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라이브] "변방에서 중심으로"...칸 새 역사 한국 영화의 힘은?

[뉴스라이브] "변방에서 중심으로"...칸 새 역사 한국 영화의 힘은?

2022.05.30. 오전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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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라이브] "변방에서 중심으로"...칸 새 역사 한국 영화의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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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선영 앵커, 김대근 앵커
■ 출연 : 강유정 / 강남대 글로벌문화학부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국 영화의 위상을 또 한 번 높이는 기분 좋은 일이 있었죠.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을, '브로커'의 송강호 배우는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가 다른 작품으로 동시에 수상하는 건 다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는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강유정 강남대 글로벌문화학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유정]
안녕하세요.

[앵커]
올해 칸 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 잔치였다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동시 수상, 한국영화계 또 아시아영화계에 큰 기록으로 남게 되겠죠?

[강유정]
아무래도 칸이 좀 관습상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들 같은 경우는 다른 분야에 대한 수상을 좀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아델이라는 작품 같은 경우에는 배우와 감독을 한꺼번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연기상을 주고 싶고 그러나 중복수상이 안 되니까 수상자를 늘려버리는 그런 해프닝도 있었는데요. 그런 만큼 다른 분야에서 이렇게 2개의 작품, 이 2개의 작품이 그렇다 보니까 배우상을 받더라도 가령 우리 경우도 밀양에서 전도연 씨가 여우주연상 받았을 때 이건 작품상이다라고 우리가 해석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작품상에만 주는 것이 아니라, 황금종려상을. 그 영화의 모든 가치를 비교해서 여우주연상일 때도 있고 남우주연상일 때도 있고 그러니까 조금 확대해석하자면 브로커와 그리고 헤어질 결심, 이 두 작품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송강호의 배우 연기도 인정받았다, 이렇게 확장해서 생각해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칸 영화제 같은 경우에는 한 영화에서 중복수상을 하지 않는 게 원칙 같은 건가요?

[강유정]
원칙이라기보다는 좀 다양한 작품들에 수상 기회를 늘리고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가치 평가가 부문상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약간 헷갈릴 수도 있어요. 심사위원 대상도 있고 심사위원상도 있고 그랑프리도 있고 이렇게 나뉘어지는 것이 꼭 하나의 분야를 나눠서 연기를 잘한 사람에게만 연기를 준다기보다 영화 전체에 대한 가치 평가라고 할 수 있겠고요. 언제나 칸은 그래서 감독 위주의 수상으로 유명합니다. 아카데미에서는 제작자가 나오기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감독의 영화다, 감독의 작품이다라는 고전적인 영화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상이다라고 보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송강호 씨가 드디어 칸의 남자가 이번에 된 건데 송강호 씨가 상받았다고 그러니까 아직도 안 받았어? 이렇게 반응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강유정]
맞습니다. 워낙에 송강호 씨의 연기를 생각해 보시면 소위 말하는 매소드 연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 역할에 푹 담가서 다른 역할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송강호 배우의 얼굴과 한국 사회의 얼굴이 같이 겹쳐서 드러납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에게는 매우 이해하기 쉬운 뉘앙스들이 오히려 외국인이라든가 외국어를 사용하는 그런 관객들, 평가자들에게는 송강호 씨의 연기가 어떤 부분일까? 좀 헷갈릴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7번째 갔습니다.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도 주요한 조연 역할을 했고요. 그리고 다 아시다시피 기생충 같은 경우에 작품상에 해당하고 가장 그 해 영광이었던 황금종려상, 아카데미에 가서는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서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지만 송강호 씨가 주연상을 안 받은 게 우리로서는 조금 의아했었죠. 그런데 드디어 이제 송강호 씨의 연기가 저게 한국 영화의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연기구나. 바로 송강호 씨가 한국영화의 현실이자 한국영화의 자체구나라고 인정받았다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트로피를 처음 거머쥔 거죠?

