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생생한데...서울 목욕탕 1/3 화재에 '속수무책'

'제천 참사' 생생한데...서울 목욕탕 1/3 화재에 '속수무책'

2018.01.02. 오후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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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복합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때 목욕 바구니가 가득한 선반이 대피로를 막아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서울에 있는 목욕탕과 찜질방을 전수 조사한 결과, 비슷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홍주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노원구에 있는 찜질방.

비상시 대피하는 통로를 합판으로 막아 창고로 쓰고 있습니다.

[소방특별조사반원 : 비상구를 막고 이렇게 못 나가게….]

여기서는 비상구가 아예 열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물 관계자는 한가로운 소리를 합니다.

[소방특별조사반원·건물 관계자 : 항상 열어놓아야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안 열리는지 우리도 이상하네?)]

비상구 문을 열어 봤자, 다시 장애물에 가로막히기도 합니다.

[소방특별조사반원 : 완전히 열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난할 때 장애가 충분히 될 수 있는 거라서 깨끗하게 치워 주시고….]

피난 방향으로 밀어서 열 수 있어야 하는 비상구 문을 반대로 설계한 곳도 많습니다.

[소방특별조사반원 :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구조는 미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당기는 구조라 잘못된 거고….]

목욕탕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방화문 앞에 따로 덧문을 설치하는 일도 흔합니다.

그런데 이러면 불이 났을 때 방화문이 덧문에 걸리면서 바로 열리지 않아 대형 참사를 낳을 수 있습니다.

[김명식 /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검사지도팀장 : 이런 상황에서 정전되고 제천 화재처럼 연기가 유입되면 사람들이 그 앞에서 밀어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똑같은 제2, 제3의 제천 화재가 나올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제천 화재 참사 다음 날부터 시내 목욕탕과 찜질방 전체를 불시 점검해, 1/3이 넘는 120곳에서 위법 사항을 찾아냈습니다.

적발된 업소에는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내려졌지만,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는 한 화재의 불씨는 여전해 보입니다.

YTN 홍주예[hongkiz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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