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박항서 앓이' 중...스즈키컵 우승 그후

베트남은 '박항서 앓이' 중...스즈키컵 우승 그후

2018.12.17.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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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박항서 앓이' 중...스즈키컵 우승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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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오동건 앵커
■ 출연 : 양시창 스포츠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청각장애인 자막 방송 속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스포츠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의 인물 하면 이분 빼놓을 수 없죠. 바로 박항서 감독입니다. 동남아국가들의 월드컵, 스즈키컵 우승 이후 베트남은 말 그대로 박항서 앓이 중이라고 합니다.

현지에서 직접 이 내용 취재한 양시창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어제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소식을 전해 주는 걸 제가 뉴스에서 봤습니다. 언제 입국하셨어요?

[기자]
오늘 아침에 입국했습니다.

[앵커]
베트남 현지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소식을 취재했을 텐데 현장에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전해 주시죠.

[기자]
제가 오늘 아침에 서울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그 베트남 하노이의 나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하노이 시민들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저도 옆에서 덩달아서 같이 흥분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베트남 시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출했습니다. 정말 내일은 없는 것처럼 밤새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지나치는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라고 하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서로 손뼉을 맞추면서 지나가고 또 나팔과 경적 소리가 거리마다 가득 찼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2년 월드컵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는데요.

[앵커]
2002년 말씀해 주셨는데 2002년 한일 월드컵이랑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입니까? 더 베트남이 현재 더 뜨거운 것 같습니까? 어떻습니까?

[기자]
그 2002년도에도 굉장히 뜨거웠지 않습니까? 저도 시청에 가서 응원을 했는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베트남 시민들이 훨씬 더 열광적이지 않았나.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베트남 보릿이라는 구호가 있는데요. 베트남 무적이라는 뜻입니다.

이게 2002년도로 따지면 대한민국 그 구호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길을 가다 눈빛만 마주쳐도 이심전심으로 이 베트남 무적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간절히 바라는 바를 이룬 사람들의 흥겨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도 옆에서 참 기분 좋아졌습니다.

[앵커]
한국인이냐 물어보면서 좀 호의를 베푼 건 없었나요?

[기자]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한국인인 줄 어떻게 알고 박항서 사랑해요, 이런 말을 쉽게 지나가면서 많이 외치고 감사해요, 이런 말도 많이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말 현지는 그야말로 박항서 앓이 중이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도 사실은 어느 정도인지 혹시 언론을 통해서 과장된 게 아닌지 기대 반 의심 반 이런 마음으로 현지에 도착했는데요.

절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몇 가지만 결정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우선 공항 입국장을 통과하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게 박항서 감독의 얼굴입니다.

모 은행의 광고인데요. 인자한 모습의 얼굴이 공항 여기저기에 있었고요. 또 시내를 돌아다녀봐도 심심치 않게 박 감독의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 이제 화면에도 나가고 있는데요.

[앵커]
지금 펄럭이는 깃발에.

[기자]
그렇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깃발이 나가고 있죠. 경기장 주변에서 박항서 감독의 초상화를 판매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박 감독의 초상화가 판매된다는 것도 놀랍지만 함께 걸려 있는 다른 사람들이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베트남의 국부로 여겨지는 호치민 전 주석, 또 보 응유옌잡, 한자어로 읽으면 무원갑인데요. 전 사령관입니다. 전쟁영웅이거든요.

나란히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베트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국가의 영웅인데 베트남 자존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베트남 시민들에게 제가 물어보니까 그분들과 나란히 걸려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초상화 가격도 똑같았습니다.

[앵커]
하나 사오지 그러셨습니까?

[기자]
제가 사오지는 못했는데요. 판매량은 박항서 감독의 초상화가 더 많았습니다.

제가 방송을 위해서 초상화 대신 경기장 주변에서 박항서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샀는데 그것을 제가 들고 돌아다니니까 저를 대하는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또 베트남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미 박 감독의 캐릭터,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정말 베트남 시민들이 박 감독을 깊게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베트남에게 어떤 우승을 안겨줬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박 감독이 가지고 있는 겸손함, 성실함, 인자함 이런 모습들도 시민들의 마음에 영웅으로 대접받는 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앵커]
제가 예고하지 않은 질문을 많이 드리는데요. 그럼 2002년 히딩크 감독과의 인기와 비교해 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히딩크 감독도 말씀하셨다시피 굉장히 인기가 많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박항서 감독을 굉장히 존경하고 정말 깊이 사랑한다, 이런 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게 사실 박항서 감독의 어떤 특성 때문인데 인자함, 따뜻한 리더십. 이런 게 기자회견 장면에서도 그대로 연출이 됐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가 어제 기자회견장에 있었는데 굉장히 소탈하고 또 인간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어제 박 감독이 국내 취재진들만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국내 언론사들의 요청에 박 감독이 바쁜 와중에 짬을 내준 겁니다.

