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낙원상가...청년들이 오래된 공간 찾는 이유는?

힙지로·낙원상가...청년들이 오래된 공간 찾는 이유는?

2019.11.04. 오전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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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지만 간판 없는 가게들…SNS 보고 찾아가
문화 행사, SNS 홍보, 유튜브 음향장비 고객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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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서울 을지로의 별명이 '힙지로'라고 하죠.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서울 을지로를 비롯한 옛날 거리, 옛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승은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허름한 서울 을지로 골목, 간판 없는 가게들이 숨어 있습니다.

새시 문을 열자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이 나타납니다.

감각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이 있는 것이 이곳 카페들의 특징입니다.

간판이 없지만, SNS를 하는 젊은 층에겐 오히려 찾는 재미를 줍니다.

[홍지성 / 서울 개포로 : 새것인 건물을 더 많이 봐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낡고 이런 분위기를 더 분위기 있다고 생각해요.]

인쇄소와 철공소, 목공소가 몰려있는 데다 교통도 좋아 청년 예술가들도 잇따라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최근 을지로에서 열린 전시회, 빈 점포에 전시 공간 세 곳이 숨겨진 듯 설치됐습니다.

잉크 냄새와 소음, 세 발 오토바이와 마주치며 골목을 걷다 보면 힘들게 생업을 꾸려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과 만나게 됩니다.

청년들은 인쇄소 파지로 만든 놀이터에서 자신의 기억을 만든 인쇄골목과의 공존을 소망하게 됩니다.

[박종희 / 예술 작가 그룹 '뮤추얼' : 새로운 게 너무 많이 넘쳐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된 것들의 고유의 문화가 더 매력적이게 느껴지지 않나…]

어스름한 저녁, 대학생들이 합주 연습을 하고 있는 이곳은 낙원상가입니다.

[김해남 / 한국외대 밴드 '화양연화' : 바로 밑에 악기 파시는 매장이 많고, 수리하기도 편하고…. 금액대도 다른 지역에 있는 합주실 보다 저렴하게 나와서 이렇게 사용하고 있어요.]

1980년대를 정점으로 활기를 잃어가던 이곳에도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유입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악기 파는 곳에 그치지 않고 문화가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상인, 기획자들의 의지와 SNS 홍보, 유튜브 인기에 따른 새로운 구매 수요 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상인들은 2016년부터 기부받은 낡은 악기를 고쳐 필요한 곳에 연결하는 봉사도 해오고 있습니다.

[이세문 / 낙원상가 악기 수리점 대표 : 제가 손댄 기타로 연주를 남들이 했을 때 뿌듯하고…]

새것과 빠른 것이 각광 받는 시대, 낡고 오래된 장소들이 경쟁 속에 자라난 청년층에게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YTN 이승은[s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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