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뉴스-더인터뷰] '기생충' 오스카 4관왕...음향감독이 말한다

[더뉴스-더인터뷰] '기생충' 오스카 4관왕...음향감독이 말한다

2020.02.11. 오후 3:0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진행 : 박상연 앵커
■ 출연 : 최태영 / 영화 ’기생충’ 음향감독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현장에서 많은 열정과 노력을 쏟았습니다. 기생충에 음향감독으로 참여하고 봉준호 감독과 20년 동안 작업을 함께한 최태영 감독과 함께 기생충 제작기 등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했습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하신 당사자로서 소회를 듣고 싶은데요.

[최태영]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겨서 영광스럽고 기쁘고요. 한국 영화의 결실이 맺어져서 앞으로 더 세계적인 한국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카데미시상식 이후에 봉준호 감독과 연락을 해 보셨나요?

[최태영]
네, 미국에 계시니까 문자로 수상 축하하고 마음껏 즐기라고 문자는 남겼는데 아무래도 밤새 술을 드셨는지 아직 답변이 없네요.

[앵커]
그러게요. 어제 수상 소감에서도 밤새 축배를 들겠다고 한 만큼 이해가 되는 대목인데. 감독님께서도 최근에 미국 MPSE 골든 릴 어워드 사운드 편집기술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상당히 권위 있는 음향시상식이라고 하던데 먼저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이에 대한 소감도 한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태영]
10년 전에 봉 감독님의 마더라는 영화로 한 번 후보에는 올라서 수상은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10년 만에 기생충이라는 영화로 후보에 올라서 수상을 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요. 다음에는 욕심이나마 오스카를 한번 기대해 보면서 열심히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영화 기생충 작업하시면서 참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가장 주목을 하셨나요?

[최태영]
일단은 봉 감독님의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배우의 연기톤이에요. 여러 캐릭터들의 배우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는 다일로그 사운드가 신경이 제일 많이 쓰였고요.그다음에 영화의 특성상 기택의 집과 박 사장의 집, 빈부의 차에서 나오는 주변의 사운드들. 기택의 집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공간 자체가 생활의 주변 엠비언스들이 아주 잘 들리는 사운드 디자인의 콘셉트로서 실제 관객이 반지하 공간에 있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영화 초반에 나올 때 반지하 창으로 통해서 보여지는 동네의 소음들, 그다음에 시간에 따른 동네의 다양한 소음들이 아주 디자인이 많이 되었고 박 사장 집 같은 경우에는 아주 조용한 부촌 동네의 디자인을 하다 보니까 특히 엠비언스보다는 박 사장 집 실내에서 대화의 울림으로 그 집의 사이즈를 관객들이 가늠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부분들이 가장 많이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고 노력을 많이 했던 부분이죠.

[앵커]
그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또 공간마다 시간대별로 이런 환경음이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는 영화 기생충 장면 하나하나 다 소중하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어떤 걸 꼽으시겠습니까?

[최태영]
일단 가장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했던 부분인데요. 일단은 기택과 아들, 딸이 무사히 폭우에서 캠핑을 가서 돌아온 박 사장 집에 있지 않고 집에서 나와서 그들의 집으로 가는 폭우 장면이 있습니다. 폭우 장면 같은 경우에는 기존 정재일 음악감독의 음악과 저희가 디자인된 사운드 입힌 빗소리, 이것이 신 바이 신, 컷 바이 컷으로 그들의 심리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되는 부분이 굉장히 심도 있게 표현되다 보니까 실제로 믹싱 시간에 감독님과 제가 믹싱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장면이고 그 투자한 장면의 목표는 그들의 심리 변화에 따른 긴장감을 어떻게 줄 것이냐, 관객들에게. 그래서 맨 마지막에 기우가 바라보는 시점에서 떠오를 때의 판타지가 어떤 사운드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하나의 빗소리로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감정의 포커스가 아주 힘들었던 장면인 것 같습니다.

[앵커]
실제로 그 장면을 통해서 상당히 긴박감이나 허탈감까지도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저희가 화면을 한번 준비해 봤거든요. 그 소리를 저희가 함께 들으면서 얘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소리 먼저 함께 들어보시죠. 지금 이 장면인데. 긴 호흡을 이어가기 위해서 사운드 믹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감독님께서는 봉준호 감독과 상당히 긴 인연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영화에 지금까지 참여를 하셨나요?

[최태영]
처음에 제가 봉준호 감독님을 만났던 건 모텔 선인장이라는 영화에서 봉 감독님이 조감독이었어요. 그래서 그때 알게 됐고 봉 감독님이 입봉을 하셔서 플란다스의 개부터 지금 현재 기생충까지 그분의 모든 장편, 단편영화를 같이 일을 해 왔던 거죠.

[앵커]
그럼 봉 감독님을 참 잘 아실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가까이에서 본 봉준호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요?

[최태영]
그분은 일단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에요. 제가 사운드를 하면서도 제 전문 분야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포인트를 잘 집어내는 창의적인 부분이 있고 두 번째로는 본인이 선택한 스태프에게 무한 신뢰를 줘요. 그 무한 신뢰라는 부분은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는 서로의 믿음이 생기는 부분인데 봉 감독님의 특징은 저희가 믹싱 작업을 할 때 믹싱 스테이지에 와서 영화를 보면서 어떤 즉흥적인 연출보다는 실제로 저희가 작업한 것을 데일리로 사운드를 받아가셔서 집에서 그걸 보면서 연구를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본인 집에서 어떤 사운드적인 연출을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방향을 잡아오셔서 그런 부분들을 저랑 상의하고 이슈화된 포인트적인 부분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부분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부분이라서 굉장히 스태프들에게는 집중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는 분인 것 같아요.

[앵커]
두 분께서 함께 일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자극도 받고 있는 그런 관계로 이해가 됩니다. 감독님께서 지금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감독님께서도 이번에 함께 참여하시는 건가요?

[최태영]
비밀 유지가 있어서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기본적으로 감독님의 차기작이나 차차기작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짧게 영화에 음향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태영]
영화의 음향은 기본적으로 화면에서 설명되지 못하는 정서적인 이모션적인 부분을 음향이 많이 구현하는 부분인데. 실질적으로 음향이 영화의 반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앵커]
앞으로도 영화에 맛을 더해 주는 다양한 음향 기대해 보겠습니다. 기생충 수상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