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카데미 시상식...’기생충’ 새 역사 쓰나?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기생충’ 새 역사 쓰나?

2020.02.10. 오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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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재윤 앵커, 이승민 앵커
■ 출연 : 오동진 / 영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잠시 뒤에 시작이 됩니다.

한국영화 최초로 6개 부문에 올라가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과연 몇 개의 트로피를 거머쥘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함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미리 전망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영화와 관련돼 있는 상황이라고 하면 아카데미상 아닙니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등이 후보에 올랐는데 그 의미부터 짚어주시죠.

[오동진]
정확히는 6개 올랐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국제영화상이라고도 하고요. 편집상, 미술상 이렇게 올라 있습니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작년에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다가 본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죠.

한 번도 오르지 못하던 한국영화가 100년이 딱 지나서 한꺼번에 6개 부문에 올랐습니다. 일대 큰 사건이고요. 기생충이 이렇게 오른 것은 쌍방향 변화입니다.

한국영화도 큰 변화를 예상하고 있지만 아카데미가 만약에 기생충을 주요 부문에 선택을 한다면 아카데미도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아마도 아시아 영화와 한국 영화의 일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물론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이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과연 몇 개의 트로피를 가지느냐, 이것도 관심이지만 사실 이번 영화제에 기생충뿐만 아니라 단편영화 부문에도 우리 작품이 올랐잖아요.

[오동진]
굉장히 중요한 영화죠. 부재의 기억인데요. 여러분들 잘 모르시겠습니다마는 부재의 기억을 만든 이승준 감독이 2012년도에 세계 최대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암스테르담영화제에서 대상을 탔습니다.

달팽이의 별이라는 작품인데요. 달팽이의 별은 맹인이자 청각장애인인 한 남자 주인공이 신체부자유자인 한 여자 주인공과 사랑을 나누는 그런 얘기거든요.

굉장히 촬영하기 어려운, 얘기만 들어도 촬영하기 어려운 다큐멘터리잖아요. 그래서 그 당시에 굉장히 큰 화제를 모았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다큐멘터리스트입니다.

이승준 감독이 만든 세월호에 관련된 단편 다큐멘터리가 아카데미에 올라 있고요. 기생충만큼 관심을 집중받지는 못했습니다마는 아마 제가 봤을 때는 수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다시 기생충 얘기로 돌아가 보도록 하죠. 기생충은 흥행에서도 천만 관객을 동원을 했고 그런데 또 각종 영화제에서도 상을 휩쓸고 있어요.

[오동진]
한 50여 개 영화제에서 받은 트로피 수만 세어보니까 176개예요. 더 받을 것 같거든요. 이 영화를 배급한 CJ 엔터테인먼트가 아마도 별도의 건물을 구입하지 않을까.

트로피를 열람시켜야 되니까. 한번 작품이 유명해지면 세계를 한 바퀴 돌면 트로피가 그만큼 많아지는 거죠. 북미에서의 흥행 성적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초기에 한 160억 정도의 매출을 올렸었는데 지금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스크린 수만 1060개 정도. 미국에서는 스크린 수가 2만 7000개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우리처럼 전국 개봉 수준은 2000개 정도의 스크린을 확보해야 전국 개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시아 영화, 특히 한국 영화가 1000개를 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고요.

아마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에는 2000개까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국에서도 굉장히 반응이 좋고 매출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우리도 상을 받고 나면 그 상을 받은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지금 만약에 기생충이 이번에 아카데미 수상을 하게 된다면 외국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끌지 않을까 싶어요.

[오동진]
그렇죠. 국내에서 천만 관객이 보셨기 때문에 더 보실 분은 또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마는 유럽에서는 황금종려상을 탔었고요.

세계 곳곳에서 기생충의 열기가 굉장히 뜨겁지만 아직도 못 본 나라의 관객분도 많기 때문에 만약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전 세계적인 흥행 역사는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제작비가 135억 원이에요. 그래서 손익분기점이 관객 수가 370만이었는데 이미 천만은 넘었고 앞으로 해외에서 상영돼서 들어오는 수입은 전부 흑자로 남는 겁니까?

