨가 이 씨 집으로 들어간 후 2시간 반쯤 뒤인 새벽 3시쯤 발생했는데요.

8층 이 씨 아파트 뒤쪽 베란다 창문을 통해 강 씨가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앵커]
직장 상사의 집에 간 뒤 아파트에서 떨어졌다. 당시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기자]
현장을 감식한 경찰은 별다른 흔적이나 유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숨진 강 씨는 직장 상사 이 씨의 방에 있는 창문을 넘은 뒤 다시 아파트 뒤쪽 베란다 창문을 넘어 추락했는데요.

술에 취한 강 씨가 방에 있었고, 자신은 거실에 있다 보니 아무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던 직장상사 이 씨는 경찰의 추궁에 결국 성적 접촉이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강제로 입맞춤하고 몸을 만졌다는 건데요.

경찰은 그런 이 씨에게 준강간 치사라는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치사, 그러니까 강 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 : 인과 관계, 그러니까 피의자한테 너의 그런 행위 때문에 그 여자가 그런 행위를 했다. 그런 행위 즉 떨어져 죽었다. 거기에 네가 책임이 있다는 것이고.]

[앵커]
그런데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후에는 이 씨 혐의가 준강간치사에서 준강제추행으로 바뀌었죠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사건을 검토한 검찰 역시 강 씨의 죽음을 가장 중요하게 봤습니다.

취재 당시 검찰 관계자는 "치사 부분을 반드시 기소하고 싶었던 사건"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문제는 성추행 이후 강 씨가 스스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이르게 된 죽음 사이에 있는 인과 관계, 즉 이 씨의 책임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검찰은 준강간치사로 넘어온 이 씨의 혐의를 준강제추행죄로 바꿔 재판에 남겼고,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사건을 검찰보다 엄하게 판단했습니다.

징역 6년을 선고했는데요.

검찰 구형은 물론 최고 4년 6개월인 강제추행죄 권고 형량보다 더 무거운 판결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강제추행으로는 비교적 무거운 형량을 받았다는 건데, 유가족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1심 재판 당시 숨진 강 씨의 부모님과 유가족, 친구들이 재판에 나왔습니다.

징역 6년 선고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치사 부분을 빼고 추행으로만 본 검찰 판단 탓에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겁니다.

재판이 끝난 뒤 힘겨워하는 강 씨 아버지를 어렵게 접촉했는데요.

인터뷰 들어보시죠.

[피해자 강 씨 아버지 (1심 재판 당일) : 착잡해요. 사실 판결에 (딸의) 죽음에 대해서 많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자체가 희한해요. 이해는 도저히 못 하겠고….]

[앵커]
이번 주 항소심 재판이 열린다고요?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기자]
오는 수요일 오후 이 사건 2심 재판이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심리로 다시 열립니다.

6년 징역을 받은 직장 상사 이 씨가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는데요.

이 씨의 경우 이미 준강제추행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준강간 치사 등으로 혐의를 변경할 수 없습니다.

또 1심에서 검찰 구형보다 법원 선고 형량이 무거웠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 씨만 항소하고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때문에, 2심 재판부는 징역 6년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선택지가 없는 검찰로서는 이 씨의 제기한 항소를 기각해 달라는 요청 정도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원취재본부 지 환 기자[haji@ytn.co.kr]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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