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모르쇠, 골프는 OK'...구인장에 백기 투항!

'재판은 모르쇠, 골프는 OK'...구인장에 백기 투항!

2019.03.08. 오후 1:1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건강을 이유로 두 번이나 재판에 나오지 않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는 11일에 있을 재판 출석 의사를 밝혔습니다.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자 스스로 나오기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범환 기자!

전 씨가 앞서 '알츠하이머'다, '독감'이다, 이런 이유를 댔었는데 결국 재판에 나오기로 한 것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미 지난 재판 때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변호인이 다음 재판에는 나올 테니까 구인장 발부는 하지 말아 달라고 했기 때문인데요.

결국, 전 씨 측은 변호인을 통해 오는 11일 재판에 나오겠다고 알려왔습니다.

법원에서 구인장을 발부하자 자진 출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형사 재판은 민사재판과 달리 한 번은 꼭 재판에 나와야 합니다.

피고인이 맞는지 확인하고 혐의사실을 알리고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재판에 넘겨진 지 열 달 만에 비로소 전 씨의 재판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앵커]
전 씨는 그동안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서 건강 상태를 이유로 들었는데요,

지금은 건강이 좋아진 것으로 봐야 합니까?

[기자]
네, 전 씨 변호인 측은 전 씨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는 두 번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독감에 걸려 외출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댔습니다.

그런데 몸이 좋지 않아 재판에는 못 나온다면서 정작 골프는 친 것으로 보도되면서 공분을 샀는데요.

자신의 타수를 계산하고 치는 순서까지 기억한 것으로 알려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일었습니다.

일부 정치인은 이런 전 씨에 대해 '의학계가 놀랄 일'이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앵커]
전 씨의 혐의가 '사자 명예훼손'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입니까?

[기자]
네, 말 그대로 죽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입니다.

발단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 씨가 낸 회고록에서 5·18 때 헬리콥터에서 총을 쏘는 것을 봤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조비오 신부는 5·18 때 시민 대표로 계엄군과 협상하는 등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조 신부의 조카 등은 전 씨를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여러 가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실제로 헬리콥터 사격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전 씨가 거짓말로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앵커]
전두환 씨는 재판 때 부인 이순자 씨와 피고석에 나란히 앉게 되는데 이건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네, 전 씨 측은 부인 이순자 씨도 재판정에 나가게 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였는데요.

형사소송법에는 피고인의 건강 상태나 심리적 안정 등을 위해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이 동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인 이순자 씨는 남편 전 씨를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했는데요.

전두환, 이순자 씨 부부가 법정에 나란히 앉게 됐습니다.

[앵커]
전두환 씨 재판 출석을 보는 광주 분위기는 지금 어떻습니까?

[기자]
네, 5·18 민주화운동은 지난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가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독재에 시달리던 국민이 민주주의의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찬물을 끼얹은 건데요.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곧바로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5·18 민주화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후 계엄군의 발포로 무고한 광주시민이 스러지면서 광주 시민은 일제히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에 맞섰습니다.

당시에 광주시민은 '학살 원흉 전두환을 처단하자'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는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는데요.

이제 전 씨가 광주, 그것도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18 망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광주 시민의 재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습니다.

일단 5·18 단체 등은 성숙한 자세로 전 씨의 재판 출석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YTN 김범환[kimbh@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