[오동진]
그렇죠. 갑자기 돈 얘기하니까.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했고요. 미국 배급은 네온이라는 회사가 하고 있습니다마는 영화의 매출 구조는 거기서 수익을 나누는 부분은 굉장히 복잡한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마는 어쨌든 지금 흥행에 맞춰서 매출 수익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마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런 큰 영화상도 영화상이고 또 비평가들로부터도 극찬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작품성을 인정받는 배경, 원동력이 어디에 있을까요?

[오동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 한국 영화의 특성이기도 합니다마는 장르 영화를 만들어요. 장르 영화라고 하면 예컨대 멜로영화, 스파이영화, 첩보영화, 공포영화 이런 게 다 장르 영화잖아요.

기생충이 사실은 일종의 강탈영화라고 할까요? 그런 특징을 갖고 있죠. 한편으로는 그런 장르 영화적 특성과 다르게 사회적 이슈를 다 담아내고 있어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있는 거죠. 아마 그런 측면들이 비평가들한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고요. 관객들도 어려운 영화 아니야?

이렇게 생각했다가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네, 이런 반응을 갖고 있어서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는 것 같고요. 쉽게 말씀드리면 미국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2011년도에 미국이 월스트리트이 있었잖아요.

미국 젊은이들도 양극화 문제에 굉장히 시달리고 있고 그런 문제에 있어서 정서적으로 굉장히 분개하고 있는 그런 환경이고요. 그건 유럽 관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관객들도 마찬가지고. 그런 측면에서는 자본주의의 양극화 문제를 보편적 주제로 잘 담고 있다. 이런 측면들이 아마 이 영화에 쏠리는 관심과 또 평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앵커]
기생충이 보여주는 주제에 세계인들이 다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이라고 있습니다. 별명이 봉테일이라고 할 정도로 꼼꼼하고 그만큼 치밀하다는 건데요.

마치 현미경을 들여다보듯이 대사의 동작, 소품, 모든 걸 치밀하게 만든 덕분에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얘기를 잠시 들어보고 오겠습니다.

[봉준호 / 감독 : 시야가 어떻게 차단되느냐 동선이 어떻게 꺾어지느냐 이런 것들을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미리 구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스토리 자체가 전개가 안 돼요.]

[앵커]
영화를 찍기 전에 하나하나 다 생각을 해서 촬영에 임한다는 건데.

[오동진]
영화 감독이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가 한 컷도 감독의 시야에서 벗어난 게 없거든요. 다 생각하고 찍은 작품이어서 그만큼 말씀하신 것처럼 스토리텔링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감독이지만 한 장면, 한 장면, 한 컷, 한 컷 담아내는 데 있어서도모드 소품, 미장셴 이런 것을 다 챙기는 감독으로 유명하죠. 그러니까 기생충의 모든 장면의 모든 본질은 봉 감독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생각하시면 되고요.

그만큼 아티스틱한 측면에서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대부분의 영화감독이 이렇게 하나하나 장면마다 자신의 구상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감독들이 훨씬 더 많은 건지. 어떻습니까?

[오동진]
그렇지 않은 감독들은 흥행에서 떨어지고요. 비평에서 떨어지죠. 그게 사실 눈에 보입니다. 모든 영화는 사실은 감독이 한 컷, 한 컷 손길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감독의 손길이 들어가지 않는 컷이 있다 그러면 약간 소모적인 컷이 되고.

[앵커]
물론 편집 과정에서야 그럴 수 있습니다마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그것을 하나하나 다 구상을 해서 들어가느냐 마느냐 그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오동진]
그렇죠. 완벽하게 그걸 구성하고 들어가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특징이죠.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박찬욱 감독도 마찬가지고요.

이창동 감독도 마찬가지고 한국의 이른바 작가주의 감독들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모든 컷들을 자기의 머릿속에서 다 구상하고 들어갑니다. 감독들이 작품을 잘 만들면 잘 만들수록 글솜씨가 떨어져요.

그건 뭐냐 하면 머릿속에서 프레임을 생각하니까, 컷을 생각하니까 텍스트의 솜씨가 떨어지고 영상의 솜씨가 뛰어난 거죠.

약간 이율배반적인 얘기입니다마는 그만큼 모든 감독들이 한 컷, 한 컷들을 머릿속에 다 구상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봉준호 감독을 예전에 만나보셨을 텐데요. 평소에도 그런 모습이 보이나요?

