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출발새아침] 장강명의 먹고사는 이야기 “노동현장의 비명과 절규...시간이 없다”

[김호성의출발새아침] 장강명의 먹고사는 이야기 “노동현장의 비명과 절규...시간이 없다”

2019.07.08. 오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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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의출발새아침] 장강명의 먹고사는 이야기 “노동현장의 비명과 절규...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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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7월 8일 (월요일)
□ 출연자 : 장강명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출근길에 라디오로 만나는 깊이 있는 오디오 칼럼 시간입니다. 오늘은 좀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지난주 저희 <김호성의 출발새아침>을 통해서도 관련 소식을 계속 전해드렸습니다만요. ‘차별 없는 노동’, ‘먹고살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뉴스가 참 많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뉴스 보면서요. 과거에 조세희 작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런 소설을 떠올린 분, 혹시 계시지 않으셨는지요. 1975년의 그 소설에서 우리의 삶은 얼마나 더 나아졌을까요? 2019년의 우리의 난장이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2019년 우리 사회의 노동과 경제, 서민의 삶에 대한 열 가지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작가 장강명 씨,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장강명 작가(이하 장강명): 안녕하십니까. 소설 쓰는 장강명입니다.

◇ 김호성: 제가 그냥 작가, 장 작가 이렇게 불러도 되겠습니까?

◆ 장강명: 예, 그럼요.

◇ 김호성: 알겠습니다. 프로필이 참 독특하십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시잖아요. 왜 기자를 접고 작가의 전업 길로 나서시게 되셨는지요?

◆ 장강명: 제가 원래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거든요, 한 20살 시절부터. 그런데 그때 신춘문예 같은 것에 많이 떨어졌어요. 떨어져서 제가 당선만 되면 그냥 전업작가 해야지 싶었는데 그게 안 돼가지고 그러면 신문기자를 하면 뭔가 소설 소재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자를 하다가 은퇴하면 그다음부터 소설을 써야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신문사 들어가서 또 소설 쓰게 되더라고요, 밤에. 그러다가 한겨레문학상 당선이 돼서 소설가 됐습니다.

◇ 김호성: 대단한 부지런함이 있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신춘문예라는 게 과거에 비해서 그렇게 꼭 거기를 통과해야만 작가가 되는 이런 시대는 이젠 아니잖아요.

◆ 장강명: 그렇죠. 요즘은 웹소설이라는 것도 생기고, 또 어떤 그런 등단제도 거치지 않은 좋은 작가분들 많이 나오는데 어릴 때 그런 걸 잘 몰랐던 거죠. 그런 길 없다고 생각하고, 또 대학생 시절 시야가 좁잖아요. 꼭 대기업을 가야 인생을 성공한다, 등단을 해야 문학상을 받아야 작가가 된다. 이런 생각, 저도 그때는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호성: 예를 들자면 방송기자가 되고 싶어도 과거에는 꼭 방송국에 취업하기 위해서 엄청난 많은 기간을 거쳐야 했는데, 이제는 그 방송기자들보다도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1인 유튜버들이 만들어진 세상이 됐어요.

◆ 장강명: 그럴 수 있죠. 저는 좋게 봅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는 게 옛날에는 무슨 시험을 쳐가지고 출세하는 것, 이런 한 길만 있고. 그래가지고 부모님들이 자식한테 공부해라, 공부해라 했는데 이제 조금씩 조금씩 길이 열리는 것 같잖아요, 다른 길들이. 그런데 그 길들이 여러 사람들한테 기회가 갔으면 좋겠고. 또 예전식으로 인재 채용하는 것도 그게 나쁘다고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서 좋은 인재들 많이 발굴이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입니다.

◇ 김호성: 이따 언급하겠습니다만 제가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방송국 취업을 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청년들의 어떤 모습을 다룬 에피소드를 읽고 그랬는데, 정말 작가로서 뭔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이런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 장강명: 글쎄요, 막상 쓸 때는 또 내가 뭘 추구해야겠다. 이러면서 쓴다기보다는 그냥 약간 좀 신들린 상태 비스무리하게 저한테 떠오르는 생각들 막 쓰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쓰면서 저를 관찰하다 보니까 저는 좀 당대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고, 그리고 제가 어떤 질문 같은 걸 던지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살면서, 2010년대 한국이라는 그런 사회를 살면서 뭔가 좀 불편한 장면을 보고 ‘이거 왜 불편하지? 이거 왜 나는 자꾸 마음이 신경이 쓰이지?’라고 하다 그걸 좀 가다듬어서 질문의 형태로 ‘우리 이렇게 사는 것 맞습니까? 이거 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많이 던져본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 낸 책도, 이번에 낸 책 <산 자들>이라는 연작 소설집인데요. 여기서는 어떤 우리의 경제적 현실, 노동 현실에 대한 질문들을 한 번 엮어봤습니다.

