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테이프로 비틀즈를 그린다면? 테이핑 아티스트, '조윤진'

박스테이프로 비틀즈를 그린다면? 테이핑 아티스트, '조윤진'

2020.03.11. 오후 4:3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박스테이프로 비틀즈를 그린다면? 테이핑 아티스트, '조윤진'
AD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조윤진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초대석] 박스테이프로 비틀즈를 그린다면? 테이핑 아티스트, '조윤진'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뉴스FM, 조현지입니다’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초대석 시간입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테이프가 이 작가의 손에 들어가면, 배우, 뮤지션, 심지어 대통령의 초상화가 되기도 합니다.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강력 테이프에 시선을 단단히 묶인 것 같다, 이런 표현을 하던데요, 우리도 그 강력한 매력을 느껴볼까요? YTN 아트스퀘어 3월의 작가, 붓과 물감 대신 테이프로 그림을 그리는, 조윤진 작가와 함께할게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 조윤진 작가(이하 조윤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조현지] 라디오 출연은 처음이신가요?

◆ 조윤진] 네. 처음이에요.

◇ 조현지] 지금 보이는 라디오로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는데, 이미 작가님 등장하자마자 댓글창이 난리가 났어요. 작가님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윤진 작가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버벅거리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런 팬들의 우려 섞인 메시지와 더불어서, 우주 미녀 조스타 이런 식으로... 팬이 정말 많으신가 봐요?

◆ 조윤진] 네. 제 입으로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 조현지] 그리고 또 오늘 뉴스FM 조현지입니다 청취자분들, 조윤진 작가라는 분을 처음 듣고 보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께도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조윤진] 안녕하세요. 저는 테이프로 그림 그리는 작가 조윤진입니다.

◇ 조현지] 네, 반갑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테이프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시는데, 저도 작품을 봤지만, 테이프가 이런 게 있었나? 싶을 만큼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들이었어요. 어떤 테이프를 사용하시는 건가요?

◆ 조윤진] 일반적으로 우리가 박스 포장할 때 쓰는 박스테이프라고 하죠, 그 테이프를 사용해서 주로 작업합니다.

◇ 조현지] 저는 박스 테이프 하면, 누리끼리한 그런 누런색 혹은 투명한 색, 혹은 초록색 테이프 이렇게 3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이게 어떻게 다양한 색들이 나오나요?

◆ 조윤진] 저도 처음에는 박스 테이프, 일반적으로 아는 절연 테이프나 청테이프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 세상에 지금 없는 게 없는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궁금하더라고요. 테이프 색이 이거밖에 없을까? 그래서 2013년도에 한번 인터넷에 색깔 테이프가 있나 하고 검색해봤더니 정말 많은 색이 있더라고요. 저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그리고 이런 테이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신 건 언제부터였을까요?

◆ 조윤진] 저는 대학 학부 때 생활 회화를 전공했고, 유화나 다른 미술 재료로 그림 그리다가, 2013년 말부터 테이프로 처음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이게 사실 2013년 정도에 다양한 테이프의 색이 있는 것도 알았다고 하셨는데 처음부터 테이프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을 것 같은데, 계기가 있었을까요?

◆ 조윤진] 일반적인 재료를 쓰면, 살짝 재료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주변에 있는 것들, 일상적인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콜라주 형식이나 모자이크 형식으로 종이나 신문지를 찢어서 작업했어요. 그런데 사실 여기서도 풀을 붙이고 하는 게 번거롭더라고요. 그러면 테이프를 쓰면 풀 붙일 일도 없고 편하지 않을까? 해서 일단 종이로 붙이다가 박스테이프가 옆에 있길래, 한 번 붙이고 두 번 붙였어요. 체크무늬 옷을 하느라고. 그런데 여기서 약간 유레카 하면서, 테이프도 투명도가 있는 것들은 겹치면 겹치는 대로 색이 진해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이 물감이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 조현지] 테이프로 작품 활동하기 시작하신 건데. 지금 얘기해주신 것처럼 투명테이프 중에 가지각색의 색깔을 가진 테이프를 쓰고 계시는데, 이게 쓰다 보면 테이프가 원하는 대로 색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예를 들어서 빨간색의 물체라고 해서 빨간색의 테이프만 쓰시지 않더라고요. 정말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 그런 구상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요?

