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제주 4·3 수형인 희생자, 70년 만에 무죄

[취재N팩트] 제주 4·3 수형인 희생자, 70년 만에 무죄

2019.01.18.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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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년 만에 재심을 통해 제주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18명이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어제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사실상 무죄와 다름없는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관련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고재형 기자!

어제 재심 재판에서 사실상 무죄가 선고됐죠?

[기자]
네, 어제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는 제주 4·3 당시 수형인 희생자 18명에 대한 재심 선고가 있었는데요.

재판 시작 전부터 일찍 수형인 희생자들과 가족들이 법원을 찾았습니다.

대부분 기대 섞인 밝은 얼굴들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수형인 희생자 18명에 대해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위로했습니다.

수형인 희생자 18명에게는 공소 기각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입니다.

수형인 희생자와 가족들은 판결 이후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수형인 희생자의 소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동수 / 제주 4·3 수형인 희생자 : 오늘 같은 재판도 없이 형무소 생활까지 했습니다. 가슴에 한이 맺힌 것을 오늘날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재판부가 무죄가 아닌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네, 공소 기각 판결은 형식적 소송조건 흠을 이유로 공소를 무효로 해 소송을 종결시키는 형식적 재판입니다.

이번 재심에서는 다른 형사소송과 달리 18명에 대한 범죄 혐의나 형량 등을 기록한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이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공소장 등이 남아 있어야 그에 대한 심리를 통해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데요.

이번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겁니다.

남아 있는 기록은 수형인 명부가 전부인데요.

수형인 명부에는 제주 4·3이 한창이던 지난 1948년과 1949년에 군사재판을 받은 사람 2,530명이 기록돼 있습니다.

재판부는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내용과 진술 내용, 제주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등의 관련 자료들을 종합해 군법회의가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판단했는데요.

유죄 판결은 내려졌지만 당시 많은 수형인에 대한 예심조사나 기소장 송달 등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는 추정하기 어렵다고도 봤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군법회의가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18명에 대한 공소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앵커]
재심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재심까지 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재심하자는 의견은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4·3 단체 사이에서도 나왔었습니다.

그래도 재심을 선택했던 것은 생존 수형인 희생자들의 나이가 90세 안팎의 고령이기 때문입니다.

한 분이라도 더 살아 있을 때 명예를 회복시킬 방법을 찾다 보니 재심을 청구해보자고 해서 시작됐습니다.

본인 의지와 가족 동의 등을 거쳐 18명이 재심에 나섰습니다.

지난 2017년 4월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재심 청구 이후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후 어제 선고 공판에서 결국 무죄나 다름없는 공소 기각 판결까지 끌어냈습니다.

이번 판결을 담당했던 변호사 인터뷰 직접 들어보시죠.

[임재성 / 재심 재판 담당 변호사 : 저는 이게 무죄 판결보다 훨씬 더 나간 당시 제주 4·3 군법회의의 총체적인 불법성을 확인하는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훨씬 더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앵커]
수형인 희생자 18명은 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배상소송을 위해서는 판결이 확정돼야 하는데요.

아직 검찰이 어제 재판에 대해 항소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대로 공소 기각 판결이 나온 만큼 항소는 안 할 것으로 보여 판결은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형인 희생자 18명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앞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만큼 배상은 당연하다는 입장인데요.

재심 청구부터 판결까지 수형인 희생자와 함께 해 온 제주 4·3 도민연대 양동윤 대표 인터뷰 보시겠습니다.

[양동윤 / 제주 4·3 도민연대 대표 : 이분들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형사소송법에 의거해서 형사배상소송을 청구할 것입니다.]

[앵커]
국회에는 지금 제주 4·3 특별법 전문 개정안이 계류 중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제주 지역 국회의원인 오영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 4·3 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지난해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연내 통과에 힘썼지만 불발됐습니다.

전부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제주 4·3 당시 군법회의를 무효로 하고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인데요.

야당은 배·보상에 막대한 재원이 드는 문제, 군사재판 무효 문제가 보수 야당 입장에서는 이념적인 문제로 제기돼 쉽게 통과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 재심 판결이 야당을 설득하는 중요한 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 4·3 당시 군사재판이 불법이라는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온 만큼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제주에서 YTN 고재형[jhko@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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