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할머니의 비밀은? 손자를 위해 읽는 동화책 추천

이야기꾼 할머니의 비밀은? 손자를 위해 읽는 동화책 추천

2019.11.04. 오후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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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할머니의 비밀은? 손자를 위해 읽는 동화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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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남영준 중앙대 교수

[영준책방] 이야기꾼 할머니의 비밀은? 손자를 위해 읽는 동화책 추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연인처럼 왔다가
도둑처럼 가버리는
도둑처럼 왔다가
연인처럼 가버리는
연인과 도둑의 시간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복효근 님의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중에서, ‘시월’이라는 시로 문 열었습니다. 10월이 지난 뒤에 이 시를 읽어보니까, 정말 지난 한 달이 연인처럼 도둑처럼 가버린 것 같은데요. 이 시를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가 골라주셨거든요. 함께 얘기 나눠볼게요.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와 함께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교수님 안녕하세요.

남영준 중앙대 교수 (이하 남영준) : 네, 안녕하세요.

조현지 : 교수님, 벌써 11월 첫 번째 월요일이에요. 교수님도 지난 한 달이, 연인과 도둑처럼 지나갔나요?

남영준 : 10월이 어느새 왔다가 어느새 갔네요. 너무 좋은 시절이었는데 정신없이 지내갔습니다. 10월이라는 시간을 붙잡기가 이리 어렵네요.

조현지 : 이 시를 영준책방 문 여는 시로 골라주셨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남영준 : 복효근 시인은 전북 남원의 중학교 국어 선생님인데요, 아이들뿐만 아니라(운동장 편지) 어른을 위한 시도 많이 발표하셨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쓰는 작가님들은 어른을 위한 작품에서도 글이 재미도 있지만 참 깨끗하고 맑거든요. 그래서 청명한 지금 날씨와 딱 맞는 복효근 님의 시월을 추천하였습니다.

이야기꾼 할머니의 비밀은? 손자를 위해 읽는 동화책 추천

조현지 : 오늘의 처방책 주인공도, 청소년 문학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매주, 월요일, 청취자님께 맞춤 책 처방을 해드리고 있죠. 책 처방받기를 원하시는 분들은요, 문자로 말머리 ‘책 처방’ 달아서 사연 보내주세요. 교수님, 제가 미리 사연을 보내드렸죠? 청취자 여러분들께도 소개해 드릴게요. 청취자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청취자 문자] 요즘 외손자에게 이야기 들려주려고 동화책을 읽고 있는데 괜찮은 거죠? 읽을 때마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이야기 들려주셨던 기억도 나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해요.

조현지 : 외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동화책을 읽으신다니, 멋진 할머니시네요~ 교수님,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동화책을 읽는 거, 정말 좋죠?

남영준 : 그럼요, 동화책 내용이 손자가 흥미를 느낄만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을 겁니다.

조현지 : 교수님, 요즘은 정말 다양한 동화책들이 나오고 있죠?

남영준 : 청취자분이 생각하는 동화책과 요즘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의 동화책은 문장 중심의 말 그대로 텍스트 위주였다면 요즘 동화책은 그림이 만화만큼 많이 들어가 있는 책도 아주 많습니다. 고전 동화는 상황을 글로 설명하고 있다면 현대동화는 글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상황설명을 굳이 하지 않고 그림으로 그 상황을 상상으로 채워 넣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동화책과 그림책, 만화책, 동시, 그리고 혼합형태의 아동용 도서가 매우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요즘에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풍부한 감정 리액션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호랑이가 나와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아빠가 “어흥”이라는 호랑이 목소리를 내면서 손으로는 아이를 잡는 추임새를 취하면, 아이들은 놀라면서 그 스토리에 빠져들어 갑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그냥 무성의하게 대충 읽어주면 제대로 읽어달라고 바로 항의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겁니다.

조현지 : 왠지 청취자님은 손자에게 들려주려고 동화책을 읽고 있는데, 어른이 동화책을 읽는 것도, 독서라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처방책으로 추천해주실 책은 뭘까요?

남영준 : 거기에 대한 답을 드리기 위해서 동화책과 동시 중에서 준비한 구절이 있는데요, 우선 동화작가, 오카 슈조의 단편집 <러브레터야 부탁해> 에 실린 구절, 조현지 아나운서가 읽어주세요.