◆ 조윤진] 그런 구상 같은 경우는 정말 색을 볼 때 사람의 색이나, 사람의 살의 색이나, 물체의 색을 볼 때, 사실 빨간색의 사과를 볼 때도 빨간색만 보이지 않거든요. 그 색을 다르게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화가인 피카소가 말하기를, ‘빨간색이 없다면 파란색을 써서라도 그게 빨간색처럼 보이게 하라.’는 말을 했는데, 제가 테이프로 그림을 시작할 때 그 구절을 보고 저한테 하는 얘기 같더라고요. 마치 그 구절이.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색보다 깊이를 보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 조현지] 팬분들이 긴장할까봐 걱정하셨는데, 유성환 님, ‘하나도 안 긴장하신 것 같은데요.’ ‘오늘 더 예쁘다’고 김민진 님이 얘기해주셨고. 아마 테이프가 물감과 다르지 않게 농도나 깊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 천잰데, 라는 문자를 보내주신 분도 계세요. 또 그리고 4831 청취자님은 저희가 이름이 비슷해서, ‘두 분 친척이신가요?’ 하는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저희는 이름만 비슷한 거죠. 하하. 처음에는 물감이나 이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테이프는 좀 괜찮나요?

◆ 조윤진] 테이프는 어떤 친구가 제가 작업하는 걸 보더니, ‘가성비가 참 좋아서 좋겠다. 작업하는데 돈이 안 들어서 좋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농담 삼아서 그런데 사실 그런 재료비 측면에서는 부담되는 것은 없고.

◇ 조현지] 실제로 그래서 주변에서 테이프 선물을 많이 해주신다면서요?

◆ 조윤진] 네. 이제 테이프로 작업한 지가 7년, 8년 돼가는 거 같은데, 사람들이 테이프 하면 저를 떠올려주고, 그걸 구매해서 작업실로 보내주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것에 있어서는 너무 감사하면서 보내주신 분 거를 붙이면서 그분들도 뿌듯해하시는 것 같아요.

◇ 조현지] 그렇군요. 본인이 이런 색깔은 못 보지 않았어? 하면서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아요.

◆ 조윤진] 그렇게 얘기하신 분은 없는데, 작가님들께서도 재료 때문에 방산시장에 가고 하는데, 그분이 주신 테이프가 정말 구하기 힘든 색이에요. 그래서 정말 아껴 썼는데 이제는 그걸 구할 수가 없어서 정말, 정말 슬픈 일입니다. 저한테는.

◇ 조현지] 그런 일화도 있었네요. 테이프로 그림 그리는 작품들을 보면 이게 참 그린다고 해야 할까 싶기도 한데, 인물화 작업을 정말 많이 하셨어요. 인물화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 조윤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타던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 그리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사실은 테이프 하면 다양한 색들이 많지만 정확한 살의 색이 나와 있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은 내가 인물화를 마스터하면 다른 것들은 부가적으로 따라오겠다는 생각해서, 예를 들면 다양한 캐릭터로 풍경을 그린다고 하면 나무는 고동색으로 할 것 같고, 나뭇잎은 초록색을 할 것 같고, 뻔하게 색을 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인물을 그리는 건 우리 몸은 약간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되어 있잖아요. 직선이 없잖아요, 그런 날카로운 게. 그래서 이 직선의 테이프로 인물을 표현하면 다른 것들이 잘되겠다. 그래서 어려운 방향으로 가자. 그렇게 됐습니다.

