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길 잘못 든 상대에 '동메달' 양보..."그게 더 정의롭기 때문"

[앵커리포트] 길 잘못 든 상대에 '동메달' 양보..."그게 더 정의롭기 때문"

2020.09.22. 오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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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과 사이클, 그리고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철인 3종 경기,

너무 힘들어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불리는데요.

3위로 결승선 통과를 코앞에 둔 선수가 발걸음을 멈추고 경쟁자를 기다렸다 동메달을 양보했습니다.

어떤 이유였는지 영상으로 보시죠.

한 선수가 황급히 코너를 돌다 상대 선수에게 추월당하고 펜스에 부딪힙니다.

그러자 앞서 달리던 선수, 뒤를 돌아보고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속도를 줄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결승선 앞에서 아예 멈춰서 뒤따르던 선수가 먼저 들어올 수 있게 해줍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대회 영상인데요,

양보한 선수는 스페인 국적의 21살 디에고 멘트리다 선수, 뒤따라오던 선수는 영국의 제임스 티글이었습니다.

영상을 다시 보면, 애초에 두 선수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마지막 코너로 진입합니다.

경기 내내 3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코스를 착각해 다른 길로 빠졌고, 급하게 원래 코스로 돌아와 코너를 돌려다가 역전당한 겁니다.

그 과정에서 두 선수가 약간 겹치기도 했죠.

티글은 철제 펜스를 손으로 짚은 뒤에야 머리를 치며 허둥지둥 돌아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3위로 올라선 멘트리다 선수,

'경쟁자의 코스 착각'이라는 요행으로 이기지 않겠다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스스로 속도를 늦췄고,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경기 끝난 뒤 두 선수, 다시 한 번 악수와 함께 포옹을 나눴습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역행'하는 이 같은 스포츠 정신에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윌 스미스도 극찬했고,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해당 영상을 보고 응원 댓글을 달았습니다.

대회 본부는 멘트리다에게 명예 3위 메달과 함께 동메달 상금도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양보한 본인은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결과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그게 당연했다"

"그는 동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었고, 그게 더 정의롭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멘트리다 선수는 마드리드의 한 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 스포츠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데요.

학업 시간을 쪼개가며 이번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SNS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그리고 운동 클럽에서 가르쳐 준 것이었기 때문에 (양보가)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동메달을 양보받은 영국의 티글 선수 역시 "믿을 수 없는 스포츠맨십"이라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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