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秋史), 그 후로는 아무도 없었다.

추사(秋史), 그 후로는 아무도 없었다.

2020.01.28. 오전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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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사 김정희의 걸작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먼저 열려 무려 30만 명이 관람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진귀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보도에 임수근 기자입니다.

[기자]
추사 김정희가 안동김씨 세도가 계산 김수근에게 써준 글입니다. 시내와 산이 끝이 없다.

추사가 남긴 글 가운데 '조형성과 공간 운영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이동국 /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 : 계(谿)자의 극단적인 곡획, 그리고 무진(無盡)에서 직획을 층층이 쌓아 가는 구축적인 조형, 공간경영, 여기서 추사 서의 현대성이 두드러진다.]

서법에서 스스로 일가를 이룬 추사지만, 추사체는 끊임없는 수련 과정의 결과입니다.

1809년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 연경으로 가기 전 추사가 쓴 편지입니다.

24살 청년의 글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행서 운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양순과 안진경 등 중국의 명필을 모두 섭렵한 결과입니다.

당대 석학 옹방강과 완원이 추사를 선뜻 제자로 받아들인 배경에는 이처럼 천재성 위에 구축한 부단한 수련 과정이 있었습니다.

기괴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 추사의 숨결은 현대 예술에도 살아있습니다.

현대 조각의 선구이자 서예가인 김종영은 추사체에서 큐비즘을 해석해냈고 추상화가 윤형근은 서예의 획을 면으로 확대시켰습니다.

[이동국 /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 : 더 이상 이건 글씨가 아니다, 팔의 힘을 강하게 담아서 필획지간에 내 성정 기질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추상표현주의와 같은 그런 언어를 이미 150년 전에 추사는 구사하면서 실천해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명선'과 '칠불설게' 등 쉽게 볼 수 없는 추사의 수작이 대거 공개돼 놓칠 수 없는 감식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왕희지와 치바이스, 팔대산인이 있다면 동방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추사가 있습니다.

YTN 임수근[sgl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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