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의문투성이 빗길 터널사고...의혹 자초한 도로공사

[취재N팩트] 의문투성이 빗길 터널사고...의혹 자초한 도로공사

2017.07.20. 오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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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0일 영동고속도로 강천터널 부근에서 빗길에 미끄러진 고속버스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승용차를 들이받아 1명이 숨졌습니다.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과 과정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 사고를 취재한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송세혁 기자!

우선, 사고 당시 상황부터 다시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죠. 사고는 어떻게 일어난 겁니까?

[기자]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 10일 오후 6시 40분쯤인데요.

화면을 보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경기도 여주시 영동고속도로 강천터널 부근 강릉 방향입니다.

고속버스가 터널에 들어서자마자 휘청거리기 시작합니다.

운전기사가 균형을 잡기 위해 좌우로 운전대를 돌려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이후 터널을 빠져나오기 직전 오른쪽 벽에 부딪힌 버스는 왼쪽으로 90도 급회전한 뒤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승용차를 덮칩니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는 숨졌습니다.

[앵커]
버스가 터널에 들어서는 순간 휘청거린 게 노면 불량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요?

[기자]
사고 당시 버스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속도가 시속 100km를 조금 넘었습니다.

버스회사 측은 과속을 인정하면서도 터널 진입로의 노면 불량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터널 안 노면이 바깥 노면보다 더 낮았는데, 최근 1차선을 포장하면서 쓰인 골재와 기름이 빗물과 함께 터널 입구 쪽에 고여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도 보셨지만 실제로 사고 버스는 터널에 들어서자마자 휘청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도로공사가 서둘러 노면을 깎아내는 바람에 노면 불량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게 됐다는데, 언제 깎아낸 겁니까?

[기자]
도로공사가 터널 안쪽과 진입로 노면을 깊이 1cm 정도로 깎아낸 것은 지난 13일, 그러니까 사고가 난 지 사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이 노면 절삭 공사는 애초 휴가철이 지난 뒤에 시행할 예정이었는데요.

도로공사는 사고로 부서진 가드레일을 교체하면서 터널을 통제한 김에 차량 바퀴 마찰력을 높이는 노면 절삭 공사를 앞당겨 시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경찰이 현장을 보존해달라는 요청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버스회사 측은 도로공사가 서둘러 노면을 깎은 것은 사고 원인을 은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 사고 터널은 우회도로가 있어서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통제한다고 해도 통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터널 입구에서부터 버스가 휘청거렸는데도 멈추지 못하고 터널을 벗어났는데요. 이 터널 길이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강천터널 길이는 340m입니다.

의문은 사고 버스가 터널 입구에서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했는데, 왜 터널 안에서 멈추지 못했느냐는 겁니다.

특히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등을 보면 사고 버스의 브레이크 등이 켜졌던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버스는 속도가 거의 줄지 않은 채 터널을 나가기 직전 오른쪽 벽에 부딪힌 뒤 왼쪽으로 90도 꺾여 반대 차선으로 돌진합니다.

90도로 급회전한 것도 단지 터널 벽과 부딪힌 충격 탓만인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 부분 역시 경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경찰 수사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8일 사고 당시 버스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에 이상이 있었는지 등을 정밀 감식했습니다.

또 경찰은 지난 13일 고속버스 회사를 압수 수색한 데 이어 병원에 입원 중인 버스운전 기사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버스 운전기사는 졸음운전을 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 조사됐고, 사고 버스 타이어는 마모한계선에서 2에서 5mm 여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 감식 결과를 토대로 버스의 결함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도로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도 수사할 예정입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 지금까지 송세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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