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만에 뽑힌 일제 쇠말뚝

70여년만에 뽑힌 일제 쇠말뚝

2012.08.15.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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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뽑아도 뽑아도 계속 발견되는 일제 쇠말뚝.

대체 얼마나 더 우리땅에 박혀있는 걸까요?

광복절을 맞아 땅끝마을 해남에서 최근 발견된 일제 쇠말뚝 하나가 속 시원하게 뽑혔습니다.

황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암반 중앙에서 쇠말뚝 하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두께 2.7, 길이 53cm 가량의 팔각 쇠말뚝입니다.

어찌나 세차게 내리쳤는지 윗부분은 약간 휘었습니다.

[인터뷰:강형식, 전남 해남군 황산면장]
"3일간 시도했습니다. 수작업으로... 그랬는데 별로 진척이 안되고 이 돌이 워낙 강해서 안되겠다 해서 포크레인을 동원했습니다."

일본이 명반석을 수탈해가기 전까지만 해도 옥매산 정상 높이는 173.9m.

하지만 일제 후기 옥매산에 매장된 명반석을 대량 채광해가면서 높이는 168m로 낮아졌고, 정기가 흐르는 현재의 정상에 쇠말뚝을 박아놓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인터뷰:변남주, 목포대학교 교수]
"쇠말뚝 주변부를 석회석으로 밀착을 시켰고 5cm 정도 노출된 부분을 감추기 위해서 시멘트로 밀봉한 방법은 (전형적인) 일제의 수법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옥매산 쇠말뚝'이 모습을 드러나자 마을 주민들은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맺힌 액을 풀고, 끊어진 정기를 잇기 위해 평안기원제를 열었습니다.

또 태평양 전쟁 당시 제주도 방공호 공사에 강제동원됐다 해방 뒤 고향으로 돌아오다 선박화재로 수장된 광부 120여 명의 혼도 위로했습니다.

[인터뷰:김명환, 전남 해남군 황산면]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발견을 해서 오늘 이렇게 뽑아버리니까 속이 참 시원하고 좋습니다. 왜놈들이 끝까지 이렇게 사람을 골병을 주려고 했던가 싶어서 마음이 편치 않네요."

일제 쇠말뚝 뽑기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래 그동안 발견된 쇠말뚝만 해도 전국적으로 수백 개.

광복 67주년이 되어서야 뽑힌 옥매산 쇠말뚝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이것이 마지막이기를 기원했습니다.

YTN 황혜경[whitepaper@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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