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무슨 결혼식"...60년 만에 푼 '한'

"전쟁통에 무슨 결혼식"...60년 만에 푼 '한'

2020.06.27. 오후 10:2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결혼 60주년을 '회혼'이라고 하는데요.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결혼식도 못 치르고 60년을 넘게 산 부부가, 아흔이 넘어서야 첫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LG헬로비전 나라방송 이지훈 기자입니다.

[기자]
참전 유공자 박경복 씨, 1950년 당시 19살 나이에 6·25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전쟁 직후 지금의 아내와 간단한 혼인식만 치르고선 60년 넘게 살았습니다.

결혼사진 하나 남기지 못한 게 평생 마음에 걸렸습니다.

[박경복 / 6·25 참전유공자 : 남들처럼 다 해주고 데려와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미안하죠.]

넥타이에 재킷까지, 박씨가 모처럼 멋지게 차려입습니다.

60년을 넘게 기다렸던 결혼식.

방문이 열리자 신랑, 신부가 등장합니다.

전쟁 이후 자식 둘을 낳아 기르면서 겪었던 여러 우여곡절, 아내에게 못다 한 말을 어렵게 꺼냅니다.

[박경복 / 6·25 참전유공자 : 남은 인생은 행복하게 살아갈 것을 당신에게 사랑합니다.]

고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아내의 손에 반지를 끼워줍니다.

[박광호 / 참전유공자 아들 : 두 분이 너무 행복해하시는 걸 보니까 너무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경기북부보훈지청이 준비한 6·25 참전유공자 회혼식

전쟁 이후 결혼식도 한번 올리지 못하고 60년을 해로한 유공자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지난해까진 대형 웨딩홀을 빌려 참전유공자 부부를 초청해 회혼식을 열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찾아가는 회혼식으로 대체했습니다.

[김장훈 / 경기북부보훈지청장 : 국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사회를 잘 만들고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 노력해오다 보니까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어르신들을 살피기 위한 일환으로 이런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경기북부보훈지청의 지원을 받아 60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참전용사 부부는 지난 7년간 모두 100쌍에 달합니다.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60년 만에 이룬 사랑의 결실.

노부부의 주름진 얼굴에서 피어난 웃음꽃이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헬로TV뉴스 이지훈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