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비결은 감수성, 그 반의어는 자발성?

세대공감 비결은 감수성, 그 반의어는 자발성?

2019.11.01. 오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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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공감 비결은 감수성, 그 반의어는 자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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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손민정 교육연구소 온삶 대표, 김훈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세대공감 비결은 감수성, 그 반의어는 자발성?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식탁이라는 장소가 참 신기한 게요. 다 같이 둘러앉아서 음식을 먹다보면 이야기를 저절로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데요. 밥정을 쌓아가는 <인생식탁> 세 번째 시간, 오늘도 익숙한 목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훈일 대리. 그리고 교육 연구소 온삶의 손민정 대표님과 함께합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 손민정 교육연구소 온삶 대표(이하 손민정)> 네, 안녕하세요.

◆ 김훈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리(이하 김훈일)>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오늘 저희가 모신 분이 교육연구소 온삶의 손민정 대표님이세요.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가요, 대표님? 직접 소개를 해주세요.

◆ 손민정> 제가 하는 일은 청소년 교육부터 청소년, 청년 공공 프로젝트들, 그다음에 마을 공동체를 빌딩하는 일들, 혁식학교 컨설팅을 하는 일들, 그런 것들을 계속 하면서 저는 교육 기획을 하고요. 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제가 그분들을 가르치고,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뭔가 대중적인 것이라기보다 선도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혁신’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거든요.

◆ 손민정> 선도하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 조현지> 오늘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사실 저희가 대표님을 모신 이유가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그렇게 어떻게 보면 혁신하고, 선도하는 분들을 가르치고, 돕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한 번 앞서가는 것에 도움이 되고자 모셨거든요. 오늘 많이 도와주세요. 김훈일 대표랑 저랑 오늘은 정말 강의를 듣는 학생의 입장으로 시간을 보내볼게요. 저희가 최근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불통의 시대다, 예전에는 경상도, 전라도, 이런 지역 갈등 정도를 우리나라에 있는 뿌리 깊은 갈등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요즘에는 세대별 갈등, 남녀 갈등, 지역 갈등은 물론이고요. 정말 갈등이라는 말이 많아지고, 혐오표현, 이런 것들까지 생겼는데요. 옛날보다 갈등이 심화됐다고 느끼는 것도 제가 잘 파악하고 있는 건가요?

◆ 손민정> 대부분 갈등이 더 심화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실제적으로 느끼기도 하고요. 그리고 언론이나 미디어나 인터넷에서 그런 다름에 대해서 접하게 되니까 그런 게 더 부각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소통의 자리들이 줄어들기도 했고요.

◇ 조현지> 김훈일 대리는 어때요?

◆ 김훈일> 저도 많이 느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쉬쉬했던 것들이 이제는 수면 위로 더 많이 올라갈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생기면서 더 이런 것들이 많이 노출되지 않았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 조현지> 갈등이 옛날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많이 표출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저희가 언제 최근에 그런 불통을 느꼈는지 얘기를 나눠볼게요. 김훈일 대리는 언제 가장 세대차이를 느꼈어요?

◆ 김훈일> 저는 아무래도 가족이랑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가족이랑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제가 개성이 있게 생기다 보니까 개성을 드러내면서 하고 다니는 것을 추구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그런 것을 되게 반대하시고, 찢어진 바지를 입으면 왜 걸레를 입고 다니냐고 하면서 새로운 것 좀 사라고 소리 지르시고, 머리에 염색을 해서 예쁘게 하고 싶다, 또는 제 눈썹이 너무 진해서 염색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면 또 외국 놈처럼 어쨌네. 그래서 제가 탈색했을 때, 제사 날이었는데요. 검정 스프레이를 뿌리고 집에 들어올 정도로 그런 것을 감추고 다니고 했었죠. 그런 게 아직까지도 있어서 그게 가장 많이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 조현지> 부모님과의 그런 세대차이. 그런데 대표님, 세대차이, 세대갈등, 이런 건 옛날 소크라테스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잖아요. 요즘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 옛날부터 있었던 거죠?

◆ 손민정> 그렇죠.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사실 조금만 찾아보면 나오는 이야기들인데요.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문자에도 등장하는 말이에요. 요즘 젊은이들이 버릇이 참 없다, 우리 아들이 철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들도 등장을 하고요. 중세시대 1311년 경 기록에 보면 요즘 애들 참 답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한탄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숙종 17년 기록에는 정말 재밌는데, 요즘 젊은 것들 참 까졌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오래된 이야기들인 것 같아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 조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갈등 해결이 쉽지 않으니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텐데요. 이런 세대차이는 왜 계속되는 걸까요?

