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압수당했던 첫 5.18 영화...31년 만에 개봉

필름 압수당했던 첫 5.18 영화...31년 만에 개봉

2020.10.28. 오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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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80년 5월의 광주, 그날을 기억하려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는데요,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처음 영화로 만들었다 군사정권에 필름을 빼앗겼던 작품이 무려 31년 만에 개봉했습니다.

김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하루 종일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서울을 떠돌고 있는 이상한 남자.

"불철주야 영부인께 감사하도록, (나는) 여름성경 학교의 대통령이다."

80년 5.18 민주화 운동 시위에 참여했다가 고문을 당해 정신이상자가 된 시민군입니다.

"잊어버렸어요. 내가 누군지."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던 진압군의 삶도 참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진압 과정에서 한 소녀를 사살하고 탈영한 병사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동포여, 저를 용서하소서"

80년 5월의 광주를 처음 스크린에 담았지만 서슬 퍼런 군사정권에 필름을 빼앗겼던 영화가 31년 만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당시 작품에 참여했던 젊은 배우들의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정도로 긴 세월입니다.

[조선묵 / 배우 : 너무 감개무량하고 이렇게 뒤늦게 나마 개봉하게 된 것을 감사드리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 시선으로 만든 영화는 기지촌에서 벌어진 미군의 만행도 적나라하게 고발했습니다.

김태영 감독은 80년 5월 서울역에서 학생들이 전경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끌려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영화 제작을 결심했습니다.

[김태영 / 감독 : 우리나라 국민인데 우리나라 대한민국 군대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고 전경들이 이렇게 할 수 있단 말이야. 이렇게 몇백 명이나 죽일 수 있단 말이야. 저는 이해가 안 됐어요.]

김 감독은 5.18이 벌어진 지 40년이 지났지만,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했다며 영화를 계기로 진정한 양심 고백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김태영 / 감독 : 잘못된 명령으로 인해 제가 죽였습니다. 저를 어떻게 하시든 용서해 주십시오. 40년 전에 이러한 죄를 저질렀습니다. 미안합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이런 상황이 나오길 기대하는 거죠.]

YTN 김선희[sunny@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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