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스] '기생충', 아카데미상 유력한 부문은 '작품?', '각본?'

[오뉴스] '기생충', 아카데미상 유력한 부문은 '작품?', '각본?'

2020.02.06. 오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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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스] '기생충', 아카데미상 유력한 부문은 '작품?',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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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최형진의 오~! 뉴스]

□ 방송일시 : 2020년 2월 6일 목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강유정 강남대 교수 (영화평론가)

- 국제 장편, 각본상 100% 유력, 강유정 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2부는 '오!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그럼 오늘의 게스트 모셔보죠. 영화평론가 강유정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강유정 강남대 교수(이하 강유정): 안녕하세요.

◇ 최형진: <기생충>이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상식이 굉장히 많은데 그 많은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간다는 건 주목받는 부분도 그만큼 다양하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 강유정: 그렇죠. 그리고 우리 왜 예술사는 점점 발전한다기보다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것 같아요. 어떤 한 작품이 나타남과 동시에 훌쩍 뛰어넘는데, 그러다 보니 어떤 한 해에 아주 주목할 만한 영화가 등장하면 그 영화가 굉장히 블랙홀처럼 많은 수상을 흡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이 결국 우리가 영화사 몇 백 년 이렇게 쓰게 되면 중요한 부분에서 외워야 할 부분이 되는 거죠. 가령 2019년엔 기생충이란 영화가 등장했고 이 부분을 우리가 공부하면서 영화과 학생들은 외워야 할 부분이 되는 겁니다. 그만큼 기생충이 영화사적으로 특출난 작품이다라는 게 여러 수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 최형진: 오는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되고 있는데. 특히 아카데미를 앞두고 작가조합상, 미술감독조합상 이런 미국 영화 조합상을 연달아 수상하면서 영화계 주요 분야별 조합상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5대 조합상이라고도 하던데, 설명 자세히 부탁드립니다.

◆ 강유정: 이 조합이라는 게 길드라고 부르죠. 사실 제가 미국 영화에서 굉장히 부러운 게 바로 이 구조입니다. 한국은 물론 좀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이 아직은 미비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점에서는 작가조합에서 시나리오 작가들끼리 작가의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이미 마련해놓은 겁니다. 미술감독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왜 표준계약 문제라든가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가 되느냐. 이 조합이라는 게 아직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라는 건데요. 아카데미영화상에서 꼭 알아야 할 것은 이 조합의 아주 최종 결정체라는 겁니다. 아카데미 영화상을 주최하는 게 바로 이 조합들이 다 연합된, 미국 영화조합들이고요. 그래서 언론사가 주최한다거나 혹은 어떤 기업에서 주최하는 게 아니에요. 정말로 전문가들이 후보작부터 선택해서 올립니다. 이런 거예요. 작가조합에서 작가 후보를 올리는 거예요. 그리고 미술감독조합에서 미술 부분의 그런 후보들을 만들어 올리는 거니까 얼마나 전문성 있습니까. 그냥 이런저런 영화인이란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투표해서 그 부분에서 이미 후보가 됐기 때문에 아카데미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성만은 인정받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 감독조합, 그리고 작가조합,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러 조합들 중에서 이런 조합들에서 후보가 된다는 건 굉장히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뜻도 되고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우리가 한국 시간으로 10일에 발표되게 될 이 결과들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이 이 조합원들 중에서 제안이 돼요. 그냥 영화 한 번 만들고 30년간 노는 감독한테 감독 이렇게 되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 어느 정도 활동이 부합되는 그런 인원들로 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이 부분은 조합이라는 미국 영화 구조상의 굉장히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결국 아카데미로 현실화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최형진: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권위도 더 튼튼한 거고요?

