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전담 인력 전무' 백두대간 보호지역 관리 허술

[현장24] '전담 인력 전무' 백두대간 보호지역 관리 허술

2018.10.15. 오전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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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장 24, 오늘은 엄격하게 관리돼야 할 백두대간 보호 지역이 마구 훼손된 현장을 고발합니다.

개인이 묘지를 고친다면서 보호지역 내 있는 나무를 마음대로 뽑고 등산로를 넓혔는데도 산림청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취재한 전국부 강릉지국 송세혁 기자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송세혁 기자!

상당히 반향이 클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일단 취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기자]
최근 야생동물 보호단체로부터 제보를 받았습니다.

한 개인이 묘지를 고친다면서 백두대간 보호지역 그것도 핵심구역을 중장비로 훼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은 백두대간 중에서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법률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는 곳인데요.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송세혁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리포트로 먼저 확인을 해 보고 다시 얘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강원도 삼척 댓재 부근 국유림입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 가운데 핵심구역입니다.

당연하게도 개발은 엄격히 제한됐습니다.

그런데 등산로 입구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화물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고 평평해졌습니다.

몇 년 전 모습을 찾아보니한눈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길이 수십 센티미터 깊이로 패여나가면서 주변 나무들은 뿌리가 드러났습니다.

쓰러지거나 꺾인 나무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누군가 길을 넓힌 것입니다.

[목격자 : 봄인지 여름인지 포크레인 끌고 들어가는 걸 봤거든요.]

등산로를 따라 500m 넘게 들어가자울창한 산림 한가운데 개인 묘지가 나타납니다.

산림을 파내 등산로에서 묘지까지 전용 길을 만들었습니다.

묘지 입구에 만든 진입로입니다.

굴착기로 산자락을 마구 파헤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묘지에는 석축을 새로 쌓았습니다.

높이 2m, 너비는 20m에 이릅니다.

주변에는 공사 때 잘려나간 나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묘지를 고친 마을 주민은 산자락을 망가뜨리면서 담당 관청과 상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은 산림을 훼손한 마을 주민을 조사하는 등 뒤늦게 조치에 나섰습니다.

[조범준 /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 : 백두대간 핵심구역은 공공사업을 하더라도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데 개인 묘지를 위해서 협의도 없이 이렇게 이뤄지는 것은 관리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큽니다.

산림청에는 보호지역을 현장에서 전담하는 인력이 한 명도 없습니다.

순찰을 한다지만 한 명이 많게는 산림 수천 헥타르를 맡다 보니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 댁에 어떤 사람이 몰래 들어가서 (망가뜨리면) 어쩔 수 없는 부분과 마찬가지죠.]

산림청이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지정한 지 14년이 됐습니다.

면적도 전국적으로 27만 헥타르에 이릅니다.

나 몰라라 하는 관청의 나태함에 개인의 욕심이 덧대져 백두대간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입니다.

[앵커]
화면에서도 봤습니다마는 백두대간 보호구역이 저렇게 훼손됐다는 게 상당히 안타까운데요.

송 기자가 직접 현장을 봤을 때 어땠습니까?

[기자]
저희가 지난주에 현장을 다녀왔는데요.

등산로 입구부터 한 500m 넘게 걸어 들어갔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산 대나무로 덮여 있던 등산로는 마치 임도처럼 변했습니다.

굴착기로 그것을 파내 넓히고 다진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는데요.

화물차 한 대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등산로가 패이면서 나무 뿌리가 드러났고 굴착기로 일부러 넘어뜨린 나무도 발견되었습니다.

묘지 입구는 더 심각했는데요.

묘지로 연결되는 길을 만들기 위해 굴착기로 산자락을 마구 파냈습니다.

산소 주변 나무도 베어냈습니다.

석축에 쓰인 돌을 옮기는 등 중장비가 다닐 길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때까지 왜 여기에 대한 제지가 전혀 없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담당 관청인 산림청에서는 그동안 뭘 했던 걸까요?

[기자]
훼손된 백두대간 지역은 태백국유림관리소 담당입니다.

태백국유림관리소는 저희가 취재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인력 부족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습니다.

마음먹고 훼손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태백국유림관리소는 뒤늦게 산림을 훼손한 마을 주민의 신원을 파악했습니다.

이 주민을 상대로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입니다.

산림을 훼손하는 등 백두대간 핵심 구역에서 위반행위를 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앵커]
처벌이 해결책만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요?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도 보셨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훼손된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담당하는 태백국유림 관리소 직원은 총 20여 명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들 공무원이 백두대간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산림 행정 등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는 겁니다.

더욱이 공무원 한 명이 많게는 산림 수천 헥타르를 담당하는데요.

1헥타르가 축구장 면적보다 크니까 축구장 수천 개 면적의 산림을 한 사람이 담당하는 셈입니다.
면적도 면적이지만 산이라는 특성 때문에 접근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은 백두대간 보호지역에 있는 다른 시도도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백두대간 보호지역에 대한 철저한 관리나 단속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앵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그러면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대책들을 마련해야 될까요?

[기자]
한반도 자연 생태계 척추로 불리는 백두대간 지역은 이미 도로나 광산 등 각종 개발로 훼손이 심각한 상태인데요.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원상회복을 시키기까지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은 강원과 충북 등 6개도 32개 시군에 걸쳐 면적이 27만 제곱미터에 이르는데요.

환경단체들은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담인력 확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 정기적인 순찰과 함께 드론이나 무인카메라 등을 활용한 일상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YTN 송세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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