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날아오른 '무관의 제왕' 즈베레프..'거인의 시대' 임박?

[와이파일] 날아오른 '무관의 제왕' 즈베레프..'거인의 시대' 임박?

2021.11.23. 오전 05: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와이파일] 날아오른 '무관의 제왕' 즈베레프..'거인의 시대' 임박?
AD
어제(22) 새벽 끝난 남자테니스 연말 왕중왕전, 최후의 승자는 즈베레프였습니다. 라운드로빈 경기에서 패배를 안겼던 '천적' 메드베데프에 보란 듯이 설욕.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습니다. 아직 메이저 타이틀은 없지만 벌써 두 번째 ATP 파이널 정상 정복. ‘빅 3’ 나달도 이루지 못한 업적입니다. 본인도 만족했습니다. ATP와 인터뷰에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라고 입을 다물지 못하더군요.

'괄목상대' 서브.. 끈질긴 랠리도 장착

그럴 만도 한 것이 최근 3주 사이 2연패를 비롯해 최근 메드베데프와 상대 전적 5연패를 끊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결승 무대에서 말이죠. 각각 24살과 25살, 랭킹 2위와 3위, 키 198cm의 장신. 둘 다 러시아 혈통이라는 공통점 말고도 강력한 서브와 견고한 백핸드, 포핸드 한 방 등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2m에 육박하는 거한들이지만, 운동 능력은 놀랍습니다. 과거 샘프라스와 '빅 3' 등 185cm 전후의 아담한(?) 선수들이 지배하던 코트를 빅맨들의 세계로 바꿔 놓았으니까요. 수비만 놓고 보면 메드베데프가 한 수 위지만, 즈베레프에게는 속된 말로 ‘그분이 오면‘ 조코비치도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습니다. 어제 그 부분이 제대로 발휘된 것이죠. 파이널 진출 8강 중 5명이 190cm 이상이니 큰 키는 이미 대세입니다
도쿄에서도 조코비치의 ’골든 슬램‘ 꿈을 날리지 않았습니까? 이번 대회 조코비치와 4강전에서는 끈질긴 베이스라인 스트로크와 결정타로 이겼습니다. 결승전에서는 서브가 가장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약점이 없어진 것이죠. 거의 쓰지 않던 서브 앤 발리로 메드베데프에게 쏠쏠하게 점수를 따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파' 즈베레프, '사파' 메드베데프?

아재월드에서 회자되는 김용 소설 사조영웅전. 강호 5대 고수 중 ’정파‘ 북개 홍칠공은 항룡십팔장과 타구봉법 등 최강의 무공을 익혔음에도 번번이 ’사파‘ 서독 구양봉의 사악한 합마공에 당했습니다. 김용 월드의 최강자 왕중양은 천하제일을 꿈꾸는 구양봉의 발호를 경계했습니다. 일등대사에게 자신의 독문 절기 ’선천공‘을 전수해준 적이 있는데요. '빅 3'에 이어 테니스계 5대 고수 반열에 들기에 충분한 즈베레프. 메드베데프와 비슷한 내공임에도 거미줄 수비와 견실한 플레이에 범실을 남발하며 최근까지 연패했습니다. '우아미의 극치' 페더러에는 못 미치지만 폼이 상당히 예쁜 즈베레프가 정파라면, 어딘가 '없어 보이는' 메드베데프는 사파에 가깝지 않나요? 애꿎은 라켓을 패대기 치며 화풀이하던 즈베레프가 극적으로 환골탈태한 걸 보니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선천공, 혹은 일등대사의 일양지 같은 절대 기연을 얻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직은 무관의 제왕.. "다음은 세계 1위?"

ATP 홈피도 극찬했습니다. ”가장 높이 날아오른 즈베레프, 다음은 세계 1위?’(Zverev Is Flying As High As Ever; Is World No. 1 Next?)라고 평가했습니다. 약점이었던 세컨서브 게임 보완이 올해 대활약의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무시무시한 첫 서브에 비해 더블폴트를 남발하던 즈레베프의 세컨 서브는 안습 수준이었죠. 서브할 때마다 굳이 배를 보여주는 습관 역시 일부 팬들에게는 미스터리였습니다.

'바쁘다 바빠’ 조코비치

ATP가 주목한 부분은 현재 세계 1위 조코비치와 2, 3위 메드베데프, 즈베레프의 랭킹 포인트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 올해 조코비치가 3개 메이저 타이틀을 휩쓸면서 랭킹 점수를 지켜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은 아주 바쁜 한 해가 될 거라는 예상이었습니다. US오픈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낸 메드베데프에 비해, 아직은 메이저 ‘무관의 제왕’인 즈베레프는 그다지 잃을 것이 없습니다.

'거인들의 시대' 오나?

도쿄에서 즈베레프에 패하고, US오픈 준결승과 결승에서 각각 두 선수에게 협공을 당해 생애 최고의 꿈이 좌절된 조코비치. 내년 시즌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았습니다. 9번이나 우승을 일군 '텃밭' 호주오픈 출전이 불투명합니다. 자신보다 10cm나 크고, 나날이 격차를 좁혀오는 후배들. ‘조코천하’는 이어질까요?(사진출처 : ATP 홈피 / 즈베레프 SNS / 일본 고단샤 / 중국 CCTV)


YTN 서봉국 (bksuh@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