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성접대 사건' 아닌 '별장 성폭력 사건'으로 불려야 하는 이유

'김학의 성접대 사건' 아닌 '별장 성폭력 사건'으로 불려야 하는 이유

2019.04.08. 오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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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성접대 사건' 아닌 '별장 성폭력 사건'으로 불려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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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4월 6일 (토) 20:20~21:00
□ 출연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 명'이 중요한 이유

-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둘 것인지, 사회구조적 책임으로 돌릴 것인지에 따라 프레임 달라져

- 경찰이 최초 사건보고서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사건 명 정해져, 그대로 따라쓰는 언론도 문제

- '장자연 사건'이 아닌 '방사장 사건'으로 바꿔 불러야



[김양원 PD]
1) 미디어비평 시간입니다. 함께 말씀 나눠주실 조수진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뉴스에 붙는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신다고요?

[조수진 교수]
네 이번 한주도 각종 이슈로 가득 찬 한주였습니다.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정말 프레임 전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특별히 오늘은 각종 사건의 사건명이 일종의 프레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건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양원 PD]
2) 네, 오늘도 저희가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버닝썬 사태’ 이렇게 뉴스에 붙여진 이름을 무심코 듣고, 또 말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언론에서 보도되는 그 사건명을 대중들도 그대로 사용하는 거 같네요.

[조수진 교수]
네, 사건명에는 그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점이 담겨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의제설정이 어떤 이슈를 다루는가에 주목한다면, 프레임은 그 이슈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는데요,
사건이 어떻게 호명되는지에 따라 이러한 프레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사건 중에서 생각해보자면 먼저 김학의 사건을 언급할 때 성접대, 성매매, 이런 단어들이 사건명에 붙습니다. 그런데 독립언론, 민주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성접대가 아닌 성폭력으로 언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PD수첩 ]이 김학의 사건 피해 여성들이 성접대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마약류가 이용된 강간 피해자라는 내용을 알린 바 있는데요. 3월21일자 오마이뉴스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담당피디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성접대'라는 것은 김학의 전 차관에게 접대한 건설업자의 입장인 것이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며 엄연히 권력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양원 PD]
3) 네, ‘성폭력’이냐, ‘성접대’냐.... 피해자냐 아니냐... 어쩌면 법원이 판단을 내리기 전에 언론과 여론이 미리 어떤 선을 정하는 것 같습니다?

[조수진 교수]
네, 민중의소리 3월25일자 보도에서도 [김학의-장자연-승리사건, 성접대 아닌 성폭력으로 불러야하는 이유]에 대해 보도했는데요,
보통 돈많고 권력있는 남성과 사업적 관계를 맺기 위해 여성에게 성행위를 강요하는 성접대 행위는 현행법상 성매매 알선죄에 적용됩니다. 성 접대 행위를 성매매처벌법으로 처벌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데요.

여성이 동의하지 않은 성접대를 성매매로 규정하는 것 역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각에 따랐다는 지적입니다. 성매매를 강요하는 행위는 성폭력인데 현행법상 성매매와 성폭력의 구분이 불명확하고 현재 우리 법이 성매매가 가진 착취성과 폭력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가해자의 처지에서는 성매매지만, 피해자에겐 폭력과 같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밉니다.

[김양원 PD]
4) 그런데 대부분 여성단체나 시민단체, 독립언론들에게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주요 언론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와야할 텐데요.

[조수진 교수]
네, 다행히도 최근 kbs뉴스에서 이러한 내용을 보도합니다. 그동안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보도하다가 최근에 별장 성폭력사건으로 보도하기 사작했구요. 3월 26일 kbs뉴스에서는 장자연 사건을 다루면서 ‘장자연 사건’이 아닌 ‘방사장 사건’으로 불러야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언론사 이름을 거론하지도 못하고 장자연 리스트 속 모 언론사로 칭하고 있는 상황인데 비하면 진전된 내용이지요.

[김양원 PD]
5)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고, 사건의 이름에 따라 따라오는 책임도 암묵적으로 부여하고 있어서 ‘장자연 사건’의 경우 당장 사건 이름을 바꿔서 부르기가 부담스럽기도 한데요?

[조수진 교수]
네, 맞습니다. 리스트에 여럿이 있어 방사장 사건으로 칭하기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사건의 실체가 모두 규명된 건 아니지만 기획사의 접대 핵심인물이 방사장이고 방사장을 모시려 한 거라면, 또 고 장자연씨에게 가장 피해를 입힌 장본인이 방사장이라면 ‘방사장 사건’이란 이름도 유의미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서초동 법원 앞에서 열린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집회에서도, 시민들이 들고 있는 피켓 내용 그리고 집회 제목이 ‘방사장 사건 진상규명요구’ 였습니다.
문건에 가해자로 적시된 방사장 이름을 넣어야 그 사건의 성격이 더 명확해진다는 건데요, 관심의 초점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가야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김양원 PD]
6) 얼마전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사건도 처음에는 ‘심석희 사건’으로 불려지다가 가해자인 조재범 코치 이름을 따서 ‘조재범 사건’으로 바뀌었던 게 생각납니다.

[조수진 교수]
네,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당시 언론이 심석희 사건으로 부르면서 사진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심선수의 사진만을 지속적으로 내보내 문제가 됐었던 거 기억하실 겁니다. 조두순 사건도 그렇구요, 처음엔 가명이긴 하지만 나영이 사건이었죠, 아직도 그렇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살인사건은 대부분 유영철, 강호순, 이영학 살인사건으로 가해자 이름이 호명되는데,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 이름이 호명돼 왔습니다. 이런 점들이 빨리 개선돼야 할텐데요, 그래서 사건명이, 단어 하나 사용이 중요한 겁니다.

예를 들어 낙태문제에 관해서도 태아, 아가...둘 중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프레임이 적용되는 거거든요,

프레임의 유형에 보면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둘 것인지, 사회구조적 책임으로 돌릴 것인지에 관한 것을 ‘일화적 프레임’, ‘주제적 프레임’유형으로 구분하는데요, 단어,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책임소재가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김양원 PD]
7) 아.. 우리 언론이 사용하는 사건 명, 이래서 참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명은 처음에 어떻게 정해지는 건가요?

[조수진 교수]
네, 보통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이 최초 사건보고서를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언론이 그대로 받아 적는 경우가 있구요, 때론 언론이 별칭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유력 언론사가 보도하면 대부분 따라가는 경우도 많구요, 그런데 주로 이러한 문제들이 대두되면, 주로 시민단체가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언론이 고쳐 사용하게 되구요, 그런데 문제는 언론 스스로 고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겁니다.

이제는 대중들의 눈높이, 의식수준이 달라졌습니다. 언론이 처음 사건에 대해 보도할 때 신중하게 사건명을 만들어 사용해야 할 거구요, 이제는 가해자 입장이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의 보도가 절실한 땝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우리 시민들이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김양원 PD]
8) 네, 그래서 오늘 미디어비평의 시간이 좀 더 뜻깊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들의 이름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조수진 교수]
인사

[김양원 PD]
9)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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