[오동진]
봉준호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스마트한 감독입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잘 보시면 정치적인 얘기를 잘 안 해요.

그런데 영화가 은근히 정치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얘기를 우회적으로 전개하면서도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굉장히 뛰어나고요.

그만큼 머리가 비상한 감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비교해서 설명드리자면 박찬욱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감독이고요.

김지운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장르적 특성을 강하게 잘 만드는 감독이고 봉준호 감독은 가장 스마트한 감독입니다. 굳이 이렇게 분류하면 기분 나빠할 수 있겠지만 그런 특성들이 있습니다.

[앵커]
앞서서 봉준호 감독이 글로 쓰는 것보다 머릿속에서 상상을 통해서 하는 것이 빨라서 글이 거기에 비해서는 조금 처진다라고 봐야 되나요?

[오동진]
글솜씨는 제가 안 봤습니다마는 대체적으로 감독들이 영상에 치중할수록 그런 성향이 나타난다는 뜻이고요.

그만큼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영상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서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앵커]
손보다 머릿속의 상상력이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가 될 텐데요.

[오동진]
만화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만화가 컷으로 이루어졌잖아요. 만화가들이 늘 모든 것을 상상할 때 컷의 감각으로 프레임으로 상상하듯이 감독도 비슷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앵커]
기생충은 모두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와 있어요. 아예 후보에도 우리 영화가 끼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상당히 이변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오동진]
아카데미가 사실 지난 10년 동안 많이 변해 왔습니다. 아카데미는 사실 앵글로색슨 피메일이 아닌 메일 중심입니다. 그래서 앵글로색슨 남성들이 주도하는 영화상. 그래서 비판들이 굉장히 많았죠.

[앵커]
백인 남성.

[오동진]
지난 10년 동안 인종 문제, 흑인 문제, 또 젠더, 여성 문제에 대해서 많이 개방되기 시작했고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카데미도 변화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 거고 또 아카데미 회원이 9000명에 이르는 수가 굉장히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그렇게 완고하거나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열리지 않은 분야가 인종, 여성 다 열렸는데 열리지 않은 분야가 아시아 이런 쪽이었습니다.

이번에 아시아 쪽의 문을 열면서 특히 한국 영화가 아시아 쪽을 대표하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주목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맞춰 봉준호 감독이 굉장히 뛰어난 작품을 만들었죠.

[앵커]
이제 한 10분 정도 뒤면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될 텐데 저희가 앞서 그래픽을 보여드렸습니다마는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와 있거든요. 어떻게 결정을 하게 되는 건가요?

[오동진]
9000명이 투표를 해요. 칸느, 베니스, 베를린은 심사위원단이 구성돼 있고요. 여기는 심사위원단이 구성되지 않는 독특한 심사방식이죠.

그런데 9000명이 모든 분야를 다 투표하면 어렵잖아요. 감독상은 감독들만 투표하고요. 배우상은 배우상은 배우들만 투표하는 거예요.

브레드 피트가 배우상에 투표하는 거예요. 또는 감독상에 예컨대 우리나라 봉준호, 박찬욱 감독은 회원이기 때문에 감독상 투표를 하는 거죠. 작품상만 전체가 투표하는 거예요.

[앵커]
작품상은 9000명이 다 투표한다.

[오동진]
그렇죠. 예를 들면 작품 본 사람은 자기가 투표하겠다고 한 사람들은 다 참여할 수 있는 거죠.
[앵커]
의무는 아니고 참여할 수 있는 거군요.

[오동진]
작품상에 관해서는 예를 들어서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그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느 상을 탈지 지금 섣불리 예상할 수 없습니다마는 감독상 같은 경우는 샘 멘데스의 1917이 탈 가능성이 높거든요.

제가 예측하기에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한 작품에 쏠리는 경향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감독상을 1917이 가져간다면 오히려 봉준호의 기생충은 작품상을 노릴 만하다 이렇게 보는 거죠.

그러면 더 큰 상을 사실은 가져갈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실 외국어영화상, 그러니까 국제영화상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고 기생충의 미술이 대단히 뛰어나요.