◆ 손민정> 그렇죠, 왜 계속되는 걸까요? 사실은 저도 매우 고민이 되는 지점이기도 해요. 조지 오웰이 한 이 말을 보니까 참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모든 세대가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는 현명하다고 믿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렇게 자기들의 경험이 우선시되는 부분들도 삶을 살아가는 태도들이 있을 때 다른 세대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실제로 저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갈등이 굉장히 많이 표출되고, 소통 자체가 되지 않아서 협업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이 있어요. 들여다보면 경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10년에서 20년 정도의 차이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해되는 폭이 조금 더 컸다고 하면, 요즘에는 3년에서 5년도 세대차이가 굉장히 심하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스마트폰, 인터넷, 이런 정보량 차이도 너무 크고, 어릴 때부터 동영상을 보기도 하면서 사실 뇌 자체가 다르게 감각하고, 반응하기도 해서요. 사고들이 굉장히 다릅니다. 그것들을 극렬하게 느끼면서 차이가 크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재밌는 이야기는 얼마 전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는 지인이 하는 말이 7살짜리 친구가 요즘 5살은 왜 그래요? 5살 반 애들은 왜 그래요?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너무 이것은 재밌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중간 다리를 보면, 제가 아는 주거 운동을 하고 있는 청년이 35살인데,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면 하는 말이, 자기가 35살에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20대 신입사원이 들어왔잖아요? 그러면 부장님이 술잔을 돌리시는 거죠. 자기들은 억지로 먹는 게 너무 싫었는데, 20대들은 싫어요, 딱 하는 거죠. 그러면 부장님 따로 부른다고 한답니다. 그러면 낀 세대인 35살은 쾌재를 부르고, 저 친구들이 부러우면서도 그러게요, 하고 있는. 결국, 7~8살 차이인데 너무 큰 세대차이를 느끼는 거죠.

◇ 조현지> 그만큼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사회변화가 빨라지다 보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7살짜리가 5살짜리한테도 세대차이를 느끼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저도 그런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저는 30대 중반이지만 위에는 40대, 50대 분들도 계시고, 밑으로는 저희 대학생 인턴들도 있으니까, 또 저랑 10살 차이 나거든요. 그 친구들을 보면서 이상하다, 가 아니라 이렇게 많이 다를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요즘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윗세대보다 아랫세대 대하는 게 어렵다. 말씀하신 것에 답이 있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나와의 윗세대는 공감의 폭이 조금 더 넓었던 것 같고, 그만큼 시대의 흐름이 덜 빨랐으니까요. 아랫세대들은 더 빨라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요. 어때요, 김훈일 대리도 이 말에 공감하나요?

◆ 김훈일> 저도 학교를 복학을 조금 늦게 했어요. 한 6살 이상 차이가 나는 친구들하고 같이 학교생활을 했는데요. 그때 즐겁게 놀고, 졸업을 하고 나서 사회생활하고 다시 만나려고 하면 그렇게 어색하고, 어떻게 하지 못하겠어요. 제가 연락하는 것도 그렇고요. 왜 연락하는지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고요. 만나서 제가 뭘 얘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약간 걱정 아닌 걱정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 조현지> 아무래도 눈치를 많이 보게 되겠죠. 대표님, 그러면요. 아랫세대와 소통을 하면, 이거는 사실 우리 흔히 말하는 어르신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 우리 30대도 겪고 있는 이야기고, 7살도 느끼고 있잖아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 손민정> 소통을 잘하려면, 저는 사실 비교문화를 공부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느껴지는 게 하나하나 개별로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공부를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소용이 없는 거예요. 마음이 열리고, 움직여지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은데요. 이거는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만이 아니고 아래, 위 서로가 가져야 할 감수성인 것 같아요.

◇ 조현지> 감수성. 세대 감수성. 요즘 가끔 등장하는 단어인데요. 어떤 뜻인가요?

◆ 손민정> 감수성이라고 했을 때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생각지 못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외부 자극이나 변화를 느끼는 성질 같은 것이라고 설명이 되는데요. 제가 조금 놀랐던 것은 반의어가 자발성이에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생각이나 행동이 반의어에요. 나의 의지가 제거된 거죠.

