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최규호, 호화 도피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는?

[취재N팩트] 최규호, 호화 도피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는?

2018.12.20. 오후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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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뇌물을 받은 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잠적해 8년여 동안 도피생활을 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최규호 전 전북 교육감인데요.

한때 사망설까지 나돌았지만, 지난달 검찰이 최 씨를 인천에서 붙잡았습니다.

호화 도피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뒤에는 3선 국회의원 출신, 친동생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있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백종규 기자!

8년 동안 도피생활이라, 대단한데요, 최규호 전 전북 교육감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두 차례나 전북 교육감을 지낸 인물인데요.

71살인 최 전 교육감은 지난 2007년 전북 김제에 있는 한 골프장 확장과정에서 교육청 소유 땅을 사는 데 편의를 준 대가로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아왔습니다.

최 전 교육감의 범행은 2010년 검찰에 꼬리가 잡혔는데요.

검찰이 2010년 9월, 최 씨를 직접 조사하려고 했는데, 출두하겠다고 해놓고서는 모습을 감췄습니다.

그리고는 8년 2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하다가 지난달 인천에 있는 한 식당에서 붙잡혀 구속기소 됐습니다.

[앵커]
일반적인 도피라고 하면 사람들 눈을 피해서 어렵게 지내왔을 것 같은데, 최 전 교육감은 호화스러운 도피생활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검거 당시 인천에 있는 아파트 3곳을 옮겨 다니며 교수행세를 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매달 700만 원이 넘는 생활비를 썼고, 차명으로 수억 원의 주식투자도 하고 주변에 돈까지 빌려줬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쓴 생활비가 4억9천만 원이었고, 차명으로 된 생활비 계좌가 3개, 주식계좌가 5개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취미활동도 해왔습니다.

골프는 물론, 테니스, 댄스 스포츠 등을 즐기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습니다.

또 병원에서는 천여 차례 진료도 받았습니다.

심지어 미용시술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말 그대로 호화 도피 생활을 하면서 한 겁니다.

[앵커]
도피가 아니라 호화 생활을 해왔던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나요?

[기자]
도피 초기부터 전폭적인 도움을 준 인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입니다.

둘 사이는 형제 사이인데요.

최 전 교육감이 형, 최 전 사장이 동생입니다.

도피 초기부터 동생인 최 전 사장이 차명 휴대전화와 계좌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는 수차례 통화하고 직접 만나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 전 사장은 자신들의 부하 직원들에게 신분증을 받아서 형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 자신의 이름으로 진료를 받게도 했습니다.

든든한 뒷배가 있었던 셈인데요.

최 전 사장은 형 도피 때는 국회의원, 형이 붙잡혔을 때는 농어촌공사 사장 자리에 있었습니다.

형이 구속기소 되자 최 전 사장은 결국 농어촌공사 사장직을 내려놓았고 검찰에 나와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앵커]
형은 도망치고 동생은 형의 호화 도피를 도왔네요.

결국, 형제는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호화 도피생활을 한 최 전 교육감은 구속기소 됐습니다.

첫 재판에서 수뢰 혐의, 그러니까 뇌물을 받은 건 인정했는데, 그 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도피를 도운 최 전 사장도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가족끼리는 범인 도피교사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사기와 전기 통신사업법,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가족이라도 제 3자를 통해 도주를 도우면 범인 도피교사가 인정되는데, 차명계좌나 휴대전화를 건넨 사람들이 도피를 돕는지 몰랐다고 진술하면서 증거 부족으로 이 혐의는 검찰이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도피에 도움을 준 사람 9명에게도 약식명령을 청구했습니다.

결국, 호화 도피를 한 형과 도피를 직접적으로 도운 동생은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앵커]
8년 동안 검찰이 최 전 교육감을 붙잡지 못한 이유도 궁금한데요.

지역에서는 최 전 교육감의 사망설과 검찰이 일부러 검거하지 않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돌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 전 교육감의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검찰이 붙잡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8년 동안 71살의 고령인 최 전 교육감의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동생이 국회의원 신분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지역 사람들의 의혹 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절대 최 전 교육감을 봐주거나 붙잡지 않은 것은 아니라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최 씨 형제가 도피 초기부터 차명휴대전화로 통화해 추적이 어려웠고, 수사관들에게 포상금도 내걸고 추적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의료기록을 토대로 최 전 교육감의 흔적을 찾았고, 결국, 8년 만에 붙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제 서라도 최 전 교육감을 붙잡아서 다행이다"라는 소회를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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