특히 반지하를 묘사한 그런 미술 분야가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미술상도 유력한 상으로 거론되고 있고요. 워낙 이야기가 좋기 때문에 각본상도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본상은 작품상과 연계된 구도로 생각한다면 제가 생각할 때 순리적으로 미술상, 배우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한다면 마지막에 작품상을 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투표를 하는 아카데미 회원이 9000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동진]
92년에는 20명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늘어나서 400명, 2000명, 4000명 이렇게 되다가 9000명 이렇게 되죠.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회원이 있다고요?

[오동진]
많은 수의 감독들. 아까 말씀드린 봉준호, 박찬욱 다 자기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요. 봉준호 감독은 당연히 감독상 할 때 자기 찍겠죠.

설마 샘 멘데스의 1917에 하지 않겠죠. 박찬욱 감독도 하겠죠? 우리 송강호 씨도 배우상에 투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본인은 오르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후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다른 후보에 투표를 하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아카데미 회원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영화 관련 종사하는 사람들이 물론 회원이 되겠지만.

[오동진]
아카데미가 비교적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기는 하겠습니다마는 그만큼 그 자국의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측면들을 고려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배우나 감독들이 아카데미 회원이 된다는 것은 한국의 영화 자체가 할리우드나 아카데미가 인정하는 그런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에 이제 많이 참가하고 있는 거죠. 아마 더 많아질 거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은 국내에 한 40여 명 정도가 회원으로 있는 거죠?

[오동진]
그렇죠. 대체로는 감독분들이 회원으로 되어 있고요. 점차 배우분들이나 또 다른 분야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앞서도 잠깐 말씀하셨습니다마는 송강호 씨도 배우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게 봉준호 감독이 많이 아쉬워 하는 것 같아요.

[오동진]
굉장히 저도 안타깝습니다마는 배우상은 조금 더 기다려야 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번에 배우상 후보에 오른 연기자들만 보더라도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 대단했잖아요.

저희가 조커가 연초에 개봉됐기 때문에 살짝 잊혀진 영화가 됐습니다마는 그 영화가 나왔을 때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다들 혀를 내둘렀을 정도니까 그리고 결혼이야기의 아담 드라이버도 굉장히 뛰어났고요.

사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자기의 이름값만큼이나 이번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대단히 뛰어난 연기를 했습니다. 경합을 벌인다고 하면 너무 치열해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러니까 배우상은 조금 더 한국 영화가 몇 년 더 기다려야 될 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지금 작품상 또 감독상 후보로는 저희가 화면을 통해서 몇 가지 예상되는 영화들을 올려봤습니다마는 이 중에 1917 같은 경우에는.

[오동진]
1차 세계대전을 그린 영화고요.

[앵커]
외국 영화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할리우드 입장에서는.

[오동진]
샘 멘데스가 영국 감독이기는 합니다마는 영미권이니까 외국 영화라고 보기가 어렵죠. 어쨌든 1917 같은 작품이 뒤늦게 다크호스로 등장하면서 저는 사실은 예상을 못했었어요.

뭐랄까 다소 전형적인 작품이다, 전쟁영화고. 그런데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다들 깜짝 놀랐었죠. 샘 멘데스가 워낙 아메리카 뷰티를 포함해서 009 스카이 폴 같은 모든 장르영화를 섭렵하면서 만든 뛰어난 감독이고.

쉽게 말하면 장인 감독이죠. 1917 같은 작품도 1차 세계대전은 거의 원씬 원컷으로 찍었어요. 그러니까 보고 나서 제가 공포감을 느꼈죠.

기생충이 위협을 받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정도로. 역시나 지금 아카데미에서 굉장히 큰 주목을 받고 있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기생충과 양강구도를 형성한 건 맞습니다.

샘 멘데스가 영국의 아카데미라고 하는 바프타에서 또 감독상을 탔기 때문에 그 영향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도 감독조합에서 상을 탔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카데미 감독상은 감독들이 상을 주는 거고 감독들이 모인 곳이 감독조합이잖아요.

그러니까 감독조합에서 상을 탔다는 것은 감독상에 유력하다 이렇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사실 미국의 양대 영화 시상식이라고 불리는 골든글로브 같은 경우에는 후보에 올랐습니다마는 안타깝게도 외국어영화상만 받았잖아요.

그래서 오늘 오스카에서는 상을 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는데요.

