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불안감.. 어디서 봤더라? 현실과 닮은책 '파리대왕'

신종코로나 불안감.. 어디서 봤더라? 현실과 닮은책 '파리대왕'

2020.02.10. 오후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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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불안감.. 어디서 봤더라? 현실과 닮은책 '파리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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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영준책방] 신종코로나 불안감.. 어디서 봤더라? 현실과 닮은책 '파리대왕'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나는 튀는 것을 참지 못하고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심히 우려스럽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사회는 여전히 사람들을 제도화된 틀 안에 가두려 하고, 사람들 역시 사회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길을 추구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다고 남들까지 그래야 한다고 강요해선 안 된다. 상대방은 나와 다른 것이지 결코 틀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 조현지>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우종영의 에세이,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에 실린 문장들로 시작했습니다. <영준책방>에 처방책 의뢰하신 청취자님을 위해서,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가 뽑은 글귀이기도 한데요.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이하 남영준)> 안녕하세요.

◇ 조현지>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입학식을 간소하게 하거나 취소되기도 하고, 또 개강도 미뤄졌다고 하던데요. 교수님이 계시는 학교는 어떤가요?

◆ 남영준> 중앙대학교도 개강을 2주 연기했습니다.

◇ 조현지> 오늘도 여러분의 사연에, 일대 일 맞춤 책 처방을 해드립니다. #0945, 단문 50원, 장문 100원의 유료문자로 보내주셔도 좋고요! 모바일어플 앱, 유튜브 보이는 라디오 채팅창으로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 보내주시면, 잘 갈무리 해뒀다가 다음 시간에 처방해 드릴게요. 지난주에 교수님께 미리 사연을 보내드렸는데요. 어떤 분이 오늘의 주인공일지, 궁금하시죠? 읽어드릴게요.

◇ 조현지> 0519 코로나바이러스가 난리라서 요즘 집콕 중입니다. 티브이도 웬만한 건 다 봐서 지루하고 간간이 라디오 듣거나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에 분명 읽었던 책인데 제 기억력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처음 읽는 책 같은 것도 있었고요, 도입이나 결말 정도만 기억하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책을 읽고 오래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남영준> 이번 사연을 보내신 분은 독서를 좋아하셨던 분이네요. 다만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과거에 읽었던 책들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요. 일단 안심시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작년에 한국도서관협회장 당선 소감을 기억력에 의존하여 허클베리 핀처럼 즐기면서 회장 일을 하겠다고 하였는데 협회 회원 중의 한 분이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문장이고 그 말은 톰 소여가 한 말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 후부터 어떤 문장을 인용할 때에는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항상 원본을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제가 아는 분은요, 서점에서 책을 샀는데, 집에 와서 책장을 보니까 그 책이 있었다고 하셨거든요. 이미 봤던 책인 것도 잊어버린 거죠. 청취자님 사연과 교수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 남영준> 네, 그렇습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혹은 다르게 기억하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조현지> 자, 그렇다면 청취자님께 처방해드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 남영준> 오늘은 두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우종영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입니다. 2019년에 출간되었습니다.

◇ 조현지> 우종영 작가는 1세대 ‘나무의사’로 알려져 있죠. 나무 병원 원장님이시기도 하고요.

◆ 남영준> 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세월과 지혜의 상관성을 나무의사 우종영 님이 과학적 관찰기록을 우리네 삶으로 맛깔나게 설명한 책입니다. 아까 조현지 아나운서님이 읽어준 부분은 튤립나무 잎이 일반 식물의 잎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리다고 몰아대는 사회의 씁쓸한 면을 빗대어 설명한 부분입니다. 이 책에서의 튤립나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튤립은 아닙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튤립나무 잎이 희한하게 생겼음을 알았습니다.

◇ 조현지> 어떻게 생겼을까.. 찾아봤더니, 제가 알고 있던 나뭇잎과는 다르네요. 둥글거나 끝이 뾰족한 잎을 주로 봤는데, 튤립의 잎은 단풍잎처럼 보이기도 해요.

◆ 남영준> 네, 저자는 다른 나무와 다르고 알 수 없는 엉뚱함이 튤립나무의 큰 매력이라고 말합니다. 잎이 신기한 모양 덕분에 튤립나무를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하고요.

◇ 조현지> 네, 저도 앞으로 튤립나무.. 하면 재미있는 모양의 잎을 기억할 것 같네요.