조현지 : “처음에는 마지막 ‘잊지 마’ 앞에 ‘나를’이라고 썼다. 하지만 왠지 부끄러워서 ‘사꾸라 초등학교를’이라고 고쳐 썼다. 그런데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아 ‘편지해 줘’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에게 편지해 줘’라고 쓰고 싶었지만 차마 ‘나에게’라는 말은 쓸 수가 없었다.“

남영준 :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그냥 단순한 동화로 느끼시나요? 아이들 책이라 너무 밋밋하신가요? 조현지 아나운서는 어떻게 느끼셨어요?

조현지 : 풋풋한 첫사랑이 떠오르는데요? 부끄러워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도 느껴지고요.

남영준 : 그렇지요? 사랑한다는 마음을 보이고 싶지만 부끄러워 고백하지 못하는 아이의 맘... 이보다 더 예쁘게 사랑을 표현하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동화 같은 사랑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동화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시 한 편 더 조현지 아나운서에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이야기꾼 할머니의 비밀은? 손자를 위해 읽는 동화책 추천

조현지 : “아침 먹고 가도 / 점심 먹고 가도 / 숨이 차게 가도 / 하루 종일 가도
발자국은 하나” 제목은 ‘지렁이’네요.

남영준 : 이 시는 김개미 시인의 ‘어이없는 놈’(문학동네 2013)에 실린 지렁이라는 동시입니다. 동시로도 참 좋지만, 어른을 위한 격언 구로도 의미를 지니지 않나요?

조현지 : 어른들이 보는 소설이 동화책으로 바뀌어 나오기도 하고 또, 아이들이 보는 동화인데, 어른들도 많이 읽는 작품들... 뭐가 있을까요?

남영준 : 아마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는 동화책을 보셨을 것입니다. 일명 아라비안나이트, 혹은 천일야화라는 책입니다.

조현지 : “열려라 참깨~” 라는 주문이 등장하는 이야기죠? 어릴 때 봤던 기억이 나네요.

남영준 : 네, 그렇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보았고, 꽤 오랫동안 동화책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우연히 두꺼운 아라비안나이트를 보고 ‘이 책이 이렇게 양이 많았나’라는 생각에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그때 아라비안나이트가 동화 버전과 19금 수준의 에로틱 버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조현지 : 그리고 이솝우화 역시, 어른들이 찾아 읽는 동화책 아닌가요?

남영준 : 이솝우화도 동화책이지만 말 그대로 우화이기 때문에 짙은 풍자와 해학이 책 전체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고개를 끄덕이는 인생지침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동화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면서 어른들 책이기 합니다. 우리는 동화책을 통해 고달픈 인생살이를 잠시 잊고, 아무 걱정도 없고 모든 게 신기하였던 어린 시절로 나를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습니다. 청취자님의 마음에 들었다면, 그게 동화책이든 동시이든, 그림책이던 아무 상관 없습니다. 좋은 독서 활동을 잘하고 계신 겁니다.

조현지 : 네, 청취자님을 위한 처방책으로 오카 슈조의 단편집 <러브레터야 부탁해> 추천해 드렸습니다. 이 책 역시, 도서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교수님, 아이들이 만화책을 읽느라, 공부를 멀리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님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런 학부모님들께는 어떤 책을 처방해 드리면 좋을까요?

이야기꾼 할머니의 비밀은? 손자를 위해 읽는 동화책 추천

남영준 : 예전에 살짝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런 부모님의 걱정에 대한 기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도서관 대출률 1위 책과 서점 아동도서 구매율 1위가 똑같은 책이 있습니다. 제목은 <추리천재 엉덩이탐정> 입니다. 만화와 그림책의 중간 형태입니다. 저자는 특이하게 트롤입니다. (트롤은 다나카 요코 작가와 후카사와 마사히데 삽화가의 팀명)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비치할 정도면 아이들에게 보여주어도 좋은 책입니다. 혹시 아이들이 이와 유사한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사달라고 할 때 동네도서관에 그 책을 소장하고 있는 지로 양서를 판단해 보시면 어떨까요.

조현지 : 네,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 책방> 책 주치의 남영준 교수님이 책 처방을 드렸는데요, 청취자분들과 듣고 싶은 곡이 있다고요?

남영준 : 송창식의 ‘맨 처음 고백’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가 읽어준 2011년 ‘러브레터야 부탁해’에서 사랑하지만 고백을 못 하고 수줍은 아이의 심정과 1974년 ‘맨 처음 고백’에서 사랑하지만 고백할 용기가 없는 한 사람이 시간과 나이, 공간을 넘어 너무나 같아 보여서요.

조현지 : 네, 송창식의 ‘맨 처음 고백’ 들으면서, 영준책방 문 닫겠습니다. 중앙대학교 남영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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