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각본상·감독상 등 3관왕 쾌거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각본상·감독상 등 3관왕 쾌거

2020.02.10. 오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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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광렬 앵커
■ 출연 :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 2관왕을 달성했습니다.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기생충은 아시아계 작가 최초로 각본상을 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 도전한 지 57년 만에 새 역사를 쓴 건데요.

칸 영화제에 이어서 오스카 트로피까지 들어올리면서 유럽과 북미의 최고권위상을 모두 휩쓰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관련해서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생충이 예상대로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모든 6개 부문 중에서 가장 확률이 높다, 이렇게 점쳐졌던 부분이죠?

[하재근]
국제장편영화상이요? 그게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가 언젠가 만약에 아카데미상을 받게 된다면 국제장편영화상이 될 것이다. 이게 옛날에 외국어영화상이라고 했던 것이니까 그게 아마 받을 것이고 외국어영화상 이외의 부문은 사실 한국 영화가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했었는데 그리고 이번에 기생충도 외국어영화상, 국제장편영화상 이런 쪽의 상들을 다른 영화제에서도 워낙에 서구권 영화상에서 거의 도장깨기 식으로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번 아카데미 1순위로 예상됐던 부문이었죠.

[앵커]
사실 국제장편영화상은 조건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만들고 또 영어 이외의, 대부분이 영어 이외의 말로 되어 있을 것 이런 조건이 있는데. 각본상 같은 경우에는 쉽게 말해서 전 세계에서 각본 제일 잘 쓴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에 주는 거잖아요. 세계 1등을 뽑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각본상 수상이 더 의미가 크겠네요.

[하재근]
그러니까 의미도 의미고 너무나 놀라운 건데. 각본상이 먼저 발표됐잖아요. 그러니까 한국 영화가 최초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게 각본상이 된 거예요. 이걸 과연 상상했던 사람이 대한민국 역사상 1명이라도 있었을까. 한국 영화가 언젠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데 그 상이 각본상이 될 것이다? 이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러니까 아카데미상이 굉장히 영어 또는 미국, 유럽 이런 쪽의 철옹성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아시아권, 유럽권이 아닌 영화가.

[앵커]
잠시만요. 지금 봉준호 감독, LA 현지에서 시상식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감독상을 받았다 이런 소식이 방금 들어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수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1917의 샘 멘데스 이런 감독들이 주요 후보라고 이렇게 얘기가 나왔었는데 결국에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까지 받았네요. 정말 사실 감독상 받은 건 정말 더 놀라운 거 아닙니까? 저도 굉장히 지금 약간 흥분될 정도로 놀라운 소식인데.

[하재근]
아카데미 빅5라고 하는 것 중에서 두 개를 받은 셈이니까 거의 올해의 영화 수준으로 각광을 받는 것이고. 그리고 1917이 작품, 감독 2개 부문 수상이 유력시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한 영화에 몰아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물론 작품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는 2개 중에서 만약에 1개를 받는다면 감독상이 조금 더 유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감독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앵커]
저도 이렇게 뉴스를 하면서 속보가 들어왔을 때 소름이 돋기는 거의 오랜만인 것 같은데. 왜냐하면 감독상이라는 게 워낙 그만큼 정말 받기 힘든 상이잖아요. 그러니까 특히나 비할리우드 그리고 동양계 출신의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던 전례가 있었나 싶은데.

[하재근]
중국계 이안 감독이 감독상을 받기는 했지만 이안 감독이 받은 영화는 영어, 할리우드 영화였고 그다음에 비영어권 영화가 감독상을 받은 게 한 번 있었는데 작년에 로마가 받았는데 그 로마도 미국 자본이 투입된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미국하고 아무 상관이 없는 제3세계에서 만든 영화로는 기생충이 이번에 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받게 된 거죠.

