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증거' 40여 일 묵살...'최숙현 사태' 조사 결과 발표

'결정적 증거' 40여 일 묵살...'최숙현 사태' 조사 결과 발표

2020.08.28. 오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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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폭행 등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가 사망한 지 두 달 만에 정부가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도움을 요청하고도, 관계 기관의 묵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 더 구체적으로 확인됐는데요.

문체부의 조사 발표에 대한체육회가 즉각 반발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양시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고 최숙현 선수가 사망 두 달 전, 대한체육회에 접수한 진정서입니다.

폭행과 폭언, 금품 갈취 등 입에 올리기도 힘든 피해 사실을 일일이 나열한 최 선수는 폭행 상황을 녹음한 USB 파일이 있음을 진정서 2곳에 적시했습니다.

애초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서면으로 내라는 상담사의 요구에 다시 힘겹게 용기를 낸 건데, 어찌 된 영문인지 핵심 증거인 녹취 파일의 존재는 조사관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클린스포츠센터가 녹취록을 확인한 건 40여 일이 지난 5월 18일.

이후에도 체육회의 부실 조사는 이어졌습니다.

다시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대면 조사는 하지 않고, 이번엔 폭행을 부인하는 가해자들의 진술서를 반박할 추가 증거를 내놓으라고 오히려 최 선수를 압박한 겁니다.

체육회뿐만 아니라 철인3종협회와 경주시 체육회까지, 체육 유관 단체들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부실 대응과 묵살로 일관했다는 게 특조단의 발표 핵심입니다.

[최윤희 /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 대한체육회 등 체육 단체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 부실 조사 및 선수 인권보호 체계의 총체적 관리 소홀로 인해 적기에 필요한 구제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조단은 체육계 수장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는 엄중 경고를 내리고, 행정 책임자인 김승호 사무총장은 해임을 건의했습니다.

또 철인3종협회에 대해선 수사 의뢰를 예고했습니다.

2차례의 폭행 피해 제보를 묵살했고, 가해자에게만 폭행 여부를 확인하면서 피해자 이름을 거론해 현행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의 조사 발표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의신청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YTN 양시창[ysc0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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