◆ 강유정: 굉장히 권위가 있고요. 그리고 지금 아카데미가 2월 10일 1일의 잔치가 아니라 한 3개월 넘는 동안에 봉 감독 말씀처럼 캠페인 기간이란 표현을 쓰거든요. 그러면서 제일 제가, 저도 방송 출연하다 보니까 정확하게 기억에 남는데 1월에는 골든글로브 수상이 있었죠. 그다음에 배우조합상이 있어서 우리가 앙상블상을 수상했고요. 그다음에 감독조합은 안타깝게 놓쳤지만 감독상, 이렇게 각각 부문상이 거의 매주 이어지면서 3개월 내내 아카데미에 되게 흥미로운 축제가 벌어지는데, 올림픽보다 더 긴 거예요, 그렇게 따지면. 그런 부분에서 아주 흥미로운 영화상이고 그리고 이게 결국 미국 영화를 비롯한 영화산업에 되게 부흥이 되는 것도 이 캠페인 기간이 계속 우리도 뉴스로 다루고 있지만 뉴스를 생산하면서 계속 보도가치를 갖게 되고 사람들이 영화에 주목하게 되는 효과를 갖게 되는 겁니다.

◇ 최형진: 지금 각종 시상식에서의 성적뿐만 아니라 흥행성적도 굉장히 성공적인데요. 37개 국에서 1500억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지난달에 개봉한 일본의 극장가에서도 지금 기생충 열풍이 불었다면서요?

◆ 강유정: 사실 봉준호 매직인데요. 놀라운 일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한국에도 수많은 예술영화 감독들, 작가주의 감독들이 많아요. 김기덕 감독, 홍상수 감독, 이창동 감독. 그런데 유일하게 1000만 영화를 두 개 가진 감독이 바로 봉준호 감독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애당초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과의 호흡을 통해서 만드는 데 꽤 재주가 있는 감독이었어요. 그랬는데 지금 이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을 하는 게 저는 그렇게 놀랍지만은 않아요. 뭐냐면 충분히 이 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쌓이면 봉 감독은 아메리칸 스탠다드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장르적인 문법을 잘 따라가는 감독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 기생충만 해도 일단 범죄물로 볼 수도 있고, 어떻게 보자면 스릴러로 볼 수도 있고, 미스테리로 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반전을 풀어가는 이런 흥미 같은 경우는 굳이 인생에 대한 굉장히 깊이 있는 성찰을 가진 훌륭한 예술영화 고객뿐만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부분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그렇게 놀랍진 않고요. 수치적으로 따져보자면,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지금까지 외국어영화상 중에서는, 그리고 외국 영화 중에 미국에 가장 흥행성적이 높았는데 그걸 깼어요. 그걸 깼다는 것도 대단히 흥미롭고. 기억나실 거예요. <와호장룡>이 미국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서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아?라고 전 세계가 이슈를 주목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넘어선 겁니다.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냥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보기도 재밌는 영화다.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 최형진: 지금 방금 말씀하셨는데 한국인뿐만 아니고 세계적으로 이렇게 인기가 많은, 흥행한 이유에 대해서도 좀 궁금하거든요. 다방면으로 이렇게 흥행한 이유, 또 다른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강유정: 아주 그냥 제가 좀 편하게 얘기하자면 기생충은요. 보고 나면 누군가랑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그 영화 봤어? 그 영화 중간에 반전 어떻게 생각해? 결말은 뭔 것 같아? 뭔가 되게 재밌어, 라고 이렇게 화제가 될 수 있다라는 게 흥행요인인데 이걸 좀 더 전문적으로 분석해보자면, 일단 이 영화는 모든 관객이 궁금해하는, 다시 말해서 모든 관객을 탐정으로 만드는 요소가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중간 부분에 돌출적인 장면들이 굉장히 기분좋은 서프라이즈, 놀라움을 준다라는 거죠. 영화를 보고 나서 두 번째 봤을 때는 뭐가 궁금하냐면 그러면 내가 놓친 부분이 없을까 했을 때 두 번 보는 관객들을, 그런데 뭐냐면 대개의 대중영화는 한 번 보고 나면 중간 반전을 알고 나선 다시 안 보고 싶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두 번을 봐도 저게 무슨 의미지? 수석은 무슨 의미고 그림이 왜 그 사람을 닮았지? 그림은 무슨 의미이고, 징글송은 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리고 왜 하필 제시카는 문을 닫고 과외를 공부하는 걸까? 여러 가지 요소들의 궁금증이 두 번 보는 진지한 관객들도 만족시켜주죠. 그렇기 때문에 흥행이라는 것은 영화를 단순 소비하는 분들에게도 만족감을 주지만 영화를 복합적으로 소비하는 분들에게도 만족감을 주는데, 생각보다 이게 대단한 겁니다. 이런 영화가 드물거든요. 그 부분이 영화라는, 공용어다라는 표현을 봉준호 감독이 썼어요. 공용어라는 걸 입증하는 작품인 거죠.

