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독이 든 성배' 프로야구 선수협 회장, 그리고 최동원

[앵커리포트] '독이 든 성배' 프로야구 선수협 회장, 그리고 최동원

2020.12.03. 오후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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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단체, 선수협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대호 회장과 판공비를 둘러싼 논란 때문인데요.

쟁점은 3가지입니다.

회장 판공비를 2천4백만 원에서 6천만 원으로 올린 게 '셀프 인상'인지, 판공비는 왜 개인계좌에 현금으로 지급됐는지, 이 돈은 적합하게 쓰였는지,

관련 내용 짚어봅니다.

판공비 인상 결정은 이대호 현 회장 당선 전에 이뤄졌습니다.

다만 올리기로 한 결정에 이사회 구성원이었던 이대호 선수 역시 참여했고, 의견도 냈습니다.

당선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당시 회장 생각이 없었고, 지원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맡은 것이라고 이대호 선수 측은 반박했습니다.

[이대호 /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 솔직히 제가 당선될 줄 알았으면 그런 말 꺼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당선되는 제 입으로 판공비 올리자고 하면 언론이 있는데 저한테 손해가 되는 일입니다. 너무 회장단 안 하려고 하는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나서게 하려면….]

개인계좌로 들어간 판공비 6천만 원, "이대호가 뭐가 아쉬워서"라는 누리꾼 반응도 있습니다.

사실 이대호 선수 올해 연봉 25억 원에 비하면 아주 적은 돈이죠.

하지만 판공비는 프로야구 선수라면 연봉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모두 연봉의 1%씩을 내 만들어지는 협회비에서 지급됩니다.

사용처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법인카드'로 판공비 지급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대호 측은 판공비가 사실상 회장 급여 개념이었기 때문에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받았다는 입장인데요, 사실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고 '관행'처럼 이어져 왔죠.

어디에 썼는지 공개할 의향을 묻자 앞으로 법률적 검토를 통해 문제가 없다면 공개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대호 / 프로야구 선수협회장 : 후배 만나서 밥을 산다든지 선수협 관련된 사람 만나서 산다든지 서울 왔다 갔다 하는 경비로 썼습니다. 20년 전에 생길 때부터 회장이라고 해도 법인 카드는 지급이 안 되고 계속 현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직 나오고 싶지 않았다, 진짜 잘해도 누가 좋아해 주는 자리는 아니다"

기자회견에서 이대호 선수의 솔직한 답변이었습니다.

'독이 든 성배'가 돼 버린 선수협 회장직, 정말 어렵게 선수협이 만들어져서 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창립은 2000년이지만, 선수협 논의 시작은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상 초유의 한국시리즈 4승 투수, 롯데 에이스였던 고 최동원 선수가 주도했는데요.

후배들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구단은 곱게 볼 리 없었겠죠.

결국, 시즌이 끝나고 롯데에서 삼성으로 강제 트레이드됐고 2년 뒤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게 선수협 사태 탓만은 아닐 겁니다.

그해 연봉 협상 잡음도 있었고, 과거 혹사가 가져온 신체 능력 하락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당시 최동원 선수는 8,91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굳이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아도 부가 보장되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올해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2,700만 원.

2015년 기준 선수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8.3년입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10년 넘게 뛰는 선수도, 반면 20대 초반의 나이에 방출돼 새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약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선수협, 이번 사태가 선수협의 변화로 이어질지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그래픽 :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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