[앵커]
사실 골든더비라고 미국의 유명 영화평론가들이나 아니면 영화를 많이 보시는 우리로 치면 해비 블로거, 파워블로거 같은 분들이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보면 당연히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은 수상 후보 1위로 퍼센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감독상 같은 경우는 그래도 샘 멘데스 감독의 아성을 넘지 못하지 않을까 이런 관측이 나왔는데 이렇게 받게 되니까 너무 놀랍고 이렇다면 내심 또 작품상 수상도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하재근]
기대는 당연히 하는데 문제는 두 영화를 한 영화에 몰아주기가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앵커]
제가 살펴 보니까 최근 7년 내에 두 번 그런 사례가 있었더라고요.

[하재근]
그리고 미국의 4대 조합상 중에서 두 개씩 나누어가졌거든요, 기생충하고 1917이. 그런데 1917이 받은 부분이 감독조합하고 프로듀서조합이라서 이게 조금 감독상이나 작품상하고 직결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독상을 기생충이 받은 것 자체가 이미 이변이기는 한데 과연 작품상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데 이게 그러니까 보혁구도 비슷하게 됐는데 혁신을 원하는 바람이냐, 안정세력의 보수적인 것이냐. 이런 게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1917이 전통적인 미국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휴먼 전쟁영화. 1차, 2차 대전을 그리는 굉장히 익숙한 영화이기 때문에 기존의 흐름 그대로 간다면 1917이 유리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또 일부에서는 더 이상 이대로 갈 수 없다.

우리도 변해야 된다고 하면서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크거든요. CNN 같은 데서도 기생충이 만약에 올해 작품상을 받게 된다면 세계 영화계의 거대한 진보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쓸 정도로 그러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그 바람이 굉장히 크게 불어온다면 혹시 작품상까지 석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만약에 작품상을 받는다면 지금까지 아카데미 역사상 거의 최대 이변이라고 기록될 수 있을 정도겠죠?

[하재근]
그렇죠. 아카데미 역사상 최대 이변이고 미국 대중문화 역사에도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그러니까 미국 대중문화에 양대 시상식이 있는데 아카데미하고 그래미가 있는데 둘 다 백인 잔치다. 백인 중년 남성 잔치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변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최근 들어서 변화한 흐름이 조금씩 조금씩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약에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게 된다면 그 변화에 정점을 찍는 이제는 새 역사가 시작됐다., 그래서 아카데미도 한껏 생색을 낼 수 있고 우리가 기생충 같은 영화한테도 상을 주는 영화제가 됐다라고 그럴 수가 있고 그러면 역사가 새로 바뀌면서 나중에 역사책에 쓰이면서 2020년에 완전히 판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판을 바꾼 영화가 기생충이다.

두고두고 회자가 될 텐데. 굳이 작품상을 받지 않더라도 감독상과 각본상을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의 새로운 장을 썼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몇 십년 뒤에 아카데미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아마 2020년이 아카데미시상식이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으로 생각이 되고 기록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데. 제가 좀 찾아봤습니다. 감독상 다른 후보가 누구였는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있었고 또 토드 필립스 감독은 감독 이름은 잘 모르실 수 있지만 영화 조커를 감독하신 분이고 샘 멘데스 감독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너무 유명한 전 세계적인 거장들을 제치고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하재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대상 선배죠. 먼저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를 만들었다 하면 트로피를 쓸어담는 사방팔방에서 상 받는 게 취미인 분인데. 마틴 스콜세지는 봉준호 감독가 영화를 공부하던 시절에 교과서에서 봤던 대거장입니다.

[앵커]
롤모델 같은 존재죠.