[강유정]
맞습니다. 그냥 송강호 씨가 받은 것이 아니라 남자 배우로서 한국에서는 처음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영화 브로커 같은 경우에는 송강호 씨가 혼자 주인공인 영화가 아닌 거잖아요. 여기서도 또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주연상을 받았다, 이건 어떤 배경이 있다고 봐야 될까요?

[강유정]
그게 바로 송강호 연기의 특징입니다. 뭐냐 하면 앙상블 연기라고 우리가 부르는데요. 여러 배우들과의 호흡 가운데서 굉장한 돌출적인 입체감을 보여주는 배우가 송강호 배우예요. 잘 기억해 보시면 살인의 추억조차 단독 주연이라고 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습니까? 김상경 씨라든가 박해일 씨의 연기와 호흡이 있었고 기생충 같은 경우에도 다양한 배우들과 호흡 가운데서 가령 이선균 씨라든가 여러 배우들과 호흡하며 그 자리를 만들어내고 무엇보다 영화의 시너지를 높여서 영화의 가치를 높이는 배우가 송강호 배우거든요. 이번에도 강동원 씨 그리고 이지은, 아이유 배우라든가 내지는 배두나 씨. 다양한 배우들과 함께 거기서 오히려 송강호 씨가 돌출적인 연기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 아주 기능적인 연기를 하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더 높여줬을 거다라는 평가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봉준호 감독은 다이아몬드 광산 같은 배우다, 이렇게 또 표현을 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무한 변신이 기대되는 배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영화 자체가 브로커가 공개됐을 때 반응이 엇갈렸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개봉하면 보러 갈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강유정]
저는 개봉하면 많은 분들이 보러 가실 듯해요. 왜냐하면 상 받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높은 한국 대중의 성격이기도 한데 이 영화가 여하튼 간에 베이비박스에 온 아이, 그러니까 미혼모가 잠깐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포기했던 아이를 일종의 납치, 그러니까 유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아이를 매매하려고 했던 마음을 먹은 것이다 보니까 최근에 국제영화제들은 메시지의 중요성도 상당히 보고 있습니다. 가령 난민 문제...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도 양극화 문제라든가 계층의 다양성, 난민 문제를 계속해서 추적해 온 감독의 작품이거든요. 아무리 새로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마는 여튼 범죄적인 실마리를 품고 있는 작품이라서 그 부분에서 평가가 가장 엇갈렸다는 부분이 있고요. 그래서 평가로 따지자면 헤어질 결심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박찬호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는데 이전에도 벌써 칸느 박이라는 별명이 있었잖아요. 칸에서 지금 세 번째 수상을 한 건가요?

[강유정]
세 번째 수상이고 네 번째 경쟁 부문 초청입니다. 그러니까 워낙에 왜 칸느 박이라는 별명이 붙었냐면 박찬욱 감독 영화를 만들기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거죠. 왜냐하면 영화를 만들 때마다 칸의 경쟁 부문, 주요한 부분에 초대가 돼서 언제나 시상 가능성이 언급이 되고 네 번 중 세 번 수상했다는 건 아시다시피 75% 아닙니까? 거의 기다렸다가 출연을 하고 출연한 작품에 상을 주는 그런 의미에서 칸느 박이라는 평가가 붙고 있는데요. 칸의 습성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황금종려상 받은 감독도 벌써 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이에요. 계속해서 주목하는 감독과 그 영화 세계에 대해서 꾸준히 계속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게 칸의 습성이다 보니 아마 박찬욱 감독은 앞으로도 영화를 만들면 꾸준히 칸의 관심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박찬욱 감독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수상 소감을 얘기하면서 코로나를 통해 극장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이런 얘기도 했고 극장을 꼭 지키고 싶다 이런 얘기도 했는데 영화에 대한 열정이 굉장히 높고 또 굉장히 주옥같은 영화들을 만들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어렵다 이렇게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도 있거든요. 이번 영화는 어떻습니까?

