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맥주 공장 납품 화물차 두 달째 도로 점령

[취재N팩트] 맥주 공장 납품 화물차 두 달째 도로 점령

2017.07.18. 오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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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맥주 공장 앞에서 최근에 웃지 못할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장에 물건을 대는 화물차 수십 대가 불법 주정차 혐의로 잇따라 단속이 된 건데요.

차들이 두 달 가까이 공장 앞 도로를 점령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승배 기자!

맥주 공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화물차가 공장 앞 도로에 불법 주정차를 했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기자]
말보다는 화면을 보면 더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지금 영상에서 나오는 장소가 광주광역시 일곡동에 있는 한 도로입니다.

오른쪽을 보면 대형 화물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단순히 한두 대가 아니고요, 아예 도로 한 차선을 완전히 점령해버렸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나간 날이 어제, 월요일 오전이었는데요.

도대체 몇 대나 줄을 서고 있는지 궁금해서 제가 직접 세봤는데요, 마흔 대가 조금 넘었습니다.

일부 회전 구간에 차를 못 댄 것까지 합치면 이런 행렬이 무려 1km 가까이나 됐습니다.

무슨 줄 인가 따라가 봤는데요,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맥주 공장이었습니다.

[앵커]
맥주 공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화물차들이 저렇게 길게 늘어선 이유가 궁금한데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병 교체 작업 때문입니다.

맥주 회사가 지난 1월부터 병을 새로 바꾸면서 빈 병 수거차 운행이 늘어난 건데요.

화물차 기사들은 사실상 전국 스무 곳이 넘는 지역에서 차들이 몰려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비단 하루 이틀이 아니라, 지난 5월부터 그랬다고 합니다.

지금이 7월이니까 벌써 두 달이 넘었습니다.

화물차가 계속 밀려드는 바람에 기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줄을 서려고 새벽 3, 4시에 나오는데 보통 8~9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습니다.

일부 기사들은 하루 전에 미리 차를 주차해놓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물건 납품하려고 9시간 가까이 길바닥에서 기다리는 것도 황당한데 더 웃지 못할 일이 있다면서요?

[기자]
앞서 화면에서 보신 것처럼 맥주 공장 앞은 편도 2차선 도로입니다.

화물차가 한 차선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으니까 출퇴근 시간만 되면 주변이 꽉 막혀 버립니다.

당연히 시민들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화물차가 길을 막는 게 맞느냐, 불법 아니냐, 왜 단속을 안 하느냐, 구청과 경찰에 신고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단속반이 불법 주정차 혐의로 화물차에 전부 딱지를 끊어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구청에 단속된 화물차만 마흔 대가 넘습니다.

화물차 기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데요.

길바닥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도 황당한데 그것도 모자라 과태료까지 맞았으니 화가 난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그 과태료는 누가 내는 건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 상태로는 화물차 기사가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실제 부과된 과태료 고지서 사진 한 장을 구했는데요.

지금 나오는 화면입니다.

단속 카메라를 매단 차가 왔다 갔다 하면서 적발한 건데요.

고지서에 적힌 것처럼 과태료는 화물차 주인에게 부과됐습니다.

맥주 회사가 대신 내주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화물차 기사들이 꼼짝없이 생돈 4, 5만 원씩을 자비로 내야 하는 셈입니다.

[앵커]
화물차 기사들은 정말 억울하겠네요. 그런데 단속하는 경찰이나 구청도 처음에는 이렇게 강하게 나오지는 않았다면서요?

[기자]
공장 앞에서 현장 단속 나온 구청 관계자와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지난 5월쯤, 처음 이런 정체가 빚어질 때만 했을 때도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여겼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단속보다는 계도 차원에서 현장에 나와 "차를 빼달라"고 요청을 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계속됐다고 밝혔습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광주 북구청은 회사 측에 공문을 세 차례 보냈고 전화로도 수차례 해결 방법을 찾아달라고 얘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두 달이 넘도록 회사 측이 뚜렷한 방법을 내놓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구청의 설명입니다.

구청 단속반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시민들이 불편을 많이 느끼고 사고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민원이 계속 들어오는데, 단속을 안 하고 가면 그것도 민원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구청도 무작정 단속하기도, 그렇다고 봐줄 수도 없는, 참 답답한 입장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해당 맥주 회사인 OB 맥주 입장은 뭔가요?

[기자]
OB 맥주도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신병 교체 작업과 맞물려 여름 성수기까지 겹쳐 제품 출하차 차들이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병을 새로 바꾸는 작업은 올 하반기까지 계획이 잡혀있어서 우선 화물차를 분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는데요.

차들이 공장 입구 쪽에 몰리지 않게 대기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을 찾는 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방법을 찾아보겠다",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는 사이 두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화물차 기사들은 물론이고 경찰과 구청 직원, 그리고 이곳 시민들까지 꽉 막힌 길에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대기업답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승배기자였습니다.

이승배 [s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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