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만 끌리는 나, 문제일까요? 당신을 위한 책처방

짧은 '시'만 끌리는 나, 문제일까요? 당신을 위한 책처방

2019.11.25. 오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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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만 끌리는 나, 문제일까요? 당신을 위한 책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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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남영준 중앙대 교수

[영준책방] 짧은 '시'만 끌리는 나, 문제일까요? 당신을 위한 책처방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이성선의 시, ‘사랑하는 별 하나’에 실린 구절로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영준책방에서는, 책 속의 글귀를 만나보실 수 있는데요.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남영준 중앙대 교수 (이하 남영준) : 안녕하세요.

조현지 : 오늘은 시 구절로 영준 책방 문을 열었는데요.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정말 누가 이런 별 하나 따다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적재의 별 보러 가자라는 노래도 떠오릅니다. 시를 읽다 보니 다이어리에 예쁘게 시를 옮겨 적던, 감성 충만하던 시기도 생각나는데요. 교수님은 어떠셨어요? 학생 때 시의 낭만을 즐기시던 분인가요?

짧은 '시'만 끌리는 나, 문제일까요? 당신을 위한 책처방

남영준 : 저 때는 일기장 같은 작은 수첩에 적어 놓지요. 혹은 예쁜 종이에 적어서 라미네이팅을 해서 갖고 있기도 했지요.

조현지 : <영준책방> 여러분의 마음을 채워드리는 맞춤 책 처방해드리고 있어요. 책방 문, 활짝 열어뒀습니다. 책 처방받고 싶으시거나, 아니면... 직접 책 추천해 주고 싶으시거나, 책에 관한 궁금증이 생기셨다면 언제든, 문자로 말머리 ‘책 처방’ 달아서 사연 보내주세요. 자, 오늘도 지난주에 청취자분이 보내주신 사연에, 맞춤 책 처방을 해드릴 텐데요. 사연 읽어드릴게요.

[청취자 문자] 저는 50대 중반으로 들어서는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예전에는 에세이집을 자주 읽곤 했는데 나이 들면서부터는 짧은 시가 더 좋아지는 거 있죠. 에세이집은 지루하고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멀리하게 되네요. 왜 그러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세월이 흐를수록, 무식해지는 저 자신에게 미안해집니다. 저 이대로도 괜찮을까요?”

남영준 : 청취자님이 보내주신 사연을 보고 오랜만에 한참을 미소 지었습니다. 에세이보다 짧은 시를 더 좋아하게 된 걸 두고, ‘내가 너무 단순해져서 그런 건가?’ 걱정하는 모습이 상상되더라고요.

조현지 : 그러게요. 짧은 시를 더 좋아하게 된 걸 두고, ‘무식해졌다’라고 표현하신 걸 보면서, ‘자신에게 엄격한 분이신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교수님은 시를 좋아하시나요, 에세이를 좋아하시나요?

남영준 : 저는 시가 더 좋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시가 짧아서도 좋습니다. 시가 축약되어 있어 많은 것을 내 맘대로 상상할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는요?

조현지 : 시와 에세이. 모두 매력이 달라서 어떤 게 더 좋다고 말하기가 참 어려워요.

남영준 : 시란 무엇일까요? 나태주 작가는 “시”라는 제목의 시에서 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냥 줍는 것이다 /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 버려진 채 빛나는 / 마음의 보석들.”

조현지 :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거리 풍경도, 시인의 눈에는 시로 보인다는 거겠죠? 짧지만 울림을 주는 시네요.

남영준 :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이라는 표현이 참 좋지요? 나에게 맞는 시는 어떤 시를 읽었는데, 내 감정이 흔들리면 좋은 시입니다. 에세이도 시와 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유연하게 정리한 글입니다. 에세이는 일반적으로 위로성 글이나 혹은 교훈적 내용이 많습니다. 제가 쓴 ‘스승과 꼰대’라는 교훈적 에세이의 일부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가 읽어주시겠어요?

조현지 : “꼰대들은 다른 사람과 말을 할 때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 “그거는 말이지…”라는 자기중심의 대화법과 식자인 양하는 거만한 태도이다. 꼰대는 강의 시간이건 식사 시간이건 사사건건 모든 일을 수행함에 과거 자신의 무용담이 대화의 기준이 되고, 그 기준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상대방이 처한 심각한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문제가 뭔지도 모르면서 누가 이야기라도 꺼내면 남의 생각이나 해결책은 듣지도 않고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무조건 가르치려 드는 사람도 전형적인 꼰대이다.“

남영준 : 에세이는 읽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고 ‘그렇구나’라고 공감이 일어나면
좋은 에세이입니다. 에세이가 읽는 내내 불편하면 그것은 독자와 맞지 않는 에세이입니다. 지금 읽어드린 에세이는 어떠세요? 공감하세요? 아니면 불편하세요?

조현지 : 공감이 되는데요? 교수님의 책이, 청취자님께는 드릴 처방책인가요?