[강유정]
이번 영화 같은 경우에는 박찬욱답지 않다는 게 중평입니다. 그러니까 박찬욱 감독이 여기서 말하는 영화라는 의미는 영화관을 포함한다라고 여러 번 강조를 했어요. 그러니까 이건 아마도 OTT를 포함해서 우리가 집에서 보는 영화들이 굉장히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코로나 동안 그런 소문도 있었잖아요. 영화관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 그런데 오히려 영화관의 건재함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고요. 그런 점에서 박찬욱 감독은 영화관에서 봤을 때 그 질과 느낌이 200% 살아나는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큰 규모의 이야기들. 그리고 이번 수상 소감에서도 밝혔는데 조금 현실을 닮은 것이 아니라 나는 언제나 만드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조금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색감이라든가 이런 것도 현실에서 보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것도 칸느에서 지향하는, 이를테면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이 영화는 한 장면 뚝 떼어서 미술관에 걸어도 될 것 같은 그런 작품들의 세계를 꾸준히 고집하고 있고 지금도 고집하고 있는 감독이 바로 박찬욱입니다.

[앵커]
이렇게 세계 영화에서 한국영화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는데 한국 영화만의 매력이 있는 건가요?

[강유정]
점점 높아지는 게 아니라 이미 최고 정점에 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인데요. 왜냐하면 주요 영화상 다 휩쓸었고요. 심지어는 지금 OTT 같은 경우,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 대중적 평가로서 세계를 한편 굉장히 설득하지 않았습니까? 한국 영화의 가장 큰 힘이라고 한다면 매우 다이내믹하다. 그러니까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박찬욱 감독 같은 이런 대중적이지 않은 예술적인 영화부터 그리고 오징어 게임 같은 전 세계 대중을 홀릴 수 있는 이야기까지. 게다가 웹툰, 드라마 시장, 여러 가지 웹소설까지 한국의 이야기상이 매우 들끓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모든 이야기 창작자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고 여기에 칸느 같은 예술성 높은 상부터, 굉장히 다양한 대중의 평가까지 이뤄지는 시장, 다시 말해서 독자와 관객들까지 매우 다이내믹하고 꺼리지 않아요. 모든 장르를 다 흡수하려는 이런 성향들 자체가 세계 중심이 되고 가장 살아 있는 시장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한국의 영화 시장입니다.

[앵커]
변방에서 주류로 들어왔습니다, 우리 한국 영화가. 그런데 이런 의문점이 생겨요. 송강호 다음 박찬욱 감독 다음은 누구일까. 있을까요?

[강유정]
그 두려움이 사실은 이 업계 모두에게 있습니다. 왜냐하면 잘 생각해 보시면 송강호 배우와 박찬욱 감독은 같이 동시 출연했죠. 왜냐하면 그들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90년대 초반이거든요. 벌써 30년 전인 거죠. 이들이 거장이 된 건 당연하지만 그럼 지금 20대 혹은 30대 초반의 감독이나 배우 중에 이렇게 국제적인 기대를 받고 주목을 받는 감독이 있느냐. 저는 좀 다양화됐다는 점에서 우려를 희석시키고 싶은데요. 뭐냐 하면 아까 말씀드렸죠. 웹툰이라든지 드라마라든가 굉장히 넓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런 크리에이터들이 많다는 부분 그리고 한편으로 여성 영화인들의 진출이 이번에도 정주리 감독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두 번째 초청을 받았고요. 단편 애니메이션을 받은 감독 역시도 한편으로는 졸업 작품으로 이번에 간 것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조금 시야를 넓혀 보면 좀 더 다양한 분야와 한편으로 넓어진 분야에서 여전히 한국의 이야기들, 영화들은 약진하고 있으니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난 30년의 환경을 그대로 한번 만들어준다면 2050년에는 또 이들이 활동하지 않을까, 기대를 거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 두 명을 칸의 남자들이라고 이렇게 불러야 될 것 같은데 오후에 귀국한다고 하니까 저희가 또 귀국 소감도 기대를 좀 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유정 강남대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강유정]
감사합니다.

YTN 이종훈 (leejh09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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