[오동진]
그래서 제가 봤을 때는 작품상으로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는 거고요. 아마 기생충의 제작진들도 아카데미 두 달 전부터 가서 마케팅활동을 벌였는데 아마 작품상 쪽으로 주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골든글로브에서의 각본상, 작품상 등등을 놓쳤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샘 멘데스와 워낙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는 조금 그 상을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가 주력한다는 건 어떤 말씀이신가요?

[오동진]
그러니까 아카데미상도 나름대로 마케팅이 굉장히 치열하게 전개됩니다. 보통은 아카데미를 타기 위해서 10월에 개봉하고요.

10월 전에 다 개봉을 하고 11월부터 준비해서 12월, 1월 두 달 동안은 회원들을 상대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거죠. 그러니까 회원들이 알아야 되잖아요.

투표를 하려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알아야 되고 안 봤으면 보게 해야 되고 시사회도 열어야 되고 네트워킹 파티도 열어야 되고.

그것이 마치 미국 대선이 대선후보들이 돈을 많이 쓰듯이, 광고에. 아카데미상을 타기 위해서 그런 마케팅활동을 굉장히 많이 해야 되고 그러면 어떤 상을 탈 것인가를 먼저 전략적으로 판단을 해서 그쪽에 주력하는 거죠.

그렇게 봤을 때 기생충 제작진이 감독상 쪽보다는 작품상 쪽에 주력해서 마케팅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카데미 회원들을 상대로 해서 9000명에 이르는데요. 영화 마케팅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일종의 선거하고 비슷하다고 봐야 되나요?

[오동진]
그렇죠. 거의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늘 농담처럼 말씀드리는 것처럼 정치판이라고 하잖아요. 판자를 붙이는 게 딱 두 가지인데 정치판과 영화판입니다.

정치와 영화가 비슷한 경향이 있습니다. 이게 상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공정한 투표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높여야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전 마케팅이 굉장히 중요하고 제가 한 말씀만 더 드리면 미국의 배급사가 네온입니다.

네온의 대표가 탐 퀸이라는 사람이고요. 이 탐 퀸이 봉준호 감독 영화를 괴물 때부터 배급을 해 왔어요.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 영화를 굉장히 잘 알고 있고 봉준호를 굉장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봉준호 감독 영화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봉준호 감독은 미국의 파트너를 굉장히 잘 만났어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을 만났고 미국에서 3대 토크쇼라고 하는 지미 팰런쇼에도 나갔고 그거 탐 퀸이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이렇게 만든 거죠.

이런저런 미디어 마케팅을 포함해서 마케팅이 굉장히 주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한국 영화가 해외에 진출하는 데 있어서는 작품성이 뛰어난 것은 기본이지만 이런 외곽의 활동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앵커]
그런 외곽의 활동 중 하나로 번역이라든지 통역도 꼽히고 있잖아요.

[오동진]
요즘 굉장히 전국적인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달시 파켓이 번역을 했죠. 여러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달시 파켓은 봉준호의 기생충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한국 영화의 상당 수를 해외 영화제에 나가는 데 있어서 번역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30년 살았고요. 부인이 한국분이시고 한국말과 영어를 동시에 잘하는. 말하는 것보다는 쓰는 걸 더 잘하는 분이기 때문에 기생충에 대한 번역을 완벽하게 한 거죠.

저도 영어를 못합니다마는 반지하를 영어로 어떻게... 이런 거 조금 고민스럽잖아요.

[앵커]
문화가 다르니까요.

[오동진]
그걸 영어로 직역하는 것도 잘 안 맞을 거고. 그런데 가장 미국적인 또 가장 영미적인 표현으로 그것을 번역해냈기 때문에 이번에 해외영화제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칸느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상영됐을 때 굉장히 큰 반응이 이것었고요. 그것은 자막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회원들을 상대로 한 투표이기 때문에 배급사를 선택하는 것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오동진]
만약에 그러니까 안타까운 얘기입니다마는 이창동 감독이 버닝 때 선택했던 배급사가 웰고USA라고 중국 영화를 주로 미국에 배급하는 회사였어요.

포인트가 좀 안 맞았죠. 그러니까 예를 들면 견자단의 무술영화를 배급하던 회사가 이창동 영화의 작가주의의 영화를 배급하는 건 안 맞잖아요.

