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결승행...한국축구 새 역사

U-20 월드컵 결승행...한국축구 새 역사

2019.06.12. 오후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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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오동건 앵커
■ 출연 : 허재원 / 스포츠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랜만에 듣는 승리의 박수 소리였습니다. 우리나라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에콰도르를 꺾고 FIFA가 주관하는 남자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습니다.

우리 축구 역사를 다시 쓴 위대한 업적입니다. 스포츠부 허재원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죠. 안녕하십니까?

우리 젊은 선수들, 일단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업적을 남겼다 이렇게 지금 표현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축구를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 축구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큰 업적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1983년에 20세 이하 월드컵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까지 오른 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걸 뛰어넘는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뤄낸 겁니다.

여자 축구는 2010년에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적이 있는데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국제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건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결승전은 일요일 새벽 1시인데요.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우크라이나와 대망의 결승전을 치르게 됩니다.

[앵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어쨌든 결승전에 올랐다는 사실이 정말 감격적입니다. 경기를 다시 살펴보죠. 이번에도 이강인 선수의 송곳 같은 패스가 아주 주효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경기는 조금 다르게 치렀습니다. 조별 예선부터 8강전까지 이전 경기들을 살펴보면 선 수비, 먼저 잠근 다음에 후 역습, 역습을 펼치는 그런 위주의 경기를 펼쳤는데 오늘 경기는 오세훈과 이강인을 앞세워서 초반부터 날카로운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경기 장면 보시면서 얘기 나눠보시죠. 기다리던 골이 전반 39분에 나왔는데요. 이강인이 상대 수비가 자리를 잡기 전에 재빨리 프리킥을 했고 2선에서 침투한 수비수 최준 선수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골문을 갈랐습니다.

이강인 선수의 재치 있는 장면인데요. 동작이나 표정 모두 프리킥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상태에서, 마치 연기를 펼치는 것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게 패스를 했습니다.

오로지 이강인과 최준 두 선수만 눈을 마주치고 작품 같운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최준 선수의 얘기 들어보시죠.

[최 준 / U-20 축구대표팀 : 저희 둘이 눈이 맞고, 저는 먼저 뛰었는데 강인이가 패스를 넣어줘서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반격에 나선 에콰도르의 공격도 매서웠는데요.캄파나 선수의 슛이 이제 나오는데요. 이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옵니다. 그래서 한숨을 돌렸고.

그다음에 에스피노자 선수도 중거리슛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광연 선수의 선방에 막힙니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에는 에콰도르가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을 다시 차 넣어서 골을 만든 장면도 있었는데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명되면서 한숨을 돌렸습니다.

또 종료 직전에도 캄파나 선수의 결정적인 헤딩을 수문장 이광연 선수가 신들린 선방으로 막아냈습니다. 결국 1:0 승리를 거두고 결승 진출을 확정했는데요.

오늘 계속해서 선방을 펼친 이광연 골키퍼의 얘기도 들어보시죠.

[이광연 / U-20 대표팀 골키퍼 : 선수들이 앞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또 골까지 넣어주니까 자신감이 붙어서 이거 무조건 다 막아줘야 되겠다.]

[앵커]
일단 결승까지 올라온 팀, 잘한 선수들 당연히 있겠지만 전술을 운용하는 감독의 전술도 중요합니다. 이번에 정정용 감독은 정말 변화무쌍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굉장히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4강전이잖아요. 준결승이라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바꾸는 어떻게 보면 모험을 걸었는데 그동안 출전 시간이 짧았던 김세윤과 고재현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투입했습니다.

이 선수들이 체구는 작지만 굉장히 빠르게 뛰어다니는 스타일이거든요. 이강인과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이강인이 해 줄 역할을 이 선수들한테 먼저 맡긴 겁니다.

이 선수들이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니면서 이강인이 체력 부담을 덜 수 있었고요. 덕분에 힘을 아낀 이강인 선수가 전반 39분 재치있는 프리킥으로 최준의 결승골을 끌어낸 겁니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들어서는 일찌감치 김세윤 선수를 빼고 맏형 조영욱 선수를 투입해서 공격진의 스피드를 강화했고요.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후반 27분에는 이강인까지 빼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수비벽을 더 탄탄히 쳤습니다. 정정용 감독의 얘기 들어보시죠.