◇ 조현지> 감수성에 반대 의미가 자발성이군요.

◆ 손민정> 그렇죠. 그러니까 뭐냐면 어떤 바깥의 외부에서 오는 자극과 반응들이 내가 느껴지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감수성이고, 나의 의지, 내 안에서 올라오는 어떤 것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가 사실은 그것을 잘 느끼는 것이 감수성이 강조되는 부분인 거예요.

◇ 조현지> 의외의 반의어인데요. 그러면 이 감수성을 키우려면 우리가 어떤 것을 해보면 좋을까요?

◆ 손민정> 만나보면서 그래도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었던 부분을 살펴보자면, 내 마음이 작동하는 힘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것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저는 이런 말씀을 드려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를 우리가 가져보자. 조금 어려운 것 같지만, 여행하는 태도를 가져보면 다른 세대를 만나는 감수성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조금 풀리지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서 여행을 가게 되면 거기 문화들이 어떤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잖아요. 무엇을 먹고, 무슨 말을 하는지, 화났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를 하나하나 다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는 이렇구나, 이러는 즐기고, 새롭게 배우는 마음으로 여겨지게 되잖아요. 이런 태도로 다른 사람들, 존재들, 가족들을 보면 조금 마음이 많이 열리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글라서라는 심리학자가 나쁜 꼬리표를 붙이지 말라고 하거든요. 내가 그 사람이 이렇다고 하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으면 그 사람이 그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내가 화가 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소통이 아예 시작이 안 되는 거죠. 제가 안 그래도 인생나눔교실 강의를 할 때 멘토, 튜터 분들하고 이야기를 할 때 그런 이야기를 해요. 아프리카에서 어떤 친구가 우리 집에 홈스테이를 왔어요. 그런데 한국 문화에서 별로 예의 바르지 않은 것 같은 행동을 했다고 쳐 보자고 이야기를 하고 그분을 봤을 때 어떠신가요? 하고 물으면 쟤네는 그런가? 하는 반응들을 하세요. 그런데 만약에 그 버릇없는 행동을 아랫집 아이가 했다고 하면 어떨 것 같느냐? 어떠신가요?

◇ 조현지> 그러면 아직 교육이 조금 덜 됐네.

◆ 손민정> 대구에서는 그렇게 표현하시더라고요. 너 집에 가.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을 하시는데, 이게 당연해, 쟤가 저렇게 하는 게 당연해,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에서 벗어날 때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나기 시작하는데요.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는 그렇게 됐을 때 화가 나기 시작하면 소통이 시작되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해요.

◇ 조현지> 저도 오늘 반성할 게 있는 것 같은데요. 김훈일 대리 어때요? 이런 예시들을 듣다 보니까 세대 간 소통이 잘 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

◆ 김훈일>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조차도 불통의 아이콘이 되지 않고 있나. 그런데 이거는 제가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모든 사람들이 이게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알아야 바뀔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 손민정> 그게 될 때 자신한테도 좋다는 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어제 제가 이런 강의를 갔었어요. 아주 유사하게 이것을 사용하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눴거든요. 양말을 남편이 항상 뒤집어서 공처럼 말아놓는 것을 반복하는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거죠. 처음에는 펴서 넣어줄 수 있어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하면 나를 무시하나? 이 사람이 내 말을 제대로 집중해서 듣지 않나? 그리고 그것을 그 냄새나는 양말을 내 손을 사용해서 펴야 하는 게 화가 나는 거죠. 그렇게 됐을 때는 욱하게 되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나게 되는데요. 어느 순간에 그 사람이 그게 아니라 자꾸 까먹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진지하게 물어봤대요.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자꾸 까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크게 푯말을 써서 양말을 펴서 넣기, 라고 했더니 그 다음에 대안들이 나와서 양말을 안 넣게 되었다는 거예요. 유치원 아이들도 그렇게 적용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 조현지> 오늘 대표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시간이 너무나 훌쩍 흘러갔어요. 인상 깊게 남았던 게 아까 아프리카에서 우리 집에 홈스테이를 온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 사례를 계속해서 생각해보신다면 우리가 못 이해할 게 없겠다, 모든 것을 새롭게 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식탁, 오늘 김훈일 대리, 그리고 손민정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두 분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손민정> 네, 감사합니다.

◆ 김훈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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