경기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이었는데 베트남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했다가 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왔습니다.

기자회견에서도 박 감독의 어떤 진솔한 이야기에 웃음도 간간이 터져 나오고 굉장히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는데요.

국민영웅이라는 칭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이 한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박항서 /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저는 영웅 아닙니다. 영웅 아니고 평범한 축구지도자입니다. 즐거움을 선사한 것에 대한 하나의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기자]
영웅이 아니다, 평범하다. 축구로 즐거움을 드린 것에 대한 베트남 시민들의 하나의 표현 방법일 뿐이다.

참 박항서 감독다운 표현이고 또 이런 겸손함이 베트남의 마음을 훔친 비결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앵커]
사실 박항서 감독도 대단하지만 혼자 이룬 성과는 아닙니다. 선수들도 있었고요. 코치 중에서도 특히 이영진 수석코치, 모습을 계속 드러냈었죠.

[기자]
어제는 특별히 기자회견장에도 같이 박항서 감독이 이영진 코치와 함께 나왔거든요. 이영진 코치는 항상 박 감독의 옆에 지금 붙어 있습니다.

박 감독보다 4살 어리지만 1994년 월드컵에 미드필더로 출전한 바 있고요. 대구FC 감독도 2년 동안 역임한 분입니다.

선수 시절에 박 감독과 럭키금성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분이 그림자처럼 박 감독을 보좌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박 감독의 말에 따르면 중요한 전술이나 선수 기용 등을 선택할 때 이영진 코치와 둘이서 의논해서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타일이 조금 다른데요. 박항서 감독은 안정적인 경기운영, 또 이 코치는 공격적인 운영을 선호합니다.

[앵커]
시너지가 날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반대로 경기장에서는 박 감독은 굉장히 다혈질적인 면을 드러내는데 이 코치는 냉정함을 유지합니다.

경기 중에 혹시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박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항의하면 이 코치가 나가서 말리는 장면이 어떤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다른 스타일의 두 지도자가 시너지를 내는 건 박 감독의 인품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영진 코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영진 / 베트남 축구대표팀 코치]
(감독님이) 옆의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부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이런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박 감독의 좋은 면을 또 저렇게 인정해 주는 코치의 인품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감독의 성공은 보석 같은 이 코치가 있어 가능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괜한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앵커]
요즘 네티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파파미, 파도 파도 미담이다. 이런 이야기 나오고 있다고요. 박항서 감독의 미담이 계속 이어지고 있잖아요. 소개해 주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어제 전해진 소식인데요. 우승 축하금으로 받은 10만 달러, 우리돈으로 1억 1000만 원이 넘는 돈입니다.

이 돈은 베트남 자동차회사 업체 타코그룹이 박 감독에게 준 돈인데 베트남의 축구 발전과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바로 기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이보다 앞서서는 아픈 선수에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했다는 소식, 또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줬다는 모습까지도 언론에 공개된 바 있습니다.

[앵커]
이제 관심이 아시안컵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출전하고 베트남도 출전하게 되는데 충돌 안 했으면 좋겠어요, 경기장 안에서는요. 가능성이 있나요? 어떻습니까?

[기자]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D그룹에 속해 있고요. 우리 한국은 C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베트남이 속한 D그룹은 이란, 이라크가 속해 있죠. 굉장히 강팀입니다. 그래서 2위 또는 각조 3위의 와일드카드로 16강 진출을 노리는 게 베트남의 현실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이 조 1위로 진출하고 베트남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뒤 여기서도 둘 다 승리하면 8강에서 맞붙는 시나리오가 현재 가능합니다.

한국이 조 1위를 하고 베트남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하면 결승에서 맞붙을 수밖에 없는데요. 현실적으로는 조금 어려워 보입니다.

꼭 아시안컵 대회가 아니더라도 베트남이 스즈키컵을 우승하면서 이미 내년 3월에 있을 평가전은 성사가 된 상황입니다.

결승 2차전이 열리기 전에 지난 2017년이죠. 동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우승국인 한국과 올해 스즈키컵 우승국이 평가전을 치르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요즘 분위기가 정말 좋지만 또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 만만치 않지 않습니까?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이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제 박항서 감독도 이 부분을 언급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박항서 /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하고 하게 되면 저희들이 전력으로 한 수 아래인 건 사실이니까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해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 게 바로 감독의 마음일 겁니다. 베트남 시민들이 굉장히 자존심이 강하거든요. 현지에서 만난 시민, 하노이 시민인데요.

중에는 스즈키컵을 제패했으니 이제 한국을 이기고 싶다고 이렇게 말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건 안 되죠.

[기자]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듯이 결과는 쉽게 예단할 수 없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이 모두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 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앵커]
가장 좋은 건 1, 2위 차지하면 딱 좋겠네요.

[기자]
정말 좋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양시창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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