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전통 한지 '태지'...100여 년 만에 부활

아름다운 전통 한지 '태지'...100여 년 만에 부활

2020.06.21. 오전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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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전통 한지 가운데는 녹색의 실선이 아름답게 장식된 '태지'라는 종이가 있습니다.

제조법이 사라져 만들 수 없었던 고급 한지 '태지'를 국내 연구진이 되살렸습니다.

정혜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조선 시대의 고문서입니다.

그런데 종이가 특이합니다.

일반 한지가 아니라 표면에 가느다란 녹색 실무늬가 아름답게 장식돼 있습니다.

왕실이나 상류층에서 서찰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던 고급 한지 '태지'입니다.

닥나무 섬유에 녹색의 물이끼 '수태'를 넣어 만들었다는 설명만 전해올 뿐 제조법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맥이 끊겼습니다.

국내 연구진은 제조법의 핵심인 수태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현미경을 동원했습니다.

1,700년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제작된 '태지'를 수집해 미세 구조를 분석한 결과, 수태는 이끼류가 아닌 민물 녹조식물인 '해캄'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오규 /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태지 하면 '이끼를 넣어서 만든 종이다'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식물로서 이끼는 태지에 나오는 문양을 낼 수 있는 종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해캄은 녹조류로 조류 식물입니다.]

이후 해캄을 채집하고 정제한 뒤 한지 제작 과정에 투입해 현대식 '태지'를 제작했습니다.

과거 '태지'와 비교한 결과 현미경적인 '수태'의 구조가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100여 년간 사라졌던 '태지'가 완벽하게 부활한 것입니다.

한지는 국내 고문헌에 기록된 명칭만 284종이 등장할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며 내구성과 보존성이 뛰어납니다.

[신성림 / 전주 한지박물관 : (한지는) 편지를 보낸다든가 책을 짓는 용도 위주로 많이 쓰였지만, 조선 후기가 되면서 많이 대중화됐습니다.]

연구진은 '태지'를 시작으로 사라진 전통 한지의 복원 작업을 계속해 한지 산업의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YTN 정혜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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