◇ 최형진: 그렇죠. 제가 지금까지 영화를 보면서 영화 후에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작품이 <곡성>이었거든요. <곡성>과 비교해선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강유정: 그런데 제가 질문을 드릴게요. <곡성>은 무슨 주제를 갖는지 느껴지시나요?

◇ 최형진: 잘은 모르겠습니다.

◆ 강유정: 그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한계이기도 합니다. <곡성>은 분명한 주제를 설명하기 어려워요. 외지인을 조심하라는 것도 아니고, 아니면 혹은 네 자신을 믿지 말라, 이런 것도 아니고. 그런데 적어도 기생충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양극화 문제를 다루고 있고, 그안에서 선악이 불분명한 세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라는 이 주제의식이 선명한 거예요. 모호한 이야기를 끝까지 다루고 있는데 주제의식이 선명하다라는 건 되게 흥미로운 얘기고요.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인셉션> 역시도 굉장히 화제가 많이 되고 후토크가 많은 영화였죠. 그러나 그 영화의 후토크는 어디에 많이 집중됐냐면 마지막 토템이 멈췄느냐, 안 멈췄느냐. 결국 답을 구하고 싶었던 건데 기생충은 답은 다 보여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얘기하고 있는 어떤 양극화 문제라든가 캐릭터 문제라든가 이런 것은 지금 많은 사회적인 사회학자들도 20:80이라든가 이런 문제들. 하고 있는 문제를 영화적으로 하고 있다라는 거고 그 주제 역시도 전달이 된다라는 겁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2605번님께서는 ‘수석은 무슨 의미입니까? 저는 보면서 수석에 대해서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요.

◆ 강유정: 박서준 씨가 돌을 하나 전해줬잖아요. 그런데 그 물난리가 난 와중에 최우식 군이 그 수석을 굳이, 사실 우리가 재난이 났을 때 구호물품을 챙긴다면 수석을 챙길까요? 안 챙기는데 이 영화에서 굳이 그걸 챙겨서, 게다가 체육관에 그 복잡하게 누워있는 상황에서도 꼭 끌어안으면서 굉장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죠. 이것은 감독이 심어늫은 겁니다. 하나의 마치 포춘쿠키나 우리 보물찾기 할 때 보물 심어놓듯이 이 부분 어때요? 좀 생각해보면 어때요?라고 던져놓은 거죠. 그게 사실은 예술영화의 특징이기도 해요. 매끈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아니라 툭툭 걸리는, 마치 속도방지턱처럼 과속방지턱처럼 뭔가 방지할 수 있는 턱을 만들어놓는데 그게 불쾌한 게 아니라 이건 뭐지?라고 기분좋게 궁금함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라는 거죠.

◇ 최형진: 그렇군요. 자막 때문에 비영어권 영화에 사실 배타적인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미국도 영화 시장이 크게 변한 겁니까, 아니면 기생충이 조금 특이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까?

◆ 강유정: 기생충 특이한 사례고요. 지금 1500억 이상 수익을 올렸다고 하지만 <어벤저스>가 세계적으로 올린 수익에 비하면 사실 새발의 피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제가 조금 과감하게 얘기해볼게요. 한국에서 굉장히 좋은 이란 영화, 혹은 아프가니스탄 영화가 개봉하면 보시나요, 관객 여러분들?

