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제천 화재 참사 1년...여전히 해결된 것은 없어

[취재N팩트] 제천 화재 참사 1년...여전히 해결된 것은 없어

2018.12.21. 오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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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써 꼭 1년이 됐습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참사를 겪은 제천 시민들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픔을 잊지 못한 채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현장에 취재기자가 나가 있습니다. 이성우 기자!

이 기자 뒤로 보이는 게 화재가 발생했던 스포츠 센터인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건물이 화재가 발생했던 스포츠 센터입니다.

건물은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데요.

다만 화재로 녹아버린 외벽이 조금 보수되고 가림막이 세워져 건물 저층부를 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화재 참사 당시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1년 전인 오늘, 이곳 스포츠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꽃이 일어났는데요.

불은 검은 연기와 함께 건물 전체로 삽시간에 번졌고, 결국 이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습니다.

특히 2층 여성 사우나에서는 제때 대피를 하지 못한 20명이 숨지는 가장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앵커]
제천 화재로 29명이나 목숨을 잃었는데 왜 이렇게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게 됐나요?

[기자]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먼저 화재 참사 당시 소방 고가사다리차가 도로 양쪽 갓길에 주차된 차량으로 제때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500m를 우회해 간신히 건물 앞까지 들어왔지만, 좁은 골목길로 인해 사다리를 제대로 펼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겁니다.

여기에 건물의 스프링클러는 물론 연기를 빼내는 배연창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20명이 숨진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엔 철제 선반이 놓여 탈출을 방해했고,

9층은 불법 개조되는 등 건물 자체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나마 화재 초기 건물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인명을 구조해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자신의 사다리차로 3명을 구조했던 이양섭 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양섭 / 제천 화재 당시 인명 3명 구조 : 화재에 노출되면 유압호스나 전기장치가 망가질 수 있는 그런 부분에서 안전에는 좀 미비한 장비죠 화재 진압에는, 사람을 구조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저희가 해 봤던 거죠.]

[앵커]
그러면 건물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건물주와 건물관리인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됐나요?

[기자]
화재 참사로 법적인 처벌을 받은 사람은 모두 5명입니다.

모두 건물 안전 관리와 인명 구조 소홀의 책임이 있는 건물주와 건물 관계자입니다.

1심에서 건물주 이 모 씨는 건물 안전관리 등의 책임을 물어 징역 7년을, 발화가 시작됐던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했던 김 모 씨와 그를 도운 관리부장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습니다.

또 인명 구조 활동을 소홀히 한 2층 여자 사우나 세신사와 1층 카운터 직원도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사법당국이 건물주 등의 책임은 인정했지만, 화재 당시 초기 대응 부실에 휩싸인 소방지휘부에 대한 책임 논란은 여전한 상태입니다

유족들은 소방지휘부 2명에 대해 처벌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앵커]
그러면 유가족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에 크게 반발하겠네요?

[기자]
네, 유가족들은 검찰의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 지휘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피해를 더 키웠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경찰 역시 소방당국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화재 당시 건물 2층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소방지휘부가 구조 지휘를 소홀히 했다고 보는 겁니다.

소방청 합동조사단도 생존자 파악 등 소방활동을 위한 정보 획득이 미흡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소방 지휘부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족은 검찰의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달 말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하고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가족 공동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민동일 /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공동대표 :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할거에요. 나중 결과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 유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해야 억울하게 돌아가신 29분의 영혼이라도 나중에 저희가 만나면 할 얘기가 있죠.]

[앵커]
마지막으로 최근 충청북도와 유가족들이 보상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과정에서도 마찰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충청북도와 유가족들이 보상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습니다.

소방지휘부에 대한 항고와 재정신청이 문제가 됐는데요.

유가족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충청북도는 협의하려면 소방지휘부에 대한 항고를 취하하고 재정신청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책위원회는 잠정 합의에 이르렀던 협상안 초안과 달리 충청북도가 소방지휘관에 대한 검찰 항고를 취하하고 동시에 재정신청도 포기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라는 과제보다는 제 식구만 감싸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충청북도는 도민 화합과 사태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다툼의 소지도 없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의는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스포츠센터 앞에서 YTN 이성우[gentl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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