[정정용 /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 : 수비적으로 하려면 조금 더 뛰는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강인에게 물어보고 상태를 확인하고 (교체)했습니다.]

[앵커]
다 이 과정을 확인을 하면서 선수들과 소통을 하면서 진행을 하는군요. 정정용 감독은 학위 공부도 하시고 공부하는 지도자로 상당히 유명하더라고요.

[기자]
정말 이번 대회에서 그동안 정정용 감독이 갈고닦았던 그런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매 경기 상황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전술을 정말 유연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우리보다 강하다, 이런 전제 아래 전반에는 수비에 집중하는 스리백 전형을 쓰고 상대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포백으로 바꿔서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런 전술로 강호들을 계속 침몰시키고 있는데요.

세계 축구계가 주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정 감독이 국가대표는커녕 프로팀에서도 뛴 경험이 없는 축구계에서는 대표적인 흙수저거든요.

묵묵히 10년 넘게 유소년 육성에 집중해왔는데 우리나라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주인공이 됐습니다.

[앵커]
현대 축구에서 전술 변화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느껴지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민감하다, 빠르다라는 느낌을 줍니다.

이제 이강인 선수 이야기를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결승골도 결국에는 이강인 선수의 발에서 시작이 됐습니다.

[기자]
정말 이강인 선수 보고 있으면 입이 쩍 벌어지는 패스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강인 선수가 2001년생입니다. 2000년대에 태어난 선수인데요.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 대부분 1999년생이니까 2살 어린 막내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에서는 사실상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면서 별명이 막내 형이거든요.

예를 살펴보면 훈련할 때 음악을 틀어주는데 꼭 이강인 선수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선곡을 한다고 하고 경기 전에는 이강인 선수가 형들한테 애국가 좀 크게 따라부르자 이렇게 제안을 해서 선수단 모두가 애국가를 크게 부르기도 합니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형들을 일일이 챙기기도 하면서 형들에게 막내 형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1골, 도움 2개를 기록했고 4강전에서도 결승골을 만들어내면서 에이스가 어떤 건지 정말 보여줬습니다. 이강인 선수의 소감도 들어보시죠.

[이강인 /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공격수 : 저는 항상 이 팀을 믿었어요. 감독님, 코칭 스태프도 그렇고 형들도 진짜 능력 있는분들이고 좋은 선수들이어서 간절하고 한 번은 우승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결승까지 오게돼서 기뻐요.]

[앵커]
이강인 선수, 사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언제 뜨나 기다렸던 부분이 있는데 이강인 선수가 사실은 6살 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상당히 알려졌던 선수잖아요.

저희가 그 영상을 준비해 봤는데요. 그대로 말 그대로 그 당시부터 신동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강인 선수는 이름보다 슛돌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졌는데 지금 보시다시피 2007년이었죠. 한 지상파에서 방영한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때 보시면 고급 기술들을 다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마르세유턴, 라보나킥 이런 기술들 다 구사하는데 득점력은 물론이고요.

6살 나이에 노련한 경기 운용까지 선보였습니다. 승부욕도 워낙 강해서 될성 부른 떡잎으로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그 뒤에 10살 때 스페인으로 일찌감치 유학을 떠났고 발렌시아와 6년 계약을 하면서 무럭무럭 성장을 했습니다.

[앵커]
이강인 선수가 일단 결승전까지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이 대회의 최우수 선수로 뽑힐 가능성도 있는 거죠?

[기자]
월드컵에 골든볼이라고 하잖아요. 최우수선수상까지 지금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이강인 선수가 이번 대회에 1골, 도움 4개로 5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특히 토너먼트 들어서 승부를 결정짓는 도움과 득점을 잇따라 올리고 있습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 전에 FIFA가 선정하는 주목할 선수 10명에도 들 만큼 기대를 모아왔는데요.

아직까지 우리나라 남자 선수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골든볼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당시 주장이었던 홍명보가 브론즈볼을 받은 게 유일한데요.

역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받은 선수들이 정말 화려합니다. 마라도나, 메시, 아궤로, 포그바 이런 선수들이 받아왔거든요.

