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 가동이 노동자의 죽음보다 급했다

벨트 가동이 노동자의 죽음보다 급했다

2018.12.17. 오후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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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요?

고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전에, 회사 측이 동료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다른 컨베이어벨트 가동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확보됐습니다.

이들이 작업한 컨베이어벨트는 김 씨의 시신이 끼어있던 벨트에서 1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이상곤 기자입니다.

[기자]
고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11일 새벽 3시 23분.

그로부터 30분 뒤 컨베이어벨트 하청업체 정비원들이 전화로 긴급 근무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사고로 컨베이어벨트가 멈췄으니 점검 차 가동을 중단했던 바로 옆 컨베이어벨트를 움직이게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태안화력 하청업체 정비 노동자 : 이거는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사람이 사고로 처참하게 죽었어요. 잔혹하게…. 반나절이 지난 것도 아니고 30분 만에 연락해서 들어오라고 해서 돌려야 한다고….]

경찰에 사망 사고를 신고한 새벽 4시 25분보다도 20여 분 정도 앞선 시각입니다.

시간상으로 볼 때 한국서부발전 측이 시신 수습을 하기도 전에 또 다른 벨트를 가동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설명입니다.

태안화력에 도착한 정비원들은 동료의 시신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1시간 동안 가동 준비 작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태안화력 하청업체 정비 노동자 : 돈 벌라고 들어오라고 한 거예요. 근로자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집에서 기르는 개만큼도 못하게 생각을 하는구나. 노예로 보는구나. 자괴감이 들었어요.]

시민대책위는 긴급 정비 인력을 투입하고 노동청 작업중지명령을 무시한 결정은 한국서부발전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서부발전은 컨베이어벨트를 가동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은 하청업체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신고보다도, 동료의 죽음보다도 급했던 컨베이어벨트 가동 작업.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반드시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할 부분입니다.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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