[하재근]
그렇죠. 그런데 그런 작품들을 물리치고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는 건 너무나 놀라운 것이고 이게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도 조금 있는 것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에 배타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니까 거기에 대한 반발이 있거든요. 그래서 대중예술인들은 상대적으로 민주당 성향도 있고 미국에서. 그러다 보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배타주의에 대한 반발로 더 다양성을 추구하는 그런 흐름이 있고 최근 들어서 그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걸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미국 사람들은 표현하는데 그러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것이 또 아시아 영화에 대한 위상 강화로 이어지고 그 최선두에 기생충이 서게 된 것이 아닌가. 세계 문화사적인 흐름에 거대한 변화가 있는데 그 앞자리에 중국 영화도 아니고 일본 영화도 아니고 한국 영화가 지금 서 있는 느낌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말 이건 우리나라 영화라서 더 띄워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감독상 수상은 대단한 역사를 썼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까 말씀을 해 주셨지만 할리우드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그래서 백인 중심 그리고 남성 중심.

[하재근]
백인 중년 남성.

[앵커]
이렇게 해서 한동안 유색인종의 감독상 수상도 불발돼서 보이콧으로써 한다. 흑인들 같은 경우에는 보이콧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 했고 남우주연상 같은 경우도 제가 기억하기로는 거의 2000년도 될 때까지 흑인한테는 남우주연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아주 폐쇄적인 게 바로 아카데미인데. 유럽 영화도 아니고 동양의 한 작은 나라가 감독상을 수상한 것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아서 저도 얘기가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놀라운 소식입니다. 작품상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작품상을 수상하지 않더라도 지금 3개 부문 수상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역사네요.

[하재근]
역사적인 사건이죠. 참고로 흑인 남우조연상은 과거에 한 번 있었던 것 같은데. 제 기억에는.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흐름상으로 봤을 때 백인이 우세했고 그런데 이번에 기생충은 너무나 놀라운 것이 과거에 작품상 후보가 비영어권 영화들이 후보에 오른 적이 있지만, 와호장룡도 후보에 올랐었고.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관련이 있는 영화였어요.

와호장룡 같은 경우는 미국의 자본이 들어갔고 그 외에 주로 유럽권 영화들이라든가 그런 식이었는데 기생충처럼 미국이랑 아무 상관이 없는 그냥 제3세계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영어도 안 나오는 미국 자본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그런 영화가 갑자기 작품상, 감독상 이런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사적인 사건이었거든요.

그것만 해도 대서특필될 일이었는데 정작 상까지 받았으니까 한국 영화가 미국에서 각본상을 받고 감독상까지 받았으니까 이건 정말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일이고 한국 역사에도 나오고 미국 대중문화 역사에도 기록될 일입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흑인 남우조연상 같은 경우에는 제가 찾아보니까 64년도에 한번 받았고 2002년에 그 뒤에 한참 지나서 받아서 그때 당시에 화제가 됐었네요. 지금 저희가 계속 감독상 이야기를 하는 게 감독상을 예상하기 정말 어려운 그러니까 받을 수도 있겠지만 받으면 엄청난 이변이다, 이렇게 생각이 되는데. 어떤 점이 평단뿐 아니라 실제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아카데미상 같은 경우는 투표를 하잖아요.

어떤 점이 사로잡았을까요, 투표인단의 마음을?

[하재근]
그러니까 영화제에서 이렇게 상을 받는 것이 작품을 잘 만든 것도 중요하지만 흐름을 타야 되거든요. 기생충이 바로 시대정신을 탔다, 그건 바로 양극화, 자본주의의 모순. 이게 그러니까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가 나타나면서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이런 정권이 나타나면서 그전까지의 중산층 중심의 자본주의가 깨지고 시장주의가 강화되면서 양극화가 벌어진 거예요.

그래서 빈부격차로 인한 엄청난 문제가 벌어졌고 2008년에 금융위기가 왔을 때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문제가 시정되지 않고 이게 각국의 곪은 가장 깊은 사회적인 문제가 됐던 것이죠. 그래서 미국적인 방식으로 그걸 그린 게 조커였는데. 조커보다 더 깊이 있게 심도 있게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공감할 수 있는 마치 우화와 같은 형식으로 그렇게 그렸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이라는 평가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고. 어느 나라에 가든 이건 우리 얘기인데?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미국 같은 경우는 기생충에 나오는 부잣집이 우리가 보기에는 엄청난 부잣집이지만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중산층들이 사는 집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교외 중산층 주택단지, 창고 있고 그런 집 같은 느낌이 나니까 그 집이 빈부격차에 의해서 파괴되는 것이잖아요.

