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녀 내리는 데 문 닫으면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

단독 모녀 내리는 데 문 닫으면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

2018.01.24. 오전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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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달 전 단양역에서 출입문이 닫히면서 열차가 출발해 열차에서 내리려던 엄마와 6살 난 딸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두 모녀는 심리 치료까지 필요한 상황인데, 코레일이 고객 과실이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막막한 상황입니다.

이상곤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무궁화호 열차 출입문이 열리고 여성이 아이와 함께 내리는 순간.

갑자기 문이 닫히며 열차가 출발합니다.

바닥에 넘어진 여성은 출입문에 한쪽 다리가 낀 아이를 힘겹게 붙잡은 채 4m 정도 끌려갑니다.

다리와 허리 등을 다쳐 3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김명지 씨는 다른 승객들이 먼저 열차에 올라타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출입문이 다시 열렸다고 주장합니다.

[김명지 / 사고 피해 어머니 : 문이 열렸으니까 내리라고 하나보다 (생각했어요). 목덜미를 놓으면 아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김 씨는 현재도 심리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며, 6살 난 딸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등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계단. 계단. 계단."

하지만 이들에게 최근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고 당시 코레일이 치료비를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최근 보험사가 고객 과실이 있다며 태도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함흥용 / 사고 피해 아버지 : 안전사고 사각지대에 놓인 그런 곳에서 힘없는 시민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이 이렇게 없구나. 뼈저리게 느꼈어요.]

코레일은, 무궁화호 열차가 시속 5km를 넘지 않으면 손잡이를 당겼을 때 문이 열린다면서도 고객 과실을 입증할 증거는 내놓지 못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역에는 모두 3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열차 승강장에는 단 한 명도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열차도 예정된 시간보다 2분 정도 지연된 데다 승객들이 승·하차에 걸린 시간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선욱 / 전국철도노동조합 미디어소통실장 : 지난 10년간 안전보다는 이윤, 안전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면서 끊임없이 인력을 감축해온 결과가 이런 사고로 자꾸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레일은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으며,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이번 사고를 내사하고 있습니다.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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