◇ 최형진: 잘 안 보시겠죠.

◆ 강유정: 마찬가지입니다. 우리한테는 자막영화라는 게 미국 영화도 자막영화니까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미국인들에게 자막영화라는 것은 영어로 만들어지지 않은 다양한 전 세계 영화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비주류 영화를 다 포함하는 건데, 사실 우리도 자유롭지만은 않아요. 미국영화는 사실 거의 자국 영화처럼 보잖아요. 우리 작년 1000만 영화 5편 중에 3편이 디즈니 영화였던 것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런데 약간 어색한 외국어, 잘 들어보지 않은 외국어 영화를 볼 때는 자막이 있음에도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인데. 말하자면 미국인들은 우리나라말도 똑같이, 일본어도 똑같이, 이탈리아나 프랑스어도 똑같이 못 들어본 말이라 귀찮아, 내가 뭘 굳이 읽으면서 봐야 해? 라는 걸 아주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는 거죠. 저희는 그래도 노골적으로 표현은 안 하잖아요. 심지어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오늘 자막영화 보러 가자고 하면 젠체하니? 너 되게 있어보이는 척한다라는 게 영화 대사에 등장해요. 

◇ 최형진: 엄청 배타적이군요.

◆ 강유정: 맞습니다. 불편하다는 겁니다. 배타적이라서 굉장히 엘리트주의도 아니고 관심 없다는 겁니다. 

◇ 최형진: 그러면 기생충은 왜 이렇게 성공한 겁니까?

◆ 강유정: 일단 여러 가지 현상을 볼 수 있을 텐데, 기생충이 생각보다 아주 세련된 영화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옥자>라든가 <설국열차>라든가 지금껏 쌓아온 인지도 형성 과정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신인은 아니죠. 세계영화계에 자신의 이름과 그 영화적 가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려진 감독이었고. 소위 봉준호 감독을 아는 것은 힙한 거죠. 그래도 나름 세련된 어떤 문화였는데 이번에는 그 과정에서 아주 폭발력 있는 작품으로 칸 영화제 수상이라는 중요한 후광효과도 있었고요. 그런데 칸 영화는 재미없어, 어려워라는 그런 선입견을 깨고 재미도 있네라고 하면서 폭발한 겁니다.

◇ 최형진: 그 말씀을 정리하자면, 많은 분들께서 자막을 잘 썼으니까 흥행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자막을 미국의 인식을 뛰어넘을 만큼 작품이 좋았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강유정: 저는 그렇게 봐요. 자막도 중요하지만 징글송이 인기 많은 건 자막이 잘 풀어서, 매력 있단 말이에요. 왜냐면 그 리듬 자체가 흥미롭고 사람의 정보를 저렇게 외우네, 라는 것.그리고 자막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국의 저는 이미지가 봉준호 감독 영화는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가령 그렇게 비가 와서 범람하는 날, 높은 곳에서 계단을 맨발로 막 뛰어 내려와서 들어가는 이 이미지의 충격이라는 건 자막을 넘어서죠. 그런 부분에서 봉준호 감독은 역시 자막도 중요하지만 영화가 이미지로 충격을 주는 예술이라는 걸 잘 아는 감독인 건 분명합니다.

◇ 최형진: 번역도 잘했다, 이런 이야기 있는데 그걸 뛰어넘었다.

◆ 강유정: 번역도 물론 잘했습니다만 우리나라 사례도 저는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굉장히 많은 영화들이 오역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렇다고 흥행 안 하는 것 아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영화의 힘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최형진: 지금 기생충이 아카데미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와 있습니다. 어떤 부문인가요?

◆ 강유정: 일단 주요 부문이죠. 작품상, 감독상 올라가 있고요. 그리고 미술부문, 편집상, 그리고 주요 부문 중 하나인 각본상 올라가 있고, 그리고 외국어영화상으로 불렸던 국제장편영화상 부분에 올라가 있습니다.