미국 사람들이 자기들의 평화가 파괴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고. 그러니까 이게 우리의 이야기다, 굉장히 깊게 몰입하면서 미국에서 그러다 보니까 도장깨기 식으로 수많은 상을 수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보면 이 영화 기생충. 지극히 한국적인 얘기면서 어떻게 보면 반지하에서 생활하고 이러는 걸 보면 사실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반지하가 거기는 없을 거 아니에요, 그런 식의 집은. 그런데도 그걸 보고 자기들의 얘기다, 이렇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게 정말 대단한... 지금 수상식 당시 장면이니까 잠시 보고. 이게 감독상을 수상할 당시의 지금 화면을 보고 계십니다.

계속 돌려봐도 더 보고 싶은 그런 장면인데. 마저 말씀 이어가면 굉장히 한국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전 세계인들한테 이렇게 공감이 가게 만들었는지 특히 감독상도 그렇고 각본상 같은 경우에는 비할리우드, 비영어권 매체가 받기 쉽지 않은 상이잖아요.

[하재근]
그렇죠. 이건 한국 영화가 그런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아무도 그런 상상을 못해 봤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 말씀하신 대로 이게 한국적인 영상이다 보니까 이국적이잖아요. 그러니까 신기한 볼거리 같기도 하고 그것 자체가 신기하면서 동시에 최근에 다양성을 인정해야 된다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다 보니까 올해 아시아영화에도 우리가 문호를 열어야 된다.

이런 마음이 강하게 작용하는 거고. 그다음에 반지하 같은 형식이 그들한테는 낯선 것이겠지만 이게 낯설기 이전에 영화 자체가 수직적 구조거든요. 양지 바른 높은 지대에 사는 부잣집. 낮은 곳에, 물이 이렇게 아래로 흐르는 지역에 사는 반지하. 이게 수직적인 구도다 보니까 서양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저거 자체가 상징이다, 우화적인 설정이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부잣집과 반지하의 상징적인 구도가 미술적으로 구현이 된 거잖아요. 그래서 미술상도 사실은 상당히 기대를 했었는데 그 부분은 불발이 됐습니다.

[앵커]
미술상, 편집상 이렇게 후보에 올랐었는데 아쉽게 불발이 됐고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번 수상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많이 짚어봤으니까 앞으로 향후 한국 영화에 미칠 영향, 한국 영화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한국 영화가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굉장히 큰 시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는 상을 많이 받았지만 이제 시상식,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계속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이번에 영화 기생충으로 인해서 지금까지 3개 부문 시사운으로 굉장히 큰 획을 그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영화의 발전 이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전기가 될까요?

[하재근]
하나만 받아도 엄청난 변화인데 대뜸 3개를 받을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못했고. 이건 상전벽해의 변화다. 한국 영화가 유럽의 예술영화제에서는 많이 인정을 받았는데 미국 아카데미, 여기가 대중예술산업의 총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는 계속 무시를 당해 왔던 거예요.

굉장히 우리의 숙원 같은 부분이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거기에 깃발을 여러 개를 꽂았기 때문에 완전히 세계 대중문화계 한 복판에 그 위상이 확고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차후에 다른 한국 영화나 한국 영화 예술인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에도 굉장히 좋은 것이고 좋은 조건을 받고 진출하거나 아니면 합작사업이 펼쳐진다거나 이런 일들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캠페인을 해 본 거거든요.

