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넘기느니 상 안 받겠다"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사태

"저작권 넘기느니 상 안 받겠다"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사태

2020.01.06. 오후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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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3년 양도·표제작 금지 반발…"수상 거부"
최은영·이기호 작가도 같은 이유로 수상 거부
문학사상사(상 운영사), 수상작 발표 무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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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대표적인 문학상의 하나인 '이상문학상'이 저작권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상을 받으려면 저작권을 양도하라는 계약 조항 때문에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들이 잇따라 수상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기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수상 거부를 먼저 알린 작가는 소설가 김금희 씨입니다.

우수상 선정 소식에 기뻐하다가 계약서를 받아보곤 깜짝 놀랐다는 겁니다.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는 건 물론, 개인 단편집을 낼 때도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저작권 조항을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문열과 최인호, 신경숙, 한강 등 1977년 이래 당대 최고 작가를 수상자로 배출해 온 훌륭한 상이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김금희 / 소설가 : 이 중요하고 전통 있는 상이 작가를 격려하는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그걸 그대로 받기에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작가는 트위터로 이 사실을 알렸고 이후 최은영, 이기호 작가도 같은 이유로 수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는 수상작 발표 기자간담회를 무기 연기하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저작권 조항은 대상에만 요구했던 조건인데, 지난해부터 직원 실수로 우수상에도 추가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상 수상작이라 해도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임지현 / 문학사상 대표 : 대상 저작권은 저작권 기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상황을 인지했으니까, 이를 충분히 검토해서 수상작가의 입장을 고려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문단에선 이번 사태를 시대 변화에 뒤처진 출판계의 관행 탓으로 보고 있습니다.

낙후된 저작권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겁니다.

[김금희 / 소설가 : 기본 전제로 "작가한테 저작권을 양도받을 수 있다, 지금 이 상을 운영한다는 이유 만으로." 그런 생각을 문학사상사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YTN 기정훈[prod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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