◇ 최형진: 아카데미는 후보작을 선정할 때 이런 흥행, 대중의 선호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까?

◆ 강유정: 어쩔 수 없어요. 왜냐면 세계 3대 영화제는 개봉하지 않은 영화들을 심사위원에게 처음 보여주는 거라면, 이것은 미국에서 개봉 7일 이상 한 영화들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약간의 아카데미 특수를 노리고 11월 12월에 많이 개봉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다 보니 많이 회자되는 영화에 대해서 회원들이 더 관심을 갖고, 그것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냥 아주 보편적인 인간 심리로 봐서라도 흥행하는 영화가 인지도가 높아지고 회원의 어떤 투표권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후보를 잘 보자면 예전에 <타이타닉>이 11개 부문에 올랐다거나, <라라랜드> 역시 흥행도 하고 성공도 한다라거나, 그리고 <아바타>가 주요 부문에 많이 오르는 것들도 보면 흥행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 최형진: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주목 받고, 곧 흥행으로 이어지면서 아카데미까지 왔다.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까요?

◆ 강유정: 그게 참 중요한 얘긴데요. 황금종려상 받은 작품들 중에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멈춘 작품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굉장히 저명한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고 인지도를 알렸지만 흥행을 못한 감독도 너무너무 많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당연히 칸 수상이 되게 중요한 원동력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게 미국 내 흥행이라든가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가 된다든가 전 세계적 흥행과 바로 연결된다 하긴 어려운 게,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칸에서 수상했다면 오히려 안 보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어렵지 않아, 지루하지 않아?라고. 그게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거든요.

◇ 최형진: 오히려 포스터에 상 받았다는 것도 요즘은 표기를 안 하는 것 같아요.

◆ 강유정: 일부러 빼기도 해요. 그런데 아카데미는 남겨놔요. 왜냐하면 아카데미 수상은 그래도 좀 대중적이다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아카데미는 씁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2월 10일 오전 10시,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이 예정돼 있습니다. 후보로 오른 6개 부문 중에 교수님이 보시기에 이건 받지 않을까 하는 부문이 있습니까?

◆ 강유정: 확률상으로 말씀을 드리면, 제가 점쟁이는 아니지만 굉장히 많이 물어보세요. 그래서 제 나름의 추측을 해봅니다. 아마 국제장편영화상 외국어영화상은 100%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만약에 안 주면 저는 이상하다라고까지, 보이콧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다음으로 개인적으로 아주 유력한 부분은 각본상입니다. 오리지널 시나리오, 다시 말해서 사람의 머리에서 아무것도 거치지 않고 거의 유일한 작품입니다. 물론 <결혼 이야기>도 상당히 각축을 벌이는 작품이긴 합니다만 오리지널 시나오라는 점에서, 그리고 굉장히 다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하고 있다라는 데서 각본상에 힘을 좀 전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이미 각본상 조합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하나 더 얘기해보자면 미술상도 좀. 굉장히 오히려 독특하고 그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낯선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장센으로 잘 구성이 됐다라는 점에서 만약에 미술상이 주어진다면 저는 굉장히 아카데미의 전문성에 동의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 부분 저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작품상과 감독상은 좀 어렵다고 보시는 겁니까?

◆ 강유정: 솔직히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받으면 좋겠지만 일단 영어권 영화 중심의 작품상 감독상인데 그럼 다른 후보들이 굉장히 좀 취약해야 합니다만 션 멘데스 감독의 <1917>이라든가 <아이리시맨>이라든가, 제가 영화 평론가로서 봤을 때 너무 훌륭한 작품들도 있는데 굳이 여기에서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봉준호 감독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준다는 건 굉장히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선택으로 오히려 수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른 부분도 굉장히 쟁쟁합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일단 6개 부분 중에 그럼 3개 정도를 예상하셨네요. 2개는 100%고. 알겠습니다. 과연 2개 100% 예상하신 게 정말 현실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또 하나의 역사가 탄생하길 기원해봅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감사합니다.

◆ 강유정: 지금까지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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