이게 선거운동 비슷한 건데. 미국 영화사들은 캠페인 전담부서가 따로 있고 예산이 많이 있습니다. 작년에 로마 같은 영화가 200억 이상을 선거운동 비용으로 썼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에 기생충은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 캠페인을 하면서 처음으로 경험이 생긴 거잖아요.

그러면서 인맥도 생기고 이런 것이 향후에 또 다른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에서 캠페인을 하는 데 좋게 작용하지 않을까. 그래서 한국 영화의 위상 상승 또 한국 영화의 경험 제고, 인맥 확대 이런 복합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고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세계 또는 미국에 널리 알리는 효과도 사실 미국에 한국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아카데미 영화상은 미국 사람들이 굉장히 관심 있어 하는 상이니까 거기에서 한국영화가 석권했다 이러면 한국에 대한 관심도 제고가 되면서 한국 국가브랜드 향상 이런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을 당시의 수상소감 준비가 돼 있습니다. 들어보고 마저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녹취 들어보셨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아주 인상 깊은 이야기인데 이 말을 한 것이 바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자신의 롤모델인 사람과 선의의 경쟁을 해서 세계에서 1명만 주는 상을 받은 거잖아요.

[하재근]
정말 감격적인 일일 것 같고. 제가 아까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공부하면서 영화 키드로 자랐을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건 저의 추정이었는데 저기서 사실로 확인이 됐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탈리아계일 겁니다, 아마. 그 이탈리아계의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면서 그게 미국 사람들의 보편성, 보편적인 공감을 받은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그것만 보더라도 자신의 이야기, 어떤 특정한 구체적인 이야기라는 게 오히려 더 보편적인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이런 게 아마 영화적인 교훈이 될 것 같은데. 봉준호 감독도 한국적인 이야기, 한국적인 디테일 그걸 그렸기 때문에 오히려 세계 무대에서 통한 것이 아니냐. 그런데 한국적인 이야기를 그렸다고 해서 무조건 정말 한국인만 알 수 있는 그런 걸 그리면 통할 수 없는 것이고 한국적인 디테일 속에서 세계적인 화두를 담아냈기 때문에 바로 봉준호 감독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그 자본주의의 모순, 양극화의 문제, 서민들의 설움. 이런 것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거기 때문에 기생충이 처음 나왔을 때 칸영화제에서 외신기자들이 보고 이거 우리나라 영화인데? 그런 얘기들을 했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그렇게 가장 구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보편적인 화두를 잡아낸 것이 마틴 스콜세지도 성공시켰고 봉준호 감독도 성공시킨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시상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남우주연상 우리 후보는 없었지만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받았다고 소식이 들어왔고요. 이제 아까 우리 영화계에 갖는 의미를 말씀해 주셨지만 사실 그동안 우리 영화계에서도 참 좋은 작품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단편 다큐맨터리 부분에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다룬 영화 부재의 기억이 출붐됐는데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수상으로 앞으로 문호가 넓어질 것 같아요. 그동안 한국 영화라면 가졌던 일종의 할리우드의 편견이랄까. 별로겠지, 이런 것들이 많이 사라질 계기가 될 것 갇은데 어떻게 보세요?

[하재근]
그렇죠. 한국영화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중국 영화한테는 한없이 문이 넓다가 갑자기 한국 영화만 보면 문이 확 좁아지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한국 영화에 대한 위상이 확실히 올라갔고 그동안 중국이나 일본한테 묻혔다가 이제는 한국을 독자적인 하나의 영화 대국으로 미국 사람들도 받아들여주겠죠. 그러면 한국 영화가 미국에서 향후에 개봉된다거나 또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데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아카데미 캠페인을 통해서 인적 인프라 같은 것도 상당히 쌓아놨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두고두고 좋게 작용할 것이고 그리고 부재의 기억도 이번에 상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아카데미 후보로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한국 단편 영화의 경쟁력이 확인됐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오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3관왕의 의미를 짚어봤고 남은 작품상도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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