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의출발새아침] 공감이 위로가 되는 영화

[김호성의출발새아침] 공감이 위로가 되는 영화

2019.04.12. 오전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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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의출발새아침] 공감이 위로가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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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4월 15일 (월요일)
□ 출연자 : 이종언 영화 <생일> 감독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2014년 4월 16일, 다 기억하시죠. 대한민국에 큰 아픔 있었던 날입니다. 곧 5주기가 다가옵니다. 영화 한 편이 하나 나왔어요. <생일>이라는 영화입니다. 이종언 감독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 이종언 영화 <생일> 감독(이하 이종언): 안녕하세요.

◇ 김호성: 영화를 저도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 감독님의 데뷔작이라고 그러는데, 맞습니까?

◆ 이종언: 예, 데뷔작입니다.

◇ 김호성: 예전에 그러나 영화계에서 쭉 일은 해오셨잖아요.

◆ 이종언: 네, 네.

◇ 김호성: 그런데 우리들이 흔히 이런 창작물들을 만들면 입봉한다, 이런 이야기 하는데 영화에서도 그렇게 표현하나요?

◆ 이종언: 네, 입봉한다고 표현합니다.

◇ 김호성: 그럼 <생일>이 이 감독님의 입봉작이 되는 거네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보셨다고 말씀 전해오시던가요?

◆ 이종언: 예. 지인들이 보고서 응원의 메시지, 고맙다는 말들을 많이 문자로 보내옵니다.

◇ 김호성: 그래요. 사실 이게 주말이고 그래서 곧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내용에 대한 세세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세월호라는 이야기, 그리고 이 영화가 갖는 의미 이런 것들에 대해서 오늘 직접 감독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해봤으면 해서 저희들이 모셨습니다. 영화를 만들게 되신 계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죠?

◆ 이종언: 애초에 처음에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된 건 제가 2015년도 여름쯤부터 안산에 봉사를 하러 가게 됐어요.

◇ 김호성: 사건 1년 뒤네요.

◆ 이종언: 네, 그렇죠. 그래서 어차피 서울에도 그렇고 안산에도 그렇고 많은 유가족분들을 도와주고 함께해주는 단체나 활동가들이 굉장히 많은데 제가 갔던 곳은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곳이었어요. 그곳은 유가족분들이 아무 때나 오셔서 쉬시고 식사도 하시고 침도 맞으시고, 그런 곳인데 제가 갔을 때부터 이미 그곳에서 아이 생일이 다가오면 그 생일을 함께해주는, 가까웠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해주는 생일 모임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그 생일 모임을 도와주게 됐는데 그걸 하면서 유가족분들을 가까이에서 오래 뵙게 돼요. 이야기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이에서 오래 뵈면 뵐수록 이분들에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깊게 주목하고 보면 그분들에게도, 또 우리 보통의 일반의 평범한 그때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좀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2015년 가을쯤에 했던 것 같아요.

◇ 김호성: 그러면 생각을 하시고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기간이 대략 얼마 걸렸습니까?

◆ 이종언: 지금 2019년도니까요.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3년 반 정도가.

◇ 김호성: 마지막까지 제작 작업을 완료하신 시점이 언제셨어요? 지금 개봉된 상태니까.

◆ 이종언: 완료는 거의 2018년 겨울쯤에 다 했는데요. 디테일한 것들을 손보느라고 늦게라도 생각이 난 건 다시 손보게 돼서 올해 2월쯤엔 다 끝냈던 것 같아요.

◇ 김호성: 자세한 내용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생일> 이 영화는 어떤 영화입니까?

◆ 이종언: 간단하게,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가족의 구성원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아있는 가족들이 그 먼저 떠난 아이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아직 아파하면서 어쨌든 살아내고 있는 현실의 날들인 것 같습니다.

◇ 김호성: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배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더라고요.

◆ 이종언: 네, 배도 등장하지 않고. 2014년도 그때 그 시간을 조명하는 게 아니라서요. 그 일이 있고 2년 뒤쯤 되는 2016년 쯤을 비춥니다. 그래서 배나 팽목항 이런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 김호성: 그런데 감독께서는 예전에 이미 세월호와 연관된 다큐멘터리를 만드셨잖아요. 그것과 이번에 만든 영화의 어떤 연관성이 있다면요?

◆ 이종언: 먼저 만들었던 다큐멘터리는 제가 기획하고 제가 해야 되겠다는, 어떤 그렇게 해서 준비된 작품이 아니고요. 그 안에서, 제가 있었던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곳에서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떠나간 아이의 형제자매들과 또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다가 갑자기 친구를 잃은 그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어떤 뭐랄까요, 좀 공감을 하고 마음을 나누는 그런 프로젝트랄까요. 그 프로젝트 구성원 중의 한 명인 거죠, 제가.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쭉 진행하는 모든 과정을 담은 게 다큐입니다.

◇ 김호성: 다큐를 만드시면서 영화를 만드시게 되는 여러 이야기라든가, 소재와 연관돼 있는 어떤 재료라든가, 이런 것들을 다 수집하실 수도 있으셨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이종언: 그 다큐를 하는 동안, 그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제가 만났던 많은 친구들, 어린 시절부터 쭉 친구였는데 갑자기 어느 날 가까운 친구를 잃었잖아요. 저희 영화에 보면 성준이라는 친구가 나와요. 먼저 떠나간 아이의 어린 시절 친구인데. 그 친구는 제가 그 다큐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때 만났던 많은 친구들이 제 안에 들어왔고, 그런 모습이 성준이라는 인물로 나오게 된 것 같아요.