◇ 김호성: 지금 말씀하신 당대의 문제, 당대의 문제를 에피소드식으로 해서 착착 쌓아놓은 하나의 작품집이 <산 자들>이라는 작품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까요. 사실 과거에 보면 쓰신 글 가운데서도 보면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이런 건 정말 당대의 문제하고 딱 피부에 와 닿는 제목들이었다고 저는 느껴졌어요.

◆ 장강명: 고맙습니다. 그것도 어떤 장면을 제가 포착해서 이야기의 형태로 질문을 던진 거죠. 지금 한국 싫어가지고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이거 어떡해야 하는가. 댓글이라는 게 우리 여론을 조작하고 영향을 많이 미치고, 그게 어떤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그걸로 우리의 어떤 민주주의 사회를 되게 해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그런 건 한 장면 한 장면을 장편소설로 만든 거였는데, 제가 어떤 노동 경제 현실, 이런 걸 가지고 소설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으니까 한 장면이 아니라 단편소설 형태로 한 10 장면 정도를 제가 골라야겠다 싶어가지고 10개 장면을 정했고요. 이를테면 알바생, 비정규직, 또 어떤 대기발령 상태에 있는 사람, 자영업, 자영엽 현실 우리의 아주 중요한 현실이죠. 취업준비생. 이런 사람들의 현장들을 스케치를 해야겠다. 그렇게 해가지고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 김호성: <산 자들>이라는 게 살아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잖아요. 2019년에서의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말로 먹고사는 현장에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겠어요. 이것을 쓰시게 된 것들은 직접 본인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써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건가요?

◆ 장강명: 이게 참, 제가 어떻게 쓰게 됐다 말씀드리기가 민망한 게, 지금 2010년대 한국에서 아마 자기 노후를 생각할 때 불안하지 않은 사람들 없을 겁니다. 그리고 2010년대 한국 문제 제일 큰 문제가 뭡니까, 라고 물어보면 아마 첫 번째가 다 경제 문제라고 할 겁니다. 선거만 치러도 1번 이슈는 경제고요. 그러면 제가 경제 문제를 써야겠다. 특히 이 문제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는 경제적 약자들 이야기를 써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게 됐고요. 뭐 그렇게 특별한 계기랄까, 그런 것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건 언젠가 내가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한국 소설에 그런 전통이 있잖아요. 아까 앵커님도 말씀해주셨지만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연작소설 형태로 당대 서민들의 경제적 삶을 다뤘고, 또 <원미동 사람들> 이런 책도 있고. 저도 어릴 때부터 그런 걸 읽고 자랐으니까 약간 주제넘은 욕심인지 모르지만 나도 이런 것 한 번 써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 김호성: 조금 전에 작가께서 난쏘공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보면 그런 구절 저도 어슴푸레 기억이 나요.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늘 천국을 생각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등장인물들 <산 자들>에 나오는 분들이 아마 그런 분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취재를 하시면서 아주 인상 깊었던 그런 주인공이 있었다면?

◆ 장강명: 아까 앵커님도 말씀해주셨지만 제가 이 열 편 중에 두 편이 취업준비생에 대한 이야깁니다. 그 취업 준비하는 형태가 약간 다른 형태라가지고 두 편으로 썼는데요. 취업난 심각하다는 것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 그런데 저도 40대 중반이라가지고 심각하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그 취업 준비하는 젊은 분들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취업 준비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너무 기가 막혀가지고 그걸 썼는데. 이것도 제가 책을 내고 인터뷰를 하니까 반응이 두 가지인 거예요. 약간 이제 저보다 연배가 많은 높은 어르신, 약간 이제 중년의 기자분들은, 문학 담당 기자분들은 오셔가지고 이렇게 치열한 줄 몰랐다, 자기도 기가 막혔다라고 하시고. 젊은 기자분들, 이제 기자 된 지 2~3년 된 분들은 내가 몇 년 전에 이랬다. 이러면서 오는데, 진짜 치열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거의 그로테스크하다 할까.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 김호성: 지난주에도 보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뉴스 가운데 하나가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의 파업 이슈, 또 최저임금을 둘러싼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갈등 이런 것들이 많이 나왔는데. 저희가 지난주에도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이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 대한 목소리도 들어봤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산 자들> 이 주인공들 나오는 모습들을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어려운 노동 여건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데. 직접 뉴스를 접할 때마다, 또 전직 기자까지 하셨잖아요. 느낌이 어떠십니까?

