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혐오로 번지는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

중국인 혐오로 번지는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

2020.02.03.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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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혐오로 번지는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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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2월 1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중국인 혐오로 번지는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

- 대림동 차이나타운까지 찾아가 위생불량 지적한 보도
- 심지어 포털 메인 상단에 노출돼
- 혐오표현은 혐오범죄가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흉기될 수 있어




<김양원 PD>
1)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사무처장>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일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나왔고요. 잇따라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요. 지난 한주 언론보도의 대부분이 이 신종 코로나 관련 뉴스들인데, 언론보도 어떻게 보셨어요?

<김언경 사무처장>
일단 이번 사안은 재난보도준칙에 준해서 보도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역이나 인종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등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언론보도 중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이 질병을 우한폐렴으로 부르는 언론이 여전히 많다는 건데요.

그나마 신문에선 한겨레가 지난 28일 자 신문 지면 1면 톱에서 “<한겨레>는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관련 기사와 제목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방송에서는 SBS가 지난 20일, MBC와 TV조선은 지난 28일 신종 코로나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한폐렴'으로 병행해서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지난 13일 이 병명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명명했어요. 그럼에도 지난 28일 채널A 시사토크쇼 <정치데스크>에서는 진행자가 "편의상 우한폐렴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요즘은 긴 말을 못 견디는 사람들의 습관이 있죠. 하지만 굳이 줄이고 싶다면 '신종 코로나' 정도로 줄이시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김양원 PD>
3) WHO도 우한폐렴처럼 지역 명을 병명에 넣는 것이 편견이나 혐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병명원칙을 새로 정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우리 사회에 중국이나 중국인 혐오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언경 사무처장>
네. 중국 혐오에 대한 보도도 유형화되어있는데요. 우선 중국의 식문화를 비난하는 보도들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칼럼 <만물상/‘중국발 전염병’ 왜 많은가>(1/24) 같은 경우, “(중국의) 도시 외곽 재래시장만 가도 눈을 뜬 닭·오리는 기본이고 산 뱀·개구리도 손님을 기다린다”는 등 중국의 식문화는 미개하고 그런
미개한 문화 때문에 전염병이 생겼다 이야기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 31일 처음 보고된 폐렴 환자들 대부분이 우한시 화난 수산도매시장 상인인 것으로 알려졌죠.
박쥐 또는 뱀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무엇을 먹느냐’를 가지고 그들의 식문화를 비난하면서 문화 자체를 질병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보도는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이건 뭘 먹었느냐보다는 어떻게 다뤘느냐, 위생적이었느냐의 문제여야 합니다.
지나치게 그들의 식문화를 비난하는 것은 혐오에 가까운 것입니다.

<김양원 PD>
4)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건, 중국인 입국금지에 대한 거에요?

<김언경 사무처장>
네, 우한 사람 몇 천 명이 한국에 왔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내 지도 앱 사용자들의 동선을 분석한 데이터였는데, 6천명 정도가 우리나라에 입국한 것으로 이 앱은 분석했어요. 그랬더니 ‘6천명’ 이 숫자를 가지고 공포를 조장하는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채널A 보도인데요, 채널A는 <우한에서 6천 4백명 입국…제주 비상>(1/27 공국진 기자)에서 이 ‘6천여 명’을
거론하면서 “특히 이들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가 비상 상태입니다”라면서 “제주 시민들의 불안감을 전해드립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이 제주도로 갔는지
아닌지 확인된 바가 없는데 괜히 중국인에 대한 공포를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제주 공항 입국장에 있는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을 찍어 보도했다는
건데요. 이들이 우한시에서 왔는지 알 수도 없는데 채널A는 “공항 입국장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입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비자가 없어도 중국인 입국을 허용하다보니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2명이 중국인이었습니다”라고 하면서 공포심을 부추기는 보도를 했습니다. 사실 화면에 보인 이 단체 관광객들은 감염병과는 아무 관련 없는 것이거든요.
중국인들을 일반화해 모조리 ‘전염병을 옮기고 다닌다’고 낙인찍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보도였습니다.

<김양원>
5) 일반 관광객들을 찍은 화면을 마치 우한에서 온 입국자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중국인들이 신종 코로나 치료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이런 보도도 있었어요?

