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RM도 팬...요즘 청춘들이 '검정색 그림'에 빠진 이유

방탄 RM도 팬...요즘 청춘들이 '검정색 그림'에 빠진 이유

2020.06.21. 오전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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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조용히 관람객의 발걸음을 끄는 미술 작품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RM도 좋아한다고 밝힌 윤형근 작가의 그림입니다.

단순하디 단순한 검은색 그림에 요즘 청춘들이 빠지는 이유가 뭘까요?

이승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고 윤형근 화백의 전시회,

고등학생이 눈에 띌 정도로 젊은 관객이 많습니다.

방탄소년단 RM도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하늘의 색인 청색과 땅의 색인 암갈색이 만든 오묘한 검정 속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김나현 / 20대 관람객 : 태연해 보이고 잘 노는 것처럼 보이는 20대일지언정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두려움의 감정을 잘 울리시는 것 같아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윤형근은 저항 정신 때문에 현대사의 격변을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시위에 참가해 대학에서 제적됐습니다.

한국전 때 보도연맹에 끌려가 죽음의 고비를 넘겼고, 피란 안 가고 부역했다는 명목으로 옥살이도 했습니다.

미술교사로 재직 중, 중앙정보부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부정 입학에 항의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고초를 겪고 직장도 잃었습니다.

이때가 만 45세,

장인인 김환기의 영향과 밝은색을 담았던 화폭은 이후 검정으로만 채워집니다.

울분과 분노를 이기며 창작에 매진한 결과 60세를 넘어서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쏟아냅니다.

순수한 검정에 다가간 색채, 대담해진 구도, 냉철해진 선은 단순함이 아름다움으로 통하는 경지를 보여줍니다.

[황창준 / 20대 관람객 : 압박보다는 두려움이 표출의 방식이잖아요? 그래서 두려움을 느낌과 동시에 압박에서 해방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윤형근의 지표는 바로 추사 김정희였습니다.

[장예란 / PKM 갤러리 전시팀장 : 추사 김정희가 말하기를 인품이 바로 서지 못하면 서화를 제대로 그릴 수 없다고 하셨거든요. 고매한 인품을 추구하면서 그 속에서 서화를 그려내고 발현한 것이 아닌가….]

삶의 풍파를 노력과 대범함으로 이겨낸 그의 작품은 동서양은 물론 세대를 넘으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YTN 이승은[selee@ytn.co.kr]입니다.

■ 윤형근 1989-1999展, PKM갤러리, 7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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