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1년..."집에는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포항 지진 1년..."집에는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2018.11.14. 오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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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 1년 전, 경북 포항에 큰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1000억 가까운 재산 피해가 났고 수능시험이 연기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지진의 참상에 온 국민이 놀랐고 모두 나서 빠른 복구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YTN이 다시 찾은 지진 피해 지역은 지진 때보다 나아진 게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지진의 피해가 커 주민이 살 수 없게 된 이른바 '전파 판정'을 받은 포항의 아파트 앞에 저희 YTN 취재기자가 나가 있습니다. 이윤재 기자!

흥해 지역은 진앙과 가장 가까워서 아파트 기둥도 많이 부서졌고 이재민도 많이 생겼던 지역으로 저희가 알고 있는데 1년 만에 다시 가 보니까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제가 나와 있는 곳은 포항 흥행 지역의 전파 아파트 가운데 한 곳입니다.

너무 심하게 부서져서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다고 판정이 내려진 곳인데요.

지진이 발생한 건 앞서 말씀드린 것해 지난해 11월 15일입니다.

이제 꼬박 1년이 됐는데 제 주변을 보시면 안타깝게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세히 한번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파트 현관의 모습인데요. 아파트 계단 아래쪽을 보면 가로로 길게 갈라진 틈이 보입니다. 아래쪽을 보면 곳곳에 쓰레기도 나뒹굴고 있는 모습입니다.

카메라를 바깥쪽으로 옮겨보겠습니다. 안전 펜스가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리창 같은 게 떨어지는 게 막기 위한 것인데요.

그대로 방치돼 있는 모습이고 아래쪽을 보면 아파트 기둥이 보이는데 휘어지고 또 콘크리트는 떨어진 모습입니다. 철근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달라진 것을 찾자면 이제는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 정도밖에 없습니다.

다른 곳도 사정은 거의 비슷한데요. 자료 화면 보면서 같이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필로티 건물 기둥이 부러졌던 원룸 건물입니다. 부러진 기둥을 보완할 보강 공사가 이뤄졌고, 건물 주변으로 철제 담장이 둘러쳐졌습니다. 하지만 이걸 제외하면 이곳 역시 위태롭고 을씨년스러운 모습 그대로입니다.

[앵커]
지금 1년이 지난 모습을 저희가 현장 화면으로 보여드리고 있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변화가 없는 건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기자]
포항 지역이 이렇게 다 방치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시설을 제외한 민간시설만 보이는 것처럼 이렇게 흉물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건데요.

피해가 심하던 흥해 초등학교는 건물 일부를 철거했고 포항 북구청도 부수고 다시 짓는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다시 말하면 공공시설은 정부 예산을 투입해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민간 시설의 경우에는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데요.

개인이 시설을 고치거나 주민들이 재개발을 추진하면 되지 않겠나 라고 생각할 수도있지만 재개발할 때 드는 자기 분담금, 결국에는 돈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나와 있는 이 아파트 경우에는 지진이 나기 전 집값이 60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재개발을 하려면 많게는 1억 6000만 원까지 돈이 든다고 합니다.

주민들 말을 그대로 옮기면 "그 돈이 있으면 포항 시내에서 살지 여기 살겠나"라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돈도 없고 지원금도 없으니 방치하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 포항 지역 한 곳은 재개발이 이미 시작됐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포항 환호동에 있는 대동빌라라는 곳입니다. 저희가 미리 가서 찍어뒀던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이곳도 폐허처럼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이곳은 최근에 재개발이 결정됐는데요. 포항시가 건설사 한 곳을 설득했고,이 건설업체가 이윤을 남기지 않는 원가 시공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주민들도 여기에 동의하면서 재개발이 시작됐습니다.

2~3년 정도가 지나면 다시 삶의 터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앵커]
다른 곳은 정말 이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가 이런 궁금증이 드는데 포항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기자]
포항시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우선 특별도시 재생지역으로 선정된 이곳 흥해 같은 경우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흥해 주변의 전파 공동주택은 모두 6곳인데 이 6곳의 부지를 모두 매입해서 공공시설이나 임대주택 같은 것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포항시 공무원의 말을 직접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이복길 / 포항시 안전도시사업과장 : 흥해 지역에 전파 공동주택이 6개 단지가 있습니다. 특별 도시 재생 사업으로 전파 공동주택을 모두 매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거점시설을 설치하고 그 주변 지역을 같이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또 도서관이나 노인 복지 시설 등도 만들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모두 중앙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행속도가 상당히 느린 게 사실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시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는 한데 이게 주민들 걱정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좀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새 집이 마련되기 전에 지금 살고 있는 임시주거 시설의 거주 기간이 끝나버리면 어떡하나, 그래서 길바닥에 나앉으면 어떡하나 이런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전파 공동주택에 살고 계시다가 지금은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 한 분 모시고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미선 / 전파주택 이재민]
안녕하세요.

[기자]
먼저 지난 1년 동안 생활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지 먼저 말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선 / 전파주택 이재민]
LH에서 지원해 주신 임대주택에 거주해서 1년 동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기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많고 재개발까지는 어려운 부분도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요.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선 / 전파주택 이재민]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아무 진척도 없고 지금 재건축을 해야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분담금이 1억 6000만 원이라는 많은 금액이 산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서민들이 사는 이 현실에서 어떻게 헤쳐나갈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정말로 지진에 관한 특별법을 우리 앞에서 일을 해 주시는 분들이 국회에 7건을 살의를 해 놓으셨다고 하는데 1건뿐이 통과가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특별법을 정말 우리 서민들, 우리한테 맞춰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고 또 재건축을 해서 우리 보금자리로 빨리 돌아올 수 있게 그렇게 앞에서 많은 일들을 좀 빠르게 정확하게 추진을 해 주셨으면 제일 감사하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정부나 포항시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떤 게 있는지 짧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이미선 / 전파주택 이재민]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특별법, 우리가 원하는 우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특별법을 빨리 통과시켜서 하루라도 빨리 우리 재건축 해서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 들으셨던 것처럼 전파 주택 같은 이재민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체육관에서 생활하는 이재민이 100명 넘게 있습니다. 또 희망보금자리 그러니까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주택에서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임시 주택에 사는 이재민은컨테이너 집이 기울어지고 창문틀이 뒤틀리는 등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하소연합니다. 정부나 시의 대책이 조금은 아쉽고 또 너무 늦어지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곤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부가 적극적으로 좀 더 나서야 할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민들도 하나같이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1년이 지났는데 1년 사이에 정부가 약속했던 것들 가운데 지켜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크게 바뀐 것은 두 가지 정도밖에 없다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도시재생지역을 지정하는데 재난지역을 특별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바꾼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자연 재난에 따른 복구 지원금인데요. 전파의 경우 900만 원에서 1300만 원으로, 반파는 450만 원에서 650만 원으로 올린 겁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급적용은 불가능해포항 지진 피해 주민들은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앞서 주민께서도 말씀을 주셨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7건 정도 발의됐지만 상임위 단계도 거치지 못한 법안이 대부분입니다.

지난해 흥해를 찾은 대통령과 총리, 장관 또 국회의원까지 모두 빠른 복구와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아직도 주민들은 먹고 자는 문제에서 완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는 사이 벌써 시간은 1년이나 지났고, 주민들은 이렇게 그냥 잊혀지겠지 하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포항 지진 1년, 현장을 다시 찾은 이윤재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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