보통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팀에서 골든볼 수상자가 나오는데 이강인 선수가 결승전에서도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서 우승을 이끈다면 수상 가능성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벌써부터 댓글 보면 손흥민 선수랑 이강인 선수 같이 뛰는 거 보고 싶다 이런 얘기도 있고 아직 사실 여기 등장하지 않은 젊은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다른 선수들 얘기도 해 보겠습니다. 결승골을 넣은 최준 선수. 사실은 수비수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반 39분에 골이 나왔는데 정말 이런 골은 성인 대표팀 경기에서도 보기 힘든 굉장히 감각적인 골입니다.

[앵커]
보면 아시겠지만 시야가 굉장히 높습니다.

[기자]
오른쪽 뒤에서 넘어오는 볼을 오른발 인프런트로 오른쪽 코너로 넣었는데 굉장히 쉽지 않은 슛이었고 이 선수가 더구나 수비수입니다.

그렇지만 워낙 스피드도 빠르고 크로스가 좋은 선수로 유명했고요. 공격수 오세훈 선수와 울산 현대고등학교 동기입니다.

두 선수는 정말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하는데 일본과 16강전에서 오세훈 선수 결승골을 돕기도 했죠.

고등학교 때까지 공격수로 뛰었기 때문에 골 감각이 워낙 좋은 선수고요. 정정용 감독이 이번 대회 들어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에 굉장히 재미를 보고 있는데 이런 전략에 꼭 들어맞는 스타일의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리고 이광연 선수 얘기, 매 경기마다 나오고 있습니다. 골키퍼인데 이런 선방은 정말 쉽게 만날 수 없는 진짜 골 같다, 거의 골을 먹었다, 이런 걸 막더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4강전까지 6경기를 펼쳤는데 모두 풀타임으로 나오고 있잖아요. 사실 이광연 선수가 없었다면 결승전에 올라올 수 있었을까?

이럴 정도로 결승에 일등공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네갈전 승부차기에 이어서 오늘도 결정적인 선방으로 한 골 차 승리를 지켜냈는데요.

에콰도르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슈팅을 잘하는 팀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후반 에스피노자의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을 이광연 선수가 몸을 던져서 막아냈습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에도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는데요. 캄파나의 헤딩슛을 막아냈는데 이건 정말 동물적인 감각이다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 됩니다.

이광연 선수는 앞으로 성인 대표팀에서도 활약이 기대되는 우리나라 축구의 차세대 수문장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앵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렸는데 한 선수가 찬 걸 경기 끝났는데도 막더라고요.

[기자]
저것도 주기 싫었다라고 나중에 얘기를 했더라고요.

[앵커]
20세 이하 대표팀의 결승 진출, 지금까지 우리 축구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이게 지금 최고의 성과다 이렇게 평가를 내려도 되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IOC나 OCA 이런 데가 주최하는 게 아니고 FIFA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남자 축구대회를 통틀어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데요.

우리나라 축구가 36년 전이죠. 멕시코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적이 있습니다.

두 번 모두 준결승의 문턱 넘지 못하고 4위로 대회를 마감했는데요. 그리고 2009년 클럽대항전에서 포항이 3위를 차지한 적이 있고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기는 했는데 결승 진출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자 대표팀은 2010년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남자 대표팀이 공식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앵커]
이제 남은 경기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결승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이탈리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로 결정됐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가 이탈리아를 1:0으로 이겼는데요.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 모두 각국의 축구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우크라이나도 역대 최대 성적이 16강이었는데 이번에 승승장구하면서 결승전 무대를 밟았습니다. 조별리그에서 미국과 나이지리아, 카타르를 상대로 2승 1무를 거뒀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요.

16강에서는 파나마를 4:1, 8강에서 콜롬비아를 1:0으로 꺾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6경기에서 10골을 넣었는데 실점이 단 3점밖에 없습니다.

1경기당 0.5골밖에 내주지 않았는데요.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미드필더 불레차 선수가 요주의 인물입니다.

지난 3월 경기전에서 우리 대표팀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우리가 0:1로 졌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강점이 촘촘한 수비 조직력인데요.

이걸 어떻게 무너뜨리느냐가 관건입니다. 대신 중앙수비의 핵이죠. 포포프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나올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우리에게 적지 않은 호재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두 팀 모두 어렵게 잡은 정상 등극의 기회이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 없는 명승부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언더독 간의 싸움이다, 이런 기사 제목도 있던데 언더독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이번에는 꼭 우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허재원 기자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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