◇ 조현지] 네, 최근 작품들을 보면 비틀즈, 조커, 김영하 작가도 있고요. 사실 의뢰를 받아서 작품을 하신 것도 있을 것 같고, 그냥 좋아하는 마음에 작품을 한 것도 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 조윤진]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사실 어딘가에서 저에게 의뢰하고 그러면, 다 기억에 남아요. 다 기억에 남는데, 정말 이거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다 자식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할 때 그런 게 들어올 때마다 너무 벅차고, 이게 꿈은 아닌지, 그때그때. 그런데 제가 사실은 이렇게 운이 좋아도 되는지. 신해철 님이나, 김영하 작가나, 다른 아디다스에서 콜라보했었던 퍼렐이나, 제가 좋아하는 인물들만 어떻게 딱딱 의뢰가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게 다 설레고 모든 게 다 기억에 남고, 그 그림들을 보면 그때의 제 마음가짐과 그때의 제 기분들이 생각이 나고, 그렇습니다.

◇ 조현지] 이런 작품 활동을 하면서 사실 일상적인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도전하셔야 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어려운 부분이라든가, 이런 건 없었을까요?

◆ 조윤진] 처음에는 제가 화가가 아니고 테이프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연구하는 방향, 그렇게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일단은 직선의 요소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어려웠고, 그리고 보관의 문제도 있고, 그리고 색을 만드는 것들을 어려워했는데, 지금은 워낙 제 것이 됐다고 할까요? 그런 방식들이. 그래서 사실은 어떤 작업을 하는 분들도 다 어렵고 쉬운 건 없기 때문에 저는 작업을 할 때 항상 어렵습니다.

◇ 조현지] 처음에 말씀해주신 말이 참 기억에 남아요.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보다는 테이프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라는 마음가짐이셨다는 게. 사실 뭐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이걸로 작품 활동을 한다고 결정을 짓고 계속해서 해오시면서 이런 애로사항들에 계속해서 부딪히신 것 같아요. 최근에 보니까요. 작가님 SNS에서도 반응도 뜨겁고, 이런 회화적인 그림뿐만 아니라 굿즈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작품들도 많이 제작하시던데. 이런 건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을까요?

◆ 조윤진] 처음에 사람들이 제 그림이 너무 좋은데 갖기에는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많은 사람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처음에 엽서를 제작했고, 물건 만들어주는 사이트도 많이 생겨서 단순한 물건부터 한번 해보자. 그래서 휴대폰케이스나 에코백이나 이런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세상에 제 그림이 새겨진 물건들도 저는 결국에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사람들과 제 그림을 나누기 위해서 판매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 조현지] 사실 작품 하나 소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하지만 참 만만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본인의 작품들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그 굿즈에 담긴 것 같아요. 얘기하다 보니까 참 생각이 뚜렷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는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으세요?

◆ 조윤진] 앞으로는, 여전히 제가 해왔던 것들을 가져가면서,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은 해야 한 걸음 뛰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인물도 인물이지만 풍경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요. 이제 그런 것들을 잘 수렴해서 풍경화를 비롯해서 추상화까지 갈 수 있도록, 색에 대한 연구와 테이프의 재질에 대해 연구하면서 계속 지금과 같이 꾸준히 변함없이 하고 싶습니다.

◇ 조현지] 처음에 저희가 설명할 때는 테이프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조윤진 작가라고 소개했는데 본인을 테이핑 아티스트라는 수식어 말고 다르게 표현해 본다면?

◆ 조윤진] 제가 어딜 가나 자주 하는 말이긴 한데, 저는, 모든 사람들은 나를 인정하고 진정한 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를 닮고 싶지만 우리는 결국에 그 누군가가 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조윤진이 되고 싶은 조윤진’이라고 소개하거든요. 정말 진정으로 나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서 그렇게 저를 소개하곤 합니다.

◇ 조현지] 네.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조윤진 작가와 함께했는데요. 지금 유성환 님께서 ‘현재 전시 중인 것 같은데 언제까지인지 알려주세요.’ 라고 하셨는데요. 현재 YTN 로비, 아트스퀘어에 오시면 3월 한 달간 조윤진 작가의 작품들 관람하실 수 있고요. 더 많은 작품 보고 싶은 분들은 에코락갤러리 사이트(http://www.ecorockgallery.com/)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성환 님, 작가님 작품 직접 보면서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방송 듣고 직접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얘기해주셨는데 YTN에 한번 놀러 오셔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초대석 3월의 작가 조윤진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조윤진] 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