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해외發 명화 수난시대...제대로 된 복원이란?

[앵커리포트] 해외發 명화 수난시대...제대로 된 복원이란?

2020.06.25. 오후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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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림, 17세기 스페인 화가이자 바로크 회화 거장인 무리요의 '성모잉태' 그림 복제화입니다.

묵은 때도 벗기고 보존 상태를 양호하게 하려고 복원 작업을 맡겼다가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성모 마리아 얼굴이 지워져 버린 겁니다.

두 차례에 걸쳐 덧칠하면서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변했습니다.

160만 원 정도를 들여 무자격자에게 의뢰했던 소유자, 다시 전문가에게 복원을 의뢰했지만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같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2년 스페인에서 100년이나 된 예수 벽화를 80대 신도의 손에 맡겼다가 원작과 전혀 딴판이 됐습니다, 원숭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또 2016년에는 스페인의 16세기 목재 조각상이 복원을 거쳐 알록달록한 색감의 만화 캐릭터처럼 변하면서 충격을 줬습니다.

모두 비 전문가에게 맡겼다 생긴 문제였습니다.

위대한 예술작품이나 역사적 기념물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습니다.

1987년 6월,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 열사가 신었던 운동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밑창이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입니다, 폴리우레탄 재질은 거의 모래처럼 약해져 있었습니다.

결국, 28년 만인 지난 2015년 복원을 거쳐야 했습니다.

복원을 담당한 전문가 김겸 박사, 최대한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 운동화 끈조차 풀지 않고 작업한 끝에 3개월 만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김 겸 / 보존복원전문가(지난해 12월 YTN 인터뷰 中) : 주변 환경에 있는 물질과 반응을 하고요. 노화가 되고 색이 변하고 형태가 변해가고요.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만들었던 의미 있는 물건이 손상되면 아프면 치료하고 보살피는 의사 같은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부서진 걸 고치는 일이라는 시각은 복원 전문가 양성을 어렵게 만듭니다,

'빨리빨리'라는 조급증 역시 복원의 가장 큰 적입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을 불과 3년 만에 복원한 우리,

예술 작품은 물론 복원이 필요한 역사적 기념물도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엉터리 복원을 피하려면 복원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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