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인 딸이 추억하는 박수근 "아버지는 대자연"

화가인 딸이 추억하는 박수근 "아버지는 대자연"

2020.05.03. 오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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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 화가'로 불리는 박수근 선생,

세련된 모습의 신여성이나 신문물 대신 맷돌을 돌리는 아내의 모습, 이웃 촌부의 모습을 그렸죠.

박수근 선생의 딸이 고인의 타계 55주년을 맞아 아버지를 회고하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승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아버지가 사다 주신 귀하디귀한 책 한 권, 소녀는 차마 책장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힘껏 종이 냄새부터 맡습니다.

아이가 아이를 키우던 시절, 소녀는 동생을 업은 채 꼬박꼬박 졸고 있습니다.

박수근 선생은 딸의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화폭에 남겼습니다.

딸 역시 아버지처럼 교사와 화가가 됐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5년 만에 아버지를 회고하는 책을 펴냈습니다.

[박인숙 / 박수근 화가 장녀 : 아버지는 대자연이셨다. 그 자리에 그냥 묵묵히 계셨고, 또 거기에서 어떤 울림도 주셨고….]

박수근 선생의 그림에 대해 사람들은 민중, 전쟁, 필생의 노력과 같은 거창한 단어를 꺼내곤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스물한 해를 함께 보낸 딸은 따뜻함을 먼저 떠올립니다.

[박인숙 / 박수근 화가 장녀 : 고향에 가서 흙을 들고 냄새를 맡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소박하고 따뜻하고 정겹고 오손도손한 그런 아버지의 마음이 담기지 않았나….]

박수근 선생 작품의 호당 평균 가격은 (지난해 기준) 2억 4천만 원, 국내 작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고인은 물론 유족도 그 영화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 살 돈이 없자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준 사랑, 이력서 칸에 '독학'을 적어 넣은 당당함은 딸의 귀한 유산이 되고 있습니다.

딸은 6년 전 고희가 넘은 나이에 모델계에 입문해 현재 시니어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숙 / 77세·박수근 화가 장녀 : 예쁜 옷 입은 애들을 보면 부럽고, 예쁜 옷 입고 싶다는 게 정말 한이 맺혔어요. 이제는 내가 나를 참 신통하다고 껴안아줘야 돼. 이래서 나를 껴안아주자 사랑하자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자.]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추구한 박수근,

물질 만능 속 뿌리를 잊은 시대에 더욱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YTN 이승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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