그런 측면에서의 전략적 실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봉준호의 기생충은 아까 말씀드린 네온이라는 회사가 배급한 게 아주 적절했고요.

봉준호를 가장 잘 아는 회사가 배급한 것이 아마 이번 아카데미 성공의 한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앵커]
이제 10시가 넘었습니다. 현지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이 됐는데요. 글쎄요, 저희도 떨리는데 그 현장에 참석해 있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서 많은 스태프들이 얼마나 떨릴까 싶네요.

[오동진]
지금 다 갔어요. 그러니까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마는 지하남 있잖아요. 지하에서 사는 남자 박명훈 씨. 요즘 사랑의 불시착 그런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데.

박명훈 씨도 갔고요. 이선균 씨가 잘 안 가다가 다 갔습니다. 그래서 전 스태프, 전 배우가 다 참석해서 저는 그 대목만 해도 보통 작품상 때 다 올라가거든요.

예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앵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 주최측에서 뭔가 귀띔을 해 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렇게 들리는데.

[오동진]
예를 들어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다 참석하겠다 그랬을 때 그렇지 않으면 자리가 한정돼 있다 이렇게 얘기할 텐데 다 와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약간은... 이건 저의 오버입니다마는.

[앵커]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오동진]
저는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오래된 평론가로서 점점 감각이 떨어져서 요새는 대부분 못 맞히고 있습니다마는 분위기가 느낌이 조금 달라요.

이번 아카데미 같은 경우는 느낌이 다르고 아카데미 스스로가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획기적인 작품에 획기적인 상을 주려고 함으로써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물론 배우들이 후보에 오르고 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렇게 큰 시상식에 참석하고 또 작품상을 만약에 받게 된다면 그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 아니겠습니까?

[오동진]
그것뿐만 아니라 캐스팅 제의가 뒤따르겠죠. 배우들로서는 저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죠. 저렇게 저 무대에 오르고 그리고 무대에 오름으로 해서 많은 감독들과 교감을 나누고 이후에 아마 한국 영화가 미국과의 공동제작이나 합작의 형태가 굉장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요.

이미 송강호라는 배우는 설국열차를 통해서 할리우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진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브레드 피트도 직접 와서 송강호 씨에게 인사할 정도니까요.

[오동진]
송강호 씨는 한손으로 악수했고 브레드 피트는 두 손으로 인사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브레드 피트가 1살이 더 많습니다.

[앵커]
지금 기생충은 모두 6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올라 있는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국제영화상 부분에서는 사실 거의 결정된 것으로 이렇게 보는 분위기예요.

[오동진]
저는 사실 스페인 페드로 알보르만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라는 작품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 작품도 위협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마는 아마 기생충에 대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워낙 다른 영화제에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50여 개 영화제에서 주목받았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아카데미가 다른 선택을 한다는 건 이율배반적인 그런 게 될 것 같습니다.

[앵커]
CNN를 비롯해서 해외 매체들도 상당히 봉준호 감독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상황이죠?

[오동진]
오늘 CNN이 그 기사를 냈죠. 작품상을 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앵커]
작품상을 타서 오스카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이런 기대감 어린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는데.
[오동진]
미국의 YTN이 그렇게 한 거죠.

[앵커]
그러면 오늘 기생충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는 작품상 수상 가능성도 물론 관심이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어떤 걸 찾을 수 있을까요?

[오동진]
저는 사실은 올해 아카데미만큼 좋은 작품이 많이 올라간 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CNN 보도에도 나왔습니다마는 아카데미에 잘 참석하지 않는 미국의 배우들, 미국의 영화인들이 지금 다 가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만큼 뭔가 변화를 촉구하는 모습인 거죠. 아카데미가 변화하고 있구나. 그러니까 나도 여기에 동참해야지라는 그런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거고요.

아마 그런 측면에서 어떤 배우들, 어떤 감독들이. 예컨대 흥행감독 중에 스파이스 리 같은 감독이 아카데미에 굉장히 비판적이었잖아요.

이런 감독들이 아카데미상에 이번에 참석하느냐 이런 것도 지켜보는 게 필요한 것 같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양강구도. 1917과 기생충이 어떻게 경합을 벌이느냐. 그 싸움을 지켜보시는 게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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