◆ 장강명: 굉장히 감사한 말씀이고, 저는 쓰면서 제가 그런 걸 제대로 포착을 하고 싶었고요. 그리고 아까 어떤 프리랜서라든가 비정규직 말씀하시니까 더 제가 마음이 와 닿는 게요. <산 자들> 열 편 중에 노동법으로 해결되는 노동 이야기가, 현재 노동법으로 해결될 것 같은 이야기가 세 편 정도 있고, 나머지 일곱 편은 다 그 밖에 있는 어떤 노동들입니다. 사실 프리랜서라든가 비정규직 문제가 한국 사회의 큰 문제가 된 게, 노동 문제가 된 게 한 세대 정도의 일이고요. 우리가 이걸 준비 안 된 상태로 이 노동 형태를 맞았고 이 노동 형태로 일하시는 분이 지금 너무 많은데 너무 힘들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사용자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논란이 있고. 그분들의 삶 자체는 굉장히 팍팍하고. 그런데 과거에 우리가 이걸 해결하려고 했던 어떤 틀, 20세기의 어떤 노동운동이라든가 어떤 조직운동으로 이거 잘 해결 안 됩니다. 잘 해결 안 되고. 그러면서 다들 알고 있어요. 다들 이거 지금 위험하다, 이거 뭔가 정상이 아니다, 이 부문이. 이거 이대로 한 세대를 더 버티진 못할 거다. 놔두면 큰일 난다. 이 생각은 하는데 해법이 없는 상태죠. 제가 쓰면서도 참 답답했고, 어떤 분들은 읽고 나니까 더 답답하더라 하시는데. 좀 그런 어떤 비명, 절규 이런 걸 전하고 이걸 다음 세대까진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습니다.

◇ 김호성: 다음 세대까지 넘기기에는 너무 지금 위증한 문제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해법을 찾는다고 했을 때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 장강명: 제가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해서 해법은 잘 모르겠는데. 글쎄요, 소설가 소설 쓰는 사람이지, 그런 것도 막 무슨 대단한 지혜가 있는 사람은 아닌데. 저는 아까 제가 쓰는 소설들이 질문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일단 이 질문을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꾸 이게 문제가 없다, 괜찮다. 내지는 너희들도 알고 그 자리 간 것 아니냐,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이것은 문제, 그 질문을 부정하는 겁니다. 이 질문 자체는 우리한테 지금 있고, 저는 이 책이 조금 어떤 이 문제의 해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질문 자체를 여러 명이 공유해서, 우리가 또 해답의 방향은 대충 알고 있습니다. 뭔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역동성이 유지되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이 안 다치고 웃으면서 사는 사회, 그런 걸 꿈꾸고 있잖아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이게 아마 답일 텐데, 일단 질문 자체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생각 가다듬고, 좀 생각 다른 사람들한테 악마라는 식의 어떤 비판을 하지 않고, 저 각도에서 보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식으로 생각해서 답을 찾아가자. 제가 참 면구스럽네요. 그냥 이 정도 생각입니다, 저는.

◇ 김호성: 마지막 질문 제가 하나 꼭 드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 최근에 젊은 세대들 보면 팍팍한 경제 여건에서 통일에 대한 문제 이야기 나올 때 보면 ‘과연 우리가 통일할 필요가 있겠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젊은 세대가 참 많은데, 작가의 소설 가운데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이런 게 있었어요. 이것은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까?

◆ 장강명: 저도 젊은 세대랑 생각이 아주 다르진 않거든요. 지금 국민 의식 조사해도 여론조사 하면 준비 안 된 통일에 대한 거부감은 되게 큽니다. 그리고 우리가 통일이, 우리 사회의 변화가 늘 우리가 준비됐을 때 오진 않잖아요. 정말 갑작스럽게 왔을 때 이게 큰 재난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그것에 대해서도 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게 지금 통일인지, 아니면 한반도의 어떤 새로운 정치체제인데 그게 통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우리의 목표 자체는 저는 한반도의 남쪽이랑 북쪽에 사는 사람들의 어떤 안녕, 행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위한 수단으로써 통일이 검토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정도의 생각입니다.

◇ 김호성: 애청자 여러분들께서 직접 책을 통해서 한 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좀 더 많이 들었어야 했는데 시간상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작가 장강명 씨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장강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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