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갈등 '모바일 투표'로 푼다!

풀리지 않는 갈등 '모바일 투표'로 푼다!

2017.12.08. 오전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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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혐오 시설이 내가 사는 동네에 들어온다고 두 팔 벌려 환영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지방의회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인데요, 이런 문제를 '모바일 투표'로 해결하는 구청이 있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광주광역시 주월동에 있는 옛 보훈병원 자리입니다.

지난 2002년 병원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서 인적이 뚝 끊겼습니다.

3년 전에 관할 구청이 이 부지를 매입했지만, 어떻게 개발할지를 두고 주민 간에 의견이 나뉘면서 이렇게 폐건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럴듯한 공공기관이 들어와야 한다", "공동 주택이 답이다", 아니다 "극장 같은 문화 공간이 생겨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해결의 물꼬를 튼 건 '모바일 투표'였습니다.

전용 투표 앱을 만들어 참가 신청을 받고 직접 주민들에게 물었습니다.

두 번의 투표 끝에 참여자 80% 이상이 찬성하며 문화 공간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이순옥 / 광주광역시 사직동 : 전에 모바일 투표가 없을 때는 (궁금한 사안이 있어도) 의원님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구청에까지 와서 물어볼 수도 없었는데. 이런 시스템이 되니까 저희가 주인 된 기분이고 정말 좋습니다.]

광주광역시 남구청이 처음 모바일 투표를 도입한 건 지난해 6월.

불과 1년 반 만에 전체 구청 인구 4%인 만 명 가까이 투표 앱에 가입했습니다.

지금까지 18번 모바일 투표를 벌였는데, 주민 만6천 명이 넘게 동참했습니다.

평균 참여율 13%, 모바일 투표를 했던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비결은 이렇습니다.

그냥 하는 설문이 아니라는 믿음을 주려고 아예 훈령을 만들고 "설문 조사 결과는 최대한 정책에 반영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투표가 있을 때마다 유명 메신저를 통해 알림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최영호 / 광주광역시 남구청장 : (주민이) 진정성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무래도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우리가 참고 자료로 쓰는 게 아니라 결정의 개념으로, 그러니까 우리 주민들 다수가 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부분에 도입하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투표 참여자를 일정 수준 이상까지 높여야 한다는 숙제가 있지만, 꼬인 매듭을 풀 대안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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