◇ 김호성: 다큐라는 장르와 영화라는 장르가 어떤 상황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각자 특성들은 있겠습니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또 같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라고 얘기하실 수 있겠습니까?

◆ 이종언: 일단 다큐는 있는 그대로잖아요. 어떤 작위적 무언가를 하지 않는 거니까요. 이미 찍혀져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만 정하는 정도랄까요.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이쪽 극영화는 모든 것을 다 규제할 수 있고 다 통제할 수 있으니까 글을 쓰는 작업을 하는 거니까요. 재창조를 하는 거니까. 그래서 근본적으로 굉장히 다른데, 저에게 있어서 두 개의 방향이 공통점은 저라는 개인에 있어서는 진정성인 것 같아요. 저는 두 작품 다 진정성을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다음에 다른 점이라고 하면 아까 말씀드린 그런 것. 그것이 근본적으로 다를 것 같아요.

◇ 김호성: 감독으로서 영화라는 방식을 통해서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했는데, 어떤 부분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셨습니까? 아까 치유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말이죠. 이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또는 지금 있는 사람들이 보고 위안을 받도록 해야겠다. 여러 가지 목적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 이종언: 이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뭐냐면 있는 그대로라는 것도 저에게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고, 극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왜곡되거나 저 개인의 시선이라기보다 있는 그대로 좀 옮겨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요. 다른 하나는 그 있는 그대로를 잘 옮겨담다 보면 보는 사람들이 공감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일어나는 공감 자체가 다시 이분들에게 조금 위안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또 공감을 일으키는 그 순간, 극장 안에서의 그 순간이 그들에게 함께 영화를 보는 옆사람과 그들 사이에서도 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 그 두 가지가 저에겐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호성: 저는 영화를 보면서 설경구, 전도연이라는 두 배우가 존재감이 꽤 큰 배우라고 느꼈는데 영화를 보면서는 그 두 배우 모습이 안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의도적인 연출이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 이종언: 안 보이고 뭐가 그럼 보이시던가요?

◇ 김호성: 세월호 속에 있는 한 가족에 있는 엄마 아빠 이런 평범한 사람들로 느껴졌지, 배우로서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 이종언: 모든 것은 그렇습니다. 배우만이 아니라, 그것은 배우가 완전히 그 인물이 되었다는, 그 인물과 배우가 이퀄이라는 거고. 모든 원했던 것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재능이나 이를테면 카메라의 재능, 만드는 자들의 재능이 돋보이기보다는 그냥 그것이 실제가 어떻게 가만히 잘 그릇에 옮겨담아서 떠온 것처럼 모든 다른 것들은 좀 물러나 있어도 좋을 것 같았어요.

◇ 김호성: 좋은 배우가 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데,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다, 라고 예전에 한 번 박중훈 씨를 인터뷰했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제가 그럴 수 있겠다 했는데.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 겁니까?

◆ 이종언: (웃음) 글쎄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감독은 어떤 작품을 어쨌든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그 작품이 가야 할 방향을, 그 감독도 원하는 방향이겠지만 그 방향을 향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저는 그러려고 합니다.

◇ 김호성: 감독님 교과서 같은 답변을 해주셨는데요. (웃음) 그런데 말이죠. 영화를 찍으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 이종언: 고민하는 마지막 순간들까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던 어떤 제 경계를 지키는 것.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의 개인적 시선이라든가 개입 없이 옮겨 담고 싶었다는 것은 저의 생각들이 들어갈, 원래 작품이란 그럴 수 있는 건데 그런 것들이 또 다른 상처를 불러오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좀 굉장히 조심스럽고 지금 이런 정도의 대사나 이런 정도의 수위가 맞나, 이것에 대한 고민이 많이 컸던 것 같아요. 촬영 전날까지 계속 그 경계에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호성: 영화 후반부에 보면 아주 길게, 영화 언어로는 롱테이크라는 표현을 쓰는 모양입니다만, 아주 굉장히 길게 생일의 어떤 장면을 쭉 찍어주셨는데. 참석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이런 사람들이 마치 동네에서 진짜 온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분들과 함께 영화 이외에도 교분이 좀 있으셨던 건가요?

◆ 이종언: 그런 분들이라면 누구죠?

◇ 김호성: 안산에 계시는 피해자 가족들이라든가 이런 분들이요.

◆ 이종언: 예. 롱테이크로 찍었다는 생일을 함께하는 그 장면은 실제로 아까 말씀드린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곳에서 실제로 그런 모임을 합니다. 제가 갔을 때 그런 모임이 이미 있었고 그것을 같이 도와줬는데요. 영화에서 보신 그 장면은 실제,

◇ 김호성: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말씀이시죠?

◆ 이종언: 예, 실제 생일 모임과 대사는 다르고 조금 내용들은 다 다르지만 그 형태는 굉장히 흡사합니다.

◇ 김호성: 그렇습니까. 세월호 5주기가 지금 다가오고 있습니다. 관련된 영화를 만드신 감독으로서 세월호가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마지막으로 답변 부탁드립니다.

◆ 이종언: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가 계속 기억하고,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계속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호성: 생일을 기억하시잖아요,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영화 <생일> 감독, 이종언 감독께서 맨 마지막에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하시네요. 알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시간 되시는 분들 영화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종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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