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남기지 않는 바둑...'알파고 스타일'

맛을 남기지 않는 바둑...'알파고 스타일'

2016.03.16. 오전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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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알파고의 바둑에는 인간과는 다른 스타일이 있습니다.

바둑판을 계속 정리해 경우의 수를 줄이고, 시간도 폭넓게 쓰지 않습니다.

장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당장은 수가 되지 않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바둑에서는 '맛'이라고 합니다.

알파고의 바둑은 '맛'을 남겨두지 않습니다.

[김성룡 / 프로 기사 (9단) : 이런 부분은 나중에 이렇게 둘지, 이렇게 둘지, 어떻게 둘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간은 방치합니다. 그래서 미리 결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파고는 빨리 결정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확률이 낮은 경우의 수는 완전히 지워 나가는 식으로 바둑판을 계속 정리합니다.

보통 바둑에서 당장 모양을 결정하기보다, 여지를 남겨두는 걸 선호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김지명 / 바둑 캐스터 : 예전 같으면 저런 수가 다 악수였어요. 팻감을 없앤다, 맛을 없앤다, 해서 금기시되는 수였는데 알파고 시리즈 이후로는 앞으로는 저런 부분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정관념이었거든요.]

시간을 사용하는 능력은 인간보다 부족합니다.

유일하게 인간이 승리한 4국에서, 결정적인 78수를 뒀을 때 이세돌 9단이 사용한 시간은 6분 남짓.

하지만 이 중요한 승부처에서 알파고는 평균 생각 시간인 2분 이하에 다음 수들을 결정했고,

[김여원 / 바둑TV 캐스터 : 엇 벌써 착수했어요?]

이게 패착이 됐습니다.

반대로 이세돌 9단이 초읽기에 몰려 압박이 필요했을 때도, 원래 하던 대로 1분 이상씩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승률 계산에만 집중하는 기계의 한계인데, 대신 이 계산을 바탕으로 연결을 중시하고, 수비와 공격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도 '알파고스러운' 부분입니다.

[김만수 / 프로 8단 : 프로기사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대세점을 찾는 능력인데요, 밸런스를 찾는 능력 때문에 알파고가 오히려 사람보다 밸런스를 더 잘 찾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죠.]

1990년대 중반부터 시간 제한이 강화되면서 바둑계는 감각적인 이세돌식 바둑이 득세했습니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계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바둑 스타일이 등장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장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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