<김언경>
한국이 치료를 무료로 해준다는 식의 내용까지 겹치면서 논란이 됐어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1/21)인데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과 전화 연결을 해서 ‘중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치료하러 한국으로 오고 간다’ 소문을 보도한 겁니다.
중국에서 거주하며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인터뷰이와 인터뷰를 했는데, 이 분이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 아이가 이제 국제학교를 다녀서 학교 모임이 있었어요. 부모가 중국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그 사람들이 폐렴 환자 얘기가 나오니까 하는 말이 자기들은 문제없다는 거죠. 왜냐하면 한국이 너무 가까운데 비행기 값만 내면 한국 가서 다 치료가 가능한데 중국에 왜 있냐는 거예요” … 라고 설명을 하는 거죠. 그러면서 ‘비행기 거리가 얼마 안 되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그냥 일부러 간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는데요. 이 내용이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이 또한 검증되지 않은, 확인되니 않은
‘루머’에 가까운 발언인데요. 이걸 확인하고 취재해서 사실로 밝혀낸 뒤에 보도해야 할 판에, 이걸 그대로 내보내 오히려 중국인들에 대한 오해와 불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김양원 PD>
6)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죠. 그런데 한국에 가면 치료를 해준다? 이건 헛소문인 것 같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중국인 거주지역이죠, 영등포구 대림동. 신종 코로나를 넘어 중국인 거주지 자체에 대한 적대적인 보도도 있었어요?

<김언경 사무처장>
저도 이 보도를 보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헤럴드경제 <르포/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1/29)은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혐오가 섞이고,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에 대한 편견을 또다시 덧씌우는 전형적인 혐오표현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일명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시장이 비위생적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유행에도 노상에 진열한 채 비위생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이 여전했으며
바닥에 침을 뱉는 행인들도 많았다”라면서 그 근거가 되는 장면으로 “노상에는
고기, 순대, 탕후루(각종 열매를 꼬치에 꿰어 사탕물을 묻혀 굳힌 중국 전통 과자), 도넛 등 음식 대부분이 바깥에 진열돼 있었다. 맨손으로 길거리에 진열돼 있는
탕후루를 만지는 관광객과 묵을 만지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근데 이 기사에서 ‘대림’, ‘차이나타운’이란 글자를 지우고 볼까요? 그럼 여느 시장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실 거예요. 물론 신종 코로나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위생관리를 엄격히 해야죠. 이 원칙에 따른다면 국내 시장 어디든 같은
논리로 지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외국인 혐오를 멈춰달라는 이 시점에, 굳이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찾아가서 중국 동포를 비위생적이고 위험에 둔감한 이들로 보도하는 건 대체 어떤 이유라고 봐야할까요? 정말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고발하고, 해결책을 바라면서 쓴 기사일까요? 혐오 정서를 노리고 장사하기 위해 만든 기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사도 문제지만 다음이라는 포털사이트 메인에 이 기사가 한참을 떠있었어요. 그것도 첫번째 상단에요. 저는 그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김양원 PD>
7) 왜 걸러지지 않았을까요?

<김언경 사무처장>
현재 ‘다음’ 뉴스는 실시간 이용자 반응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 루빅스(RUBICS)로 제공되고 있는데요. 이용자의 취향을 고려해 이용자별 맞춤형 콘텐츠를 자동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다음 뿐 아니라 네이버 또한 ‘알고리즘’을 통한 뉴스 배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다보니 노골적인 ‘혐오 보도’가 첫 화면에 배치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럼, 기계가 하면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되는건가. 이것은 포털이 분명히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도 뉴스 가치 판단, 의제 설정 기능, 보도의 질 검토 등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뉴스 서비스 사업자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혐오표현은 혐오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흉기가 될 수 있어요. 그런 보도들을 빠르게 걸려낼 수 있는 장치를 포털은 반드시 만들어야 하고요.

포털 뉴스 서비스로 인한 사회적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포털들이‘그 부분에서는 손을 떼겠다, 안 하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지금같이 계속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포털이 뉴스서비스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국민들도 포털 거부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김양원 PD>
8) 네,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까지 부추기는 언론보도도 문제지만 이런 기사들을 이른바 알고리즘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포털 메인에 노출시키는 시스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말씀까지! 감사합니다.

<김언경 사무처장>
(인사)

<김양원 PD>
지금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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