짧은 '시'만 끌리는 나, 문제일까요? 당신을 위한 책처방

남영준 : 청취자님께 드릴 처방책은 따로 있습니다. 예전에는 에세이를 좋아하셨지만, 지금은 짧은 시를 읽게 된 청취자님을 위한 안심 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딱 한 권짜리 책이지만, 에세이와 시, 수필이 함께 있는 회심의 필살 처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재찬 교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2015, 휴머니스트)입니다.

조현지 : 이 책,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코너에 오랫동안 있었죠.

남영준 : 네.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아직 읽지 않으셨더라고요. 소개를 조금 하면 이 책은 주제 분류에서 문학작품으로 되어 있지만, 정재찬 교수의 강의록입니다. 대학생들에게 시가 가진 아름다움과 그 뒤에 숨어있는 사연에 대해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냥 우리가 ‘아 좋다’라고 알던 시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운 사연을 모두 갖고 있음을 알게 해주어, 그 시들을 다시 한번 되뇌고 생각하게 하는, 시 해설서입니다. 청마 유치환의 ‘그리움 2’라는 시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가 읽어주시겠어요?

조현지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 날 어쩌란 말이냐

남영준 : 청취자 여러분 어떠세요. 이 시와 조현지 아나운서 목소리가 잘 어울리죠? 그런데 이 시에는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정재찬 교수가 설명해주는데요. 유부남이었던 청마 유치환이, 남편과 사별한 젊은 시조 시인 정운 이영도에게 마음을 뺏겼는데요. 이루어질 수 없는 처절한 고백을 시로 표현한 거죠. 이 책의 설명을 이해하면, 이 시가 주는 느낌은 크게 달라집니다.

조현지 : 그러네요. 파도가 청마 유치환의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인 거겠네요.

남영준 : 오늘 영준 책방 문을 연 시, 이성선의 ‘사랑하는 별 하나’도, 이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가 읽어주세요.

조현지 : “왜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걸까. 외롭기 때문이다. 외로운 자들은 하늘을 본다. / 거기서 그들은 별을 만나고 대화를 하며 위로를 구한다. / 알퐁스 도데의 목동도, 윤동주도 하나같이 외로운 사람들이다. / 외롭지 않다면 굳이 밤하늘 별을 헤아릴 이유가 없다.”

남영준 : 이런 설명의 말미에 책에서는 외로운 사람과 별의 연관성을 돈맥클레인의 ‘빈센트’의 가사로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독자들이 시에 푹 빠지도록 박목월의 ‘이별의 노래’와 김수희의 ‘애모’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와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절묘하게 대비시킵니다. 가사가 압축된 시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풀어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조현지 : 시와 노랫말을 같이 대비시키다니... 시와 친하지 않은 분들도 가깝게 느끼겠네요.

남영준 :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시가 대중가요로 불린 것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히트하였고요. 그래서 청취자님 혹시 나중에 시보다 대중가요의 가사가 더 마음에 와닿아도 그건 그 자체로 좋습니다. 시를 더 잘 이해하실 수 있게 되신 겁니다. 결론적으로 오늘 청취자님께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시는 시 자체가 가진 감정의 깊이와 표현의 넓이는 에세이보다 크면 크지 전혀 작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지만, 작품을 읽고 느끼는 감정이 다른 사람과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책이 가진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내가 최우선이란 점이죠.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라 하더라도 “나 너 별로거든”하고 안 고르면 그만입니다. 북 디자이너들이 예쁘게 책을 디자인하고 멋있게 제목을 붙여 봐봤자 내가 “척” 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보면 그만입니다. 온전히 내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거지요. 독서만은 내가 중심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으실 때 그 어떤 부담도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청취자님. 50대 중반이시면 저랑 비슷한 연배이시라 어린 시절 종합선물세트라는 과자 선물을 아시지요? 거기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러멜부터 **산도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한 책은 한 권의 책에 종합선물처럼 청취자님이 좋아할 문학작품과 유행가 가사까지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한번 빌려보시고 저의 종합선물이 마음에 드신다면 저나 조현지 아나운서님께 연락해주세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가 이 책을 선물로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조현지 : 청취자님! 과자 종합 선물세트 같은, 정재찬 교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번 처방책 읽어보시고, 감상평 남겨주세요! 정재찬 교수님은 이 책을 발간한 이후, 여러 곳에서 독자들을 자주 만나오신 거로 알고 있는데요. 도서관에서도 작가를 만나는 프로그램들이 있죠?

남영준 : 책을 읽으면서 책을 쓴 작가를 만나거나, 혹은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더 재미있어집니다. 그래서 제가 관여하고 있는 한국도서관협회에서도 매년 독서활성화사업을 지원합니다. 바로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사업입니다. 올해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하였고,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니 기다려주십시오. 그렇지만 일부 공공도서관은 개별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유명한 작가분들을 모시고 작가와의 대화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늘 근처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을 한번 확인해보세요. 평소 직접 듣고 싶은 작가가 있는지 꼭 한번 확인해보세요.

조현지 : 네,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 책방> 책 주치의, 중앙대학교 남영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청취자분들과 함께 듣고 싶은 곡이 있다고요?

남영준 : 돈맥클린의 ‘Vincent’를 부탁드립니다.

조현지 : 네, 이 곡 들으면서 오늘의 영준책방 문 닫겠습니다. 다음 주 책 처방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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