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번호판을 아십니까? 부가티 57SC와 장 미셸 바스키아

H 번호판을 아십니까? 부가티 57SC와 장 미셸 바스키아

2020.10.18. 오후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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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경섭 지음 <베를린 &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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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그 싹이 자라나는 자동차 시장이 있다. 바로 클래식카와 튜닝 시장이다. 클래식카 시장의 경우 국내에서는 일부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 나온 현대 <포니2>의 경우 1천~3천만 원의 다양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최초의 국산 고유 모델인 <포니>는 현대자동차가 1973년 개발에 착수해 1975년 12월에 첫 선을 보인 모델로 국산 부품 비율이 90%에 이르렀으며, 독자 디자인으로 당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76년 첫해에 1만726대가 팔렸으며, 77년에는 국산 차 최초로 에콰도르에 5대를 수출했다.

유럽의 클래식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대형 클래식카 상설 매장이 있을 정도로 관련 시장이 성장해 있다. 주로 30년 이상 된 명차와 관련 부품이 거래되는데 시장 규모가 무려 21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주로 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자국 차량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프랑스, 영국 등 다양한 나라들의 차를 망라해 거래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클래식카가 미술품처럼 문화상품, 문화재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대로 1936년산 프랑스의 <부가티 57SC 애틀랜틱>은 그 아름다움과 고성능으로 무려 수백억 원을 호가하고 있으면 만약 다시 경매에 나온다면 1억 달러는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미국의 요절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그림 ‘무제’가 1억1,050만 달러에 낙찰됐으니 부가티의 명성을 짐작케 한다. 세련된 디자인의 부가티 애틀랜틱과 광기 머금은 바스키아의 그림은 결이 다르지만 천하의 명작임에는 틀림없다. 명차 <부가티 57SC 애틀랜틱>이 다시 경매에 나온다면 1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두 명작이 경매에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유럽 자동차 시장, 특히 독일 자동차와 관련한 A~Z를 소개하는 책이 출간됐다. 자동차 칼럼니스트와 사업가로 활동 중인 이경섭의 <베를린 & 자동차>가 주인공이다. 저자 이경섭은 독일 베를린 공대를 졸업하고 현대 독일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책 제목은 간단하지만, 내용은 다양하고 풍부하다. 저자 스스로 자동차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츠 버스를 캠핑카로 제작하기도 했고, BMW 차량을 개조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에서 독일 자동차의 역사와 인기 비결, 자동차 문화와 시장을 꼼꼼하게 훑고 있다.
특히 자동차 번호판만 하더라도 재미있는 점이 많다. 독일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에 지역을 나타내는 알파벳 다음에 개인이 원하는 알파벳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 사는 차붐 씨는 ‘B CB7873’ 같은 번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NS(국가사회주의), SS(나치 친위대), HH (하일 히틀러) 등 나치와 히틀러 시대와 연관된 조합은 쓸 수 없다.

이 밖에도 책에는 자동차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특히 하이브리드나 핸드메이드 자동차, 3D 디자인 자동차 등 신기술과 관련한 내용이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독일 아우토반에서 생애 최고시속 347km라는 경이로운 속도로 달려봤다고 한다. 기자도 몇 년 전 취재 차 독일 베를린을 찾았을 때 저자가 모는 승합차에 동승한 적이 있다. 시속 200km를 훌쩍 넘겼던 기억이 있다. 빨리 달려서 좋은 점은 서울-대전 거리를 1시간 정도에 주파한다는 거고 단점은 피곤해도 결코 잠들 수 없다는 점이다.

임수근 (sgl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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