◆ 남영준> 또한 문장 더 읽어보면 제주도 곶자왈의 가시나무를 빗대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곶’은 제주도 말로 숲을 의미하고, ‘자왈’은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로 용암토에 가시나무들이 뒤엉켜있는 숲이라고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께서 이 부분을 읽어주시지요.

◇ 조현지> <<씩씩하게 숲을 지켜 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자리마저 내주고 조용히 떠나는 가시나무들. 그들은 그 어떤 삶에도 저마다 살아갈 이유와 가치가 깃들여 있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 준다. 비록 볼품없고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지만 그럼 어떤가. 가시를 단 나무들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이다.>>

◆ 남영준> 앞의 글도 좋지만, 이 부분도 좋지 않으세요? 저는 이 책에서 ‘그냥 내가 지금 살아온 대로 살아가면 그게 가장 의미 있게 사는 것이다‘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봤던 책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읽었던 그 순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떠세요. 아나운서님은 초등학교 때 국어책에서 보았던 동시나 소설들이 다 기억나세요? 오히려 전체보다는 일부분만 기억나지 않으세요?

◇ 조현지> 평소엔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불현듯 떠올리기도 하고 비슷한 문장을 봤을 때 기억을 더듬기도 했던 것 같네요.

◆ 남영준>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이 읽은 책에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않거나 인상 깊었던 부분만 단편적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모든 책을 기억하려고 애쓰기보다 그 책을 읽었던 경험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을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종영 님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는 소개해 드린 문장 외에도 모든 구절이 맘에 팍팍 와 닿을 겁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 조현지> 교수님, 책 한 권 더 소개해 주신다고요?

◆ 남영준>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일반 시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이 불현듯 생각이 나더라고요. 윌리암 골딩의 <파리대왕>입니다. 1954년에 출간되어 198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요. 여기서 파리는 프랑스의 수도가 아니라 파리 모기의 파리입니다.

◇ 조현지>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 남영준> <파리 대왕>은 5살에서 12살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을 주인공인데요, 문명권에 살던 어린아이들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면서 자기들끼리 편을 가르고 세력화하고 야만화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표류 초기에 아이들은 순진하고 착하게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도자를 뽑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문명사회를 지탱하는 합리적 가치에 따라 생활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 본연이 갖고 있는 야만성을 드러냅니다. 외부로부터 구조의 손길이 오지 않음에 따라 두려움과 공포가 인간의 도덕적 가치와 존엄성을 뒤덮어가는 과정을 소설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너무나 문학적으로 묘사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 나타나는 부분을 요약한 부분입니다. 한번 읽어주시지요.

◇ 조현지> <<랠프는 몸부림치면서 목메어 울었다. 슬픔에 감염되어 (랠프를 죽이기 위해 뒤쫓던) 다른 소년들도 몸을 떨며 흐느꼈다. 그 소년들의 한복판에서 추저분한 몸뚱이와 헝클어진 머리에 코를 흘리며, 랠프는 잃어버린 천진성과 인간 본성의 어둠과 친구의 추락사가 슬퍼서 마구 울었다. >>

◆ 남영준> 인터넷과 SNS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가짜 뉴스와 상황을 설정해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철없는 사람들이 있죠. 대중의 두려움을 증폭시키려는 어두운 모습이 낯익게 느껴져서,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라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게 바로 <파리 대왕>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만 기억이 났을 뿐, 책을 다시 읽어보니까 대부분 처음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제목의 파리 대왕이 무엇을 의미하였는지는 읽는 내내 기억나지 않아 몇 번이고 그 구분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 조현지> 책을 처음 봤을 때와 다시 봤을 때의 느낌은 정말 다르던데요. 교수님은 어떠셨나요?

◆ 남영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덕분에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완전히 몰입하여 쉬지 않고 한 번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감탄하였습니다. 내가 젊었을 때 이런 책도 다 읽었구나, 스스로 대견해했습니다. 그러니 애청자님도 기억나지 않은 좋은 작품을 다시 기억해 내시어, 다시 읽어보세요. 기억나지 않는 바람에 좋은 작품을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는 멋진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 조현지>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도 있던데요. 예전에 봤던 책을 다시 한번 꺼내봐야겠네요. 교수님, 예전에는 이 시간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보시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휴관하는 도서관도 있죠?

◆ 남영준>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 확진자가 나타난 일부 지역의 공공도서관은 휴관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니 책 빌리시기 전에 동네 도서관이 열었는지를 확인하시고요. 개관되었다면 웬만한 공공도서관에는 책 소독기가 있으니 대출하기 전에 책도 소독하시면서 건강한 독서를 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영준책방. 남영준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다음 주 책처방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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