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듀스때 쫄긴요, 복기해야죠"...'탁구신동' 신유빈

[와이파일]"듀스때 쫄긴요, 복기해야죠"...'탁구신동' 신유빈

2020.04.06.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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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듀스때 쫄긴요, 복기해야죠"...'탁구신동' 신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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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미마’ 서브 아니에요, ‘신유빈 서브’에요.“ 최근 만난 16살 탁구신동 신유빈의 게임 모습을 보며 제가 서브 품평을 하자, 대뜸 받아친 말입니다. 요즘 다시 대세가 된 이른바 ‘shovel serve’(세이크핸드 라켓을 삽처럼 세워 들고 언더스핀/톱스핀을 비슷한 폼으로 넣는 서브)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한 마디 한 것인데, 신유빈 선수가 발끈한 것이죠. 그만큼 자기 탁구, 서브에 자부심이 있다는 증거라고나 할까요, 실제 ”닮고 싶은 이상형이 누구냐” 물었을 때도 “누구를 따라하기 보다는 자기 탁구를 하고 싶다“고 했던 신유빈이기도 합니다.

5살부터 탁구신동...14살 최연소 국가대표

2009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탁구신동’으로 유명세를 탄 신유빈은 만 14살이던 지난해 사상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2013년 초등학교 3학년 때는 국내대회에서 대학생 언니를 압살(?)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세계랭킹 96위에 키 168cm, 탁구선수로는 꽤 큰 편인데, 탁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신수현 씨는 “탁구는 중심이 낮을수록 좋기 때문에 지금이 딱 좋다“며 더 성장하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더군요.

탁구IQ 최고...포핸드 파워 키워야

탁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유빈의 탁구 지능이 최고라고 평가합니다. 상대방의 회전을 읽는 눈, 순발력, 그리고 노련한 경기운영까지 모든 걸 갖췄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백핸드 드라이브와 컨트롤은 이미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직 어린 만큼 포핸드 드라이브 파워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에이스들을 잡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포핸드를 잡고, 포핸드 범위와 파워를 키워야 한다” . 소속팀 대한항공 강문수 감독의 냉정한 평가입니다. 현재 일본 에이스이자 중국 선수 킬러인 세계랭킹 3위 이토 미마를 봐도 까다로운 서비스와 백핸드 못지않게 ‘원샷원킬’ 포핸드 스매시가 일품입니다. 역시 중국의 10대 선수, 차세대 대표주자 쑨잉샤도 남자선수 못지않은 포핸드 파워를 갖췄습니다.

즐기는 탁구...강한 멘탈 강점

최근우리나라 여자탁구는 이렇다 할 스타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대표팀 감독이 에이스 선수와 불화 끝에 사퇴하는 해프닝도 빚었죠. 세계 수준과 격차는 물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때는 단체 8위의 치욕까지 맛봤습니다. 잇단 중국 출신 귀화선수 영입으로 자체 경쟁력이 약해지고, 특징이 뚜렷한 중국과 일본에 비해 이도저도 아닌 탁구 스타일 탓에 ‘탁구신동’으로 불리던 선수도 소리 없이 사라졌던 것이 여러 번입니다. 올 초 도쿄올림픽 예선전에서 간신히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딴 것도 신유빈 선수의 활약 덕분입니다.

[와이파일]"듀스때 쫄긴요, 복기해야죠"...'탁구신동' 신유빈

제가 만난 신유빈은 평소에는 발랄한 10대 소녀이지만, 연습 때만 되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선수였습니다. 연습상대들이 남자선수로 바뀐 지도 오래입니다. 무엇보다 수동적인 탁구가 아니라, 즐기는 탁구, 듀스 상황 같은 위기 때도 쫄지 않는 멘탈이 돋보였습니다. 신유빈의 얘기입니다. “듀스 상황 때 쫄 시간이 어디 있어요? 게임 내용 복기한 뒤 승부수 던진 뒤 이겨야죠.”

중국에 밀리고, 일본에도 치이고...난세 영웅 될까?

신유빈은 지난해 ‘남자버전‘ 탁구신동인 조대성과 함께 짝을 미뤄 체코오픈 혼합복식에서 우승했습니다. 상대가 세계 최정상급인 일본의 이토 미마-미즈타니 선수인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였습니다. 복식 경기이긴 하지만, 속된 말로 우리 여자 선수들은 이토만 만나면 ‘그냥 서 있다’ 나오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한 여자부 지도자는 “앞으로 10년간 우리 선수들이 이토를 이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 이토 미마와 단식에서 몇 차례 격돌한 신유빈은 비록 지기는 했지만, 상대 서비스와 플레이에 주눅 들지 않는 대범한 모습을 보여줘 희망을 던졌습니다.
신유빈은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준비할 시간이 많아져 좋다”고 쿨하게 답했습니다. 과연 난세에 영웅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이미 여자탁구의 희망 신유빈의 ‘삼촌팬’이 된 저는 신유빈 선수의 ‘무한긍정 에너지‘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사족 한 마디: 맨 위 표지 사진은 얼마 전 생활탁구 동호인인 저에게 넉넉하게 핸디를 주고 이긴 뒤 환호하는 모습입니다.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처럼 '참